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암동성당 게시판

연중 제16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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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2001-07-22 ㅣ No.644

연중 제16주일(다해. 2001. 7. 22)

                                                  제1독서 : 창세 18, 1 ∼ 10a

                                                  제2독서 : 골로 1, 24 ∼ 28

                                                  복   음 : 루가 10, 38 ∼ 42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한 주간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여름의 더위와 장마를 절실히 체험한 한 주간이었습니다.  불보다 무서운 것이 물이라고 하던데 지난번 갑작스러운 폭우로 많은 우리 형제, 자매님들의 가정이 그리고 다른 이들의 가정이 피해를 보고 슬퍼하였던 시간이었습니다.  모두가 용기를 가지고 어려움을 이겨나가야 하겠습니다.

 

  "어떤 젊은이가 길을 가고 있는데 갑자기 세상을 밝게 비추는 빛이 비쳤습니다.  젊은이는 그 빛 덕분에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세상을 선명하게 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뒤를 돌아보니 어두운 그림자가 누워있었습니다.  그림자를 본 순간 청년은 두려워서 빠르게 걷기 시작했습니다.  정신없이 걷다가 뒤를 보니 그림자는 여전히 거기 있었습니다.  청년은 그래서 뛰었습니다.  기진맥진할 때까지 뒤를 보지 않고 달렸습니다.  그러나 그림자는 빨리 뛸수록 빠르게 쫓아왔습니다.  결국 청년은 더 이상 뛸 힘이 없어서 커다란 나무 그늘 아래 털썩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림자는 그 순간 사라졌습니다."

  모두가 바쁘다고 하며 사는 세상입니다.  그렇게 바쁘지 않으면 남에게 뭔가 뒤지는 것 같고 모자란 것 같아 모든 것을 다 잡아보려 정신없이 뛰어 다닙니다.  그런데 막상 우리는 다시 그 자리에서 더 빨리 다니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하고 있을 때가 더 많습니다.  분주하고 앞만 보고 달리는 사람은 자신의 그림자에 놀라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쫓겨다니고 맙니다.  쉴새없이 부지런하게 움직이며, 무엇인가를 하다 보면 가끔 경솔하게 행동하게 되고 그것 때문에 오해를 받거나, 오해를 하게 되어 마음을 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바쁘게 움직이고, 분주하게 움직인다고 다 잘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자신을 돌아볼 수 있으며, 여유를 가져야 다른 이들의 소리를 올바르게 들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럴 때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하느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옛 우리의 조상들은 학문의 목적을 바로 아는 것을 살아가는 것, 실천하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이는 들어서 알고 배운 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바로 학문의 목적이요, 삶의 목표였다는 것입니다.  듣는 다는 것은 바로 정보를 얻는 다는 것입니다.  무엇인가를 듣는다는 것은 바로 아는 것입니다.  잘 들어야 올바르게 정당하게 움직일 수 있는 것입니다.  경솔한 행동이나 오해를 살만한 행동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는 청행일치의 삶입니다.

 

  들은 것을 실천하는 이의 모습을 오늘 제1독서에서 자기 천막 앞에 서 있는 세 나그네를 보고 뛰어나가 맞으며 땅에 엎드려 '쉬다 가시라'고 청하는 아브라함에서 볼 수 있습니다.  한창 더운 대낮에 길을 걸어 지친 나그네에게 나무 그늘로 안내하여 발 씻을 물을 길어다 주고, 음식을 장만하여 대접하는 정성과 사랑이 분주하고 바쁘게 움직이는 현대의 우리들에게는 찾아보기 힘든 일인지도 모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너는 많은 일에 다 마음을 쓰며 걱정하지만, 실상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그 한가지가 무엇인지 우리 찾아보아야 하겠습니다.  그림자에 쫓기어 달아나던지 아니면 잘 듣고 행동으로 옮기던지 말입니다.

  그러나 잘 듣기 위해서, 주님의 말씀을 듣기 위해서 일상의 생활을 접어두면 곤란합니다.  말씀을 듣는 일은 우리의 삶 속에서 이루어지는 일이며, 우리의 삶을 벗어나서 듣는 일은 무지한 독단이 되기 쉽습니다.  또한 듣지 않는 삶은 공허한 메아리와 같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라고 하시는 예수님의 말씀처럼 새로운 한 주간을 살아가면서 하루하루 우리 자신이 한 많은 일들 가운데 정말 필요한 한 가지가 무엇이었는지 생각해봅시다.  혹시 마음을 빼앗기고 있는 많은 부분이 불필요한 것은 아니었는지 말입니다.  한 주간 우리에게 주어진 삶 속에서 잘 듣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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