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동성당 게시판

흑산도 아가씨 -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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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자 [stellara] 쪽지 캡슐

2002-11-29 ㅣ No.3177

 

(그녀의 처녀 시절)

 

1. 스텔라가 된 그녀

 

20대의 빛나는 시절을 맞게 된 그녀, 소공동의 어느 회사에 근무하게되어 대한민국의 화려한 도시 생활을 하게 되었어요. 그 시절 지적 호기심을 많이 채우고 싶은 욕구, 단조로운 일상에서 오는 지루함, 외로움 등등으로 심란한 시절을 지내고 있었지요. 어느날 자주 가는 거래처를 가다가 지나가게된 명동성당을 들어가 보고 싶었지요. 왜 그날 그런 마음이 들었었는지 들어가 보지 않고 그냥 지나갔다면 지금의 스텔라는 없었을테지요. 무엇하는 곳인지 어떤 신앙생활을 하는지 잠시 두려움이 들기도 하고 호기심이 일기도 하였지요. 길고 아름답게 울리던 삼종기도때의 성당 종소리. 아아... 내 안의 평화가...

한동안의 갈등기를 지나 교리반에 들어 갔지요. 뭐가 뭔지도 모른체 영세식까지 왔고 이쁜 ’스텔라’라는 본명으로 정해져 세례를 받았지요.

가끔 추기경님이 올리시는 미사에도 자주 참례케 되었고...

영세식날엔 왜 그렇게 뜨거운 열정과 눈물이 흐르는지요. 성령께서 저에게 머무르심인가...

비밀 한가지. 오랜 세월이 흘렀으니 이제 챙피하지는 않겠지요?

첫영성체때의 첫기도는 이루어 진다는 속설인지 뭔지를 귀동냥으로 들은 우리의 스텔라는 ’신자인 사람과 결혼하게 해달라’고 지극히 착한 기도를 올렸지요. 그런데 그런데 우리의 멋진 주님은 3년후 그 소원을 들어주시어  제가 영세한 명동성당에서 멋진 결혼식을 올리게 해 주셨어요. 멋진 우리 주님.....

여러분은 이런 주님에게 어떤 첫기도를 올렸는지요?  이루어졌나요?

알고 싶어요.  

 

2. 선녀(?)와 나뭇꾼

어느날 친구 여섯명과 연휴를 이용하여 등산을 가기로 하고 어느 산악회를 따라 지리산 등산을 갔어요. 다음날 이른 새벽 산행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리더는 우리에게 짐을 줄이라고 했지만 젊은 아가씨들은

바리바리 짐을 진채 말을 듣지 않았지요. 1시간쯤 가다가부터 우리 여섯은 헉헉거리고 힘들어서 서로 배낭을 안지려고 꾀를 부리고 있었지요. 영세후 1년쯤된 우리의 스텔라, 그때는 천사표 마음을 가졌는지라 혼자 지고 가겠다고 했지요. 우리 주님은 십자가를 지고 골고타 언덕을 오르셨느데 이 정도 쯤이야...  오호, 하지만 장난이 아니었는지라 자꾸만 뒤로 처지는 저를 보며 뒤에 따라 오르던 청년은(친구가 하는 산악회의 후미를 봐 주기로 하고 왔던 청년) 배낭을 대신 져 주겠다고 하는것이어요. 자존심하나 굳건한 스텔라 아가씨는 "남에게 폐끼치는 일은 할 수 없다."며 배낭을 주지 않았지요. 그 고집 아무도 못말린다고 지금도 얘기 한답니다.

한참후 그 청년 혼자서 고요히 노래를 부르는 거예요. 가톨릭 성가의 어느 노래를... 아니, 귀가 번쩍... "아저씨, 천주교 신자세요?....." ...............

..............

..............

 

 

그때부터 무거운 배낭도 그에게 주고 둘이 살짝(?) 손잡고 제일 먼저 천왕봉에 올라 만세를 불렀지요. 우리를 본 다른 친구 다섯명, 기가 막혀하며.......

토요일이면 명동성당에서 만나 토요 특전 미사를 드리고 일요일이면 서울 근교 산으로 등산다니며 우리의 사랑을 키워갔지요.

 

그리하여 영세한 성당에서 우리의 백베드로와 정스텔라는 첫영성체때의 기도대로 성가정을 이루어 알콩 달콩 잘 살고 있습니다. 가끔은 눈흘기고 째려보고 소리지르고 싸움도 하며 살지만 그래도 그때 만남의 순간들을 되새기면서 선녀(?)와 나무꾼으로 살고 있습니다.

재미있으셨나요.

 

다음날 또 뵙지요.

서툴러서 작성중 자료가 다 날라가서 다시 쓰느라고 밤이 깊었네요.

편한밤 되시고 ...

스텔라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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