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암동성당 게시판

부활제4주일(성소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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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2000-05-13 ㅣ No.807

                    부활 제4주일(성소주일. 나해. 2000. 5. 14)

                                            제1독서 : 1사도 4, 8 ∼ 12

                                            제2독서 : 1요한 3, 1 ∼ 2

                                            복   음 : 요한 10, 11 ∼ 18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한 주간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이번 한 주

간은 제가 견진 성사를 받는 것도 아닌데 기도하고, 준비하고, 바쁘게 보낸

듯한 시간입니다.

  제가 군에 갔을 때 이야기를 해드리지요.  육군 병장 이 병장의 병영일기

라기보다는 선교일기라는 말이 맞을 겁니다.  제가 통신대로 배치를 받고 부

대에 가니 감리교 신학교를 다니던 고참이 있었습니다.  항상 조용하고 무엇

인가를 생각하던 그 고참을 다른 고참들이 저와 종교적인 싸움을 붙이기 위

해 노력을 했지만 저의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과 그 고참의 조용한 성격 때

문에 싸우지는 않고 잘 지내게 되었습니다.  하루는 종교가 없는 고참과 함

께 보초근무를 나가게 되었는데 거의 4시간을 서야 하는 보초였기에 저는

그 고참에게 천주교에 대해 알고 싶지 않느냐고 설명해 주겠다고 말하고 열

심히 설명했습니다.  앞으로 훌륭한 신부가 될 저였기에 열심히 설명을 했습

니다.  저의 생각으로는 아주 쉽게 설명하고 질문에 답도 잘했는데 끝에 그

고참은 "정말 수고했어, 그런데 나는 잘 모르겠다"라는 말을 남기도 가버리

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저의 자존심은 상하 다 못해 부패할 정도였습니다.  

지금까지 배운 것이 헛배운 것 같고 내자신의 무능하다는 생각마저 들었습

니다.  생각해 보면 저에게 있어서 군 생활은 지금도 도움이 됩니다.  믿지

않는 사람에게 하느님을 이해시키기가 얼마나 힘들고, 그들이 천주교를 어떻

게 생각하는 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손바닥이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우리가 살아가는 생활 속에서도 아주 중요한 이치입니

다.  신앙인이 된다는 것은 손바닥이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이 하느님의 부르

심에 우리들이 자유롭게 응답을 해야 가능합니다.

 

  오늘은 성소주일입니다.  오늘은 흔히 사제로 수도자로 불림을 받는 것만

을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신앙인인 우리도 불림을 받았다는 것을 알아

야합니다.  하느님의 자녀가 된다는 것은 오늘 제2독서에서 요한 사도가 말

씀하신 것처럼 하느님의 그 큰사랑으로 된 것이며, 그래서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라고 불리게 되었으며, 세상 사람들이 우리를 알지 못하는 것은 그들이

하느님을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불림을 받은 사람은 그 부르심

에 응답해야 합니다.  마음이 열려있지 않으면 아무리 쉽게 설명하고 쉽게

보여주어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부르심에 꼭 필요한 것은 바로 응답입니

다.  여러분이 부르심에 응답하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아무

리 많은 시간을 투자해도 응답이 없다면 짝사랑이 되고 말 것입니다.

그러나 마음을 움직이게 하기 위해 우리가 살아가면서 우리가 믿고 있는

하느님이 옳으시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합니다.  우리의 말뿐 아니라 행동으

로 말입니다.  같이 나누는 삶, 같이 아파하는 삶, 같이 사랑하는 삶, 정의

로운 삶, 정직한 삶이 되어야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양들이 착한 목자를

알아보는 것은 그 목자가 자신들을 사랑하고 자신들을 위해 목숨까지도 바

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죽음은 바로 우리를 위해 당

신 스스로 내어주신 일이며, 그것은 하느님의 생명에로 참 생명으로 이끌어

주시는 것입니다.  양들을 생명으로 이끌어 주시는 착한 목자의 삶을 본받아

야 합니다.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오늘 성소주일을 맞이하여 하느님의 부르

심에 응답한 우리 신앙인들은 이제 이웃에 하느님의 사랑을 전해야 하겠습

니다.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한 우리 신앙인들은 모든 것을 포용하면서도

예수님께서 가르쳐 주신 사랑의 삶을 살아야 하겠습니다.  그럴 때 다른이들

은 하느님의 부르심을 알아듣고 마음이 열려 답을 하게 될 것입니다.  하느

님의 부르심에 자유롭게 응답하도록 우리가 도와주어야 합니다.  스스로 자

유롭게 선택한 일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듯이 우리가 함께 도와주면

그들이 하느님의 부르심에 자유롭게 응답할 것입니다.  또한 사제직에 불림

을 받은 저희들과 신학생들 그리고 수도직에 불림을 받은 이들이 항상 주님

의 뜻을 따라 살아가도록 기도해주시는 것도 잊지 마시고 끊임없이 기도해

주시길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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