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검정성당 자유 게시판

있는 것이라곤 군복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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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수 [francisco2] 쪽지 캡슐

2000-05-31 ㅣ No.1056

 

 

 

 

    새로운 노래를 주님께 !

 

 

 

--- 있는 것이라곤 군복(軍福) 밖에.. ----     [ 어떤 군종신부의 글 ]

 

                          (육군 제2훈련소 연무대성당 권상목 신부)

 

  어느덧 4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군종신부 생활도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이 시점에서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 보니, 왠지 남다른 감회가 떠

오른다.  안동교구에서 보좌신부를 두 곳에서 하던차 군종신부로 누군

가 한명 가야 한다는 얘기에 설마 나는 아니겠지 하고 생각하였다.

  신부된지도 5년이 넘었고, 본당신부 생활도 벌써 두 번째니 다소 안

정권에 들었다고 생각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막상 주변들 돌아보니 그

것만도 아니었다.  가야만하는 상황에서 갈 수 있는 신부는 그리 마땅

치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고뇌 끝에 결단을 내렸다.  가자! 군대로...

 

  신부라는 이유 하나로 군을 두 번씩이나 오게 된 것이다.

  흔히들 군대는 두 번 다시 올 곳이 못된다는 말들을 사병생활 때 곧

잘 하곤 했었다.  그런데 그런 군대를 두 번째 오게 된 것이다.  군종

신부 하면서 강론시간에 이런 말로 신자들을 웃기곤 하였다.

  "제가 여복이 있습니까? 처복이 있습니까?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

니 한가지 복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바로 군복입니다."  군복 즉,

군대복인 것이다.얼마나 군복이 많았으면 군번도 3개일까.  사병군번

하사군번, 거기에다 장교군번 까지...

 

  그런데 군대는 그야말고 황금어장이라는 것이 실감났다.  그것도 순

전히 20대 초반의 젊은이들로 말이다. 안동교구 청년들 모임이라 해서

가보니 다 모였다고 하는 것이 백명도 채 안되었다.  그것도 절반이상

이 여자들이니 도대체 남자들은 다 어디갔나 할 정도이다. 안동교구의

신부들은 남자 청년들을 ’천연기념물’이라고 부른다. 그만큼 귀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군종신부로 있다보니 발에 채이는 것이 이 ’천연기념

물’들이었다.

 

  "깊은데서 그물을 쳐라"는 예수님의 말씀처럼 열심히 그물을 쳤다.

그리고 과연 그물이 찢어진 정도의 체험도 했다.   전방에 있을 때도

그러했고, 지금 있는 논산훈련소에는 더욱 그러하였다.   매주 3천명

의 훈련병들이 성당을 찾아든다.   그리고 그중 7백명 정도가 교리를

듣고 있다.  매달 평균 영세자 수는 4백여명, 한주에 100명꼴이다.

작년 한해에 영세자 수는 3천명이 넘었고, 올해 영세자 목표는 4천명

이다.  잘하면 5천명도 될 것 같다.  1월부터 4월까지 벌써  1,700명

정도이니까 말이다.

  군종신부의 장점은 훈련병과 사병들의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는데 있다.  조금만 관심을 가져주고, 들어주고,  다독여 준다면

그들은 누구보다도 군종신부를 좋아하게 된다. 나같은 신부에게도 보

고싶다고 말하는 사병들이 있는 걸 보면 말이다.

 

  이제 군종신부 생활도 접어야 하니, 앞으로 이런 체럼과 경험은 소

중한 추억으로 간직될 것 같다.  언제 이런 젊은이들을 만나고, 이렇

게 많이 영세 시킬지는 앞으로도 장담 못할 것 같다.  그들이 나가서

신앙생활을 잘 할지, 그렇지 않을 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성당에

서의 푸근함 정도는 가지고 있으리라 여긴다. 그들도 인간인 이상 쵸

코파이에다 성체까지 공짜로 받아 먹은 마당에,  쉽게 배신자가 되진

않을 것이다.

 

  군종신부는 울며 왔다가 울고 가는 것 같다.   두 번씩이나 오자니

울며 오고, 막상 떠나자니 아쉬워서 울고....  참! 우는 자에게 복이

있다고 했었지....

 

  주어진 모든 시간에 감사한다.

 

 

한국가톨릭군종후원회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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