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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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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건기 [jamesbae] 쪽지 캡슐

2001-07-19 ㅣ No.1175

격려와 위로의 말 한 마디가 삶을 좌우 합니다.

 

우연히 어느 자매님과 대화를 하게 되었다.

점점 대화의 시간이 늘어 갔다.

그래서 그 자매님의 깊은 속 사정을 자세히 알게 되었다.

신부님들은 고해성사의 비밀을 무덤까지 가져 갈 것을 맹세하고

그 비밀을 지키기 위해서 순교까지 하는 경우가 있다는데......

이 이야기를 털어 놓을 수밖에 없는 것은 바로 우리들이 흔히

겪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남편과는 헤어진 상태이고 혼자서 가장 노릇을 한 것까지는 좋은데

큰 딸은 정신 분열증에 걸려있고, 작은 딸은 엄마의 희망이자 등불로서

아주 착한 명문대 학생이라고 한다.

작은 딸은 흠이라면 한 가지 건망증이 심하다는 것이다.

(물론 대화를 통해서 작은 딸이 건망증이 왜 생겼는지는 알 수 있었다.)

착하고 예뻤던 큰 딸이 갑자기 대학교 1학년 때 발병하여 세상을

등지고 싶을 정도로 괴로웠던 모양이었다.

 

정말 무슨 말로 위로를 해주어야 할지 매우 난처했다.

일단 대화를 하면서 가장 먼저 인식시켜 주어야 할 것은 그 자매님으로

하여금 자신이 처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었다.

호스피스 교육 과정에는 죽음 앞에 나타나는 다섯 가지 단계가 있다.

그 첫 번째 과정이 "부정" 이다. 자신은 그럴 리가 없다면서 부정한다.

차차 그것이 현실로 자기 앞에 다가올 운명을 알게 되면 그 다음에

나타나는 것이 "분노"이다. "왜 하필 이런 일이 내게~ "

 

그러면서 "타협", "수용"의 단계를 거치면서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편안한 죽음을 맞이 하도록 도와 준다는 것과 지금 고통 중에

있는 이 자매님의 사정과는 어쩌면 다른 경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의 살아가는 데 있어서 지난 시절은 그렇다치고 남은

인생만이라도 비록 고통스러운 현실이 자신 앞에 놓여 있지만

주어진 여건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최대한의 행복을 찾게 해

주어야 한다는 뜻에서 이 과정을 빌려 대화를 시작했던 것이다.

 

대화를 자꾸 하면서 하느님도 배척을 했고, 하느님을 원망도 하였다는

것을 알았고, 가족과 함께 전부 세상을 등지고 싶었던 충동도 있었다고

했다는 사실도 알았다.

심리적으로 매우 나약해져 있고 불안 심리에 쌓여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우선 큰 딸의 병으로 인한 고통에 대한 인식을 바꾸도록 주문을 했다.

비록 정신 분열 상태이지만 스스로 걸을 수도 있고, 스스로 밥을

떠 먹을 수도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이냐고, .....

 

일생을 누워서 살 수밖에 없고, 밥도 누가 꼭 떠먹여 주어야 살 수밖에

없는 가족의 어머니보다 얼마나 고마운 일이냐고, .....스스로 대 소변을

해결하고 있다는데 꼭 대 소변을 받아 내야하는 부모보다 얼마나 고마운

일이냐고, ....의사 표현을 못하는 것보다 스스로 의사 표현을 하고 있음이

얼마나 고마운 일이냐고, .... 사지가 없는 사람도 있다는데, ....

지금까지 참으로 중요하고 위대한 어머니의 역할을 잘 하셨고,

또 앞으로도 그렇게 하셔야 한다고.......

이렇게 힘든 일을 어떻게 혼자 감내하시려 하느냐고 하면서 하느님께 의탁할

것을 부탁했다.

너무나 큰 장벽을 앞에 두고 대화가 되지 않던 그 부인은 점점 진지하게

이야기를 들어주기 시작했고, 심리적 변화가 있음을 느꼈다.

 

그 다음 날에도 또 그 다음 날에도 끊임없이 대화를 했다. 거의 보름 동안...

그간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오늘 처음 밝히는 것이지만 이제 그

자매님의 얼굴에 웃음이 나타났다는 것을 밝히는 것이다. 너무 기뻐서......

인간의 내면 깊은 곳에는 종이 한 장 차이의 양면성이 잠재해 있다.

얼마든지 자신의 삶을 생각하기 나름으로 행복하게 또 불행하게 살아갈

수가 있다는 것이다.

 

아직도 그 분에게는 대화의 필요성이 더 남아 있다.

큰 딸이 병을 앓고 있지만 사실 더 큰 병은 이 자매님이 앓고 있다는 것이었다.

사실 대화를 통해서 내가 그분을 통해서 많은 치유를 받았다고 시인하지

않을 수 없다. 나를 다시 한 번 돌이켜 볼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

 

여러분들의 주위에 이와 유사한 일들이 매우 많을 것입니다.

그런 분들에게 따뜻한 대화 한 마디가 그 사람의 행복을 되찾아 준다는 것을

생각하여 주저하지 마시고 다가 가 주시기 바랍니다. 그 사람의 행복이 바로

나의 행복이 될 수 있으니까요....

 

오늘도 따뜻한 말 한 마디로 우리 서로 사랑을 나눕시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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