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의 肉개장

인쇄

유지연 [xyz2] 쪽지 캡슐

2003-03-14 ㅣ No.2895

+

점심시간이 되어 식당으로 내려갔는데

오늘 한식 메뉴는 육개장이고 분식쪽 메뉴는 김치볶음밥이다.

볶음밥은 맛없는 걸로 유명한지라 식판을 들고 육개장쪽으로 섰다.

딱 세숟갈째..

오늘따라 유난히 부드러운 육질에 흐뭇해하며 맛있게 후루룩거리던중

갑자기 목에 개미떼가 달라붙어 깨물듯 따끔거려오더니

그게 점점 잇몸까지 번져온다. 으윽..숟가락을 놓치고 두손으로 목을 잡으니

옆에서 같이 먹던 직원들이 왜 그러느냐 한다. ..나만 그런거다.

얼른 물로 입을 헹구고 화장실로 가서 혀를 내밀고 목구멍을 들여다보니,

오돌도톨한 것들이 빠알갛게 목주변에 잔뜩 솟아올랐다.

기분이 나빴다.갑자기 왜 이러는거지..?

시간이 지날수록 화끈거려, 약국을 찾았다.

"먹으면서 그랬다구요? 거 이상하네..아무리 알레르기라도 시간이 지나야

반응이 오는건데..육개장이 아니라 아침에 뭘 잘못 먹은거 아니예요?"

약사의 말씀이다. 똑같은 음식을 먹어도 그런 반응은 한두 사람이란 말도 들었다.

그래..그전에 먹은게 지금 먹은것들과 문득 사랑을 나누고싶어

화학반응을 일으켰나보다, 생각하려해도

내가 아침에 먹고나오는건 언제나 그렇듯 과일과 우유밖에는 없는데.

 

사무실로 돌아오는 계단을 오르면서..아차,싶다.

워낙 잘 깜박깜박하는지라 올 사순엔 금요일마다 꼭 잊지말고 금육을 하기로 마음먹었는데

아무 생각없이 그냥 옆사람들 먹는데로, 때가되어 허겁지겁 먹다보면,

그렇게 바로 몇시간전에 스스로 한 결심을 까맣게 잊는다.

알러지 약을 먹으니..정신은 몽롱하지 입안은 따끔거리지

부작용인지 나중엔 호흡곤란까지,,약속이건 뭐건 다 취소하고 여섯시가 되기를

시계만 노려보다가 퇴근하고 돌아오니 아픈건 많이 나았는데

부실했던 점심에 배는고프고,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ㅡ,.ㅡ

 

엄마: 니가 무의식중에 금육을 어겼음을 몸소 알려주신 거야.

나:   내가 알고 그랬어요? 까맣게 잊고있었다니깐.  그리구

그게 그렇게 중요해요? 비통한 얼굴로 단식하지 말라잖아요. .변명이...좀 시원찮다.

. .과유불급이란 말이 절실해지는 이 시기, 사람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홀가분한 금요일 저녁, 여느때처럼 모여 신나게 웃고 떠들려면 술과 고기가 필요하다..

요새 무엇을 절제할까 하여 고민하지만

이건 이래서 안되겠고 저건 저래서 안되겠고.. 도대체 어느 한가지라도 없으면

삶이 흔들릴것같은 생각에 난 무엇 하나 내놓기 어려워 한다..

알고 저지르는 잘못이나 모르고 저지르는 잘못이나

살다보면, 핑계가 얼마나 많은지. 하지만 올해는 은근슬쩍 합리화하고 넘기면

내 몸에 큰 상처(?)가 남을것 같다ㅡ,,ㅡ

당연한것부터 시작해야지.

이젠 까먹지말고 자연스럽게, 禁요일에 肉. 에고 정말.. 이런.. 두드러기라니..

ㅠ,ㅠ..stellar*

+

 



84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