금호동성당 게시판

[슬픈오늘]2/14만도 못한 1/15(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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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수 [kangcarolus] 쪽지 캡슐

2000-02-19 ㅣ No.665

금호동 청년 여러분 오랜만 입니다.

, 이렇게 인사하면 안되지요. 이 게시판은 금호동 청년 게시판이 아니라 금호동 성당 모든 이의 것인데 말입니다. 그런데도 실제로 이 게시판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청년이 거의 대부분이니 별 수 없군요. 우리 성당도 빨리 홈페이지가 만들어져서 초등학생들도, 중고생들도, 어른들도 참여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아무튼 오랜만에 글을 올립니다.

날이 많이 따뜻해졌습니다. 나들이 하기에 적당한 날씨 같아요. 학생들은 봄방학을 해서 친척집이나, 놀이 공원 등에 많이들 놀러가겠군요. 그리고 새 학년을 맞이할 준비를 하겠지요.

 

오늘은 정월 대보름입니다. 2000년 대희년을 맞이해서 처음으로 맞는 정월 대보름이군요. 어제 일기 예보를 들으니 오늘은 날씨가 흐려서 대보름달을 볼 수 가 없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제 생각에는 날씨 때문에 대보름달을 볼 수 없는 것이 아닌 것 같아요.

 

며칠전이 발렌타인 데이였지요. 우리 본당 게시판에도 그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올라와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서로에게 사이버 초코릿을 전해주고, 그것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위로의 말들이 올라오고, 그 뿐 아니라 14일의 행사들이 알려지고 말입니다.

 

그런데 막상 우리 고유의 명절인 정월 대보름날인 오늘은 게시판이 매우 쓸쓸합니다. 우리 모두가 정월 대보름을 잊고 살거나, 기억하더라도 나와는 상관없은 할아버지 할머니들께만 해당되는 날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어렸을 때 생각이 납니다. 부스럼을 막기 위해서 부럼을 까먹지요. 특히 우리집은 잣불켜기 놀이를 제일 재미있게 했습니다. 잣의 딱딱한 껍질을 속살이 다치지 않게 깐 뒤, 잣의 뽀족한 부분이 위로 오게 하고 그 밑에 바늘을 꼽습니다.

그리고 바늘을 손에 들고 잣에 불을 붙이지요. 그러면 잣에서 나오는 기름 때문에 불꽃 모양이 매우 여러 갈래로 뻗어 나갑니다.

가족들이 모두 잣을 꼽은 바늘을 들고 동시에 불을 붙여서 누구 불꽃이 제일 멋있는지 보는 것이지요. 그리고 누구 불꽃이 제일 오래 가는지도 보구요.

그래서 가장 멋있고 가장 오래 켜진 불꽃의 주인은 올해에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고 축하를 받습니다.

 

사랑하는 청년 여러분, 시간이 흐를수록 왜 가정은 점점 멀어지고 또래끼리만 모이고 노는 것일까요. 우리 한번쯤 생각해봅시다. 나는 가정의 한 일원으로서, 우리 집의 딸 아들로서 얼마나 가정을 생각하고 가족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을 많이 가졌는지요.

 

물론 가족들과 함께 있으면, 세대 차이가 나고 그래서 말도 안통하고, 술도 제대로 못 마시고, DDR을 해도 재미가 없고, 노래방에 가도 재미가 없겠지요. 하지만 원래부터 그런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이미 너무 가족들과 멀어져서 생활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선조들은 가족 중심의 놀이 문화를 매우 발달시켜 왔습니다. 명절에 하는 많은 놀이들이 가족 단위의 놀이들이지요.

 

청년 여러분, 어색해져버린 우리의 문화를 다시 일으킵시다. 그래서 부모님과 단절된 생활에서 다시 부모님과 많은 대화를 나누는 생활로 돌아갑시다.

그것이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우리의 모습임을 잊지 맙시다.

 

오늘 정월 대보름은 그렇게 가족들과 함께 지내는 훈훈한 명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그렇게 되면 저는 혼자이겠지만, 그래도 여러분들이 가족들과 함께 우리의 명절을 지낸다면 저는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오늘 잣불을 켜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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