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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선교의 첨병 '군선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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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순 [ysresa] 쪽지 캡슐

2006-09-27 ㅣ No.2363


군종교구-군선교의 첨병 '군선교단

군종교구-군선교의 첨병

‘군선교단’

군선교사들과 맹호본당 주세익 신부가 훈련병들과 신앙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10개월새 1500여명 세례 이끌어

 

지난해 발족후 주로 신병교육대에서 활동
지원없이 자비털어 최전방까지 선교 나서

찌그덕 찌그덕 소음을 내며 사력을 다하는 듯한 대형선풍기도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컨테이너 막사 안의 열기는 어찌할 수 없는 듯 더운 바람만 내놓고 있었다. 선풍기 바람마저 잘 가닿지 않는 곳에 자리잡은 훈련병들은 줄을 잘못 선 자신의 선택을 두고두고 후회할 지도 모를 일이다.

9월 3일, 군종교구 군선교단(단장 김종득, 지도 이종덕 신부) 선교사들이 찾은 육군 맹호부대(수도기계화보병사단) 신병교육대 내무반은 말 그대로 한증막이나 다름없었다. 더위가 저만치 물러나는 듯 하늘은 높아져 있었지만 절연재도 없는 철판을 맞대 지은 컨테이너 막사는 아직도 병사들을 괴롭히고 있었다.

맹호부대 훈련병들의 교리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조정순(아숨타.50.서울 망우동본당) 선교사는 그런 훈련병들의 모습이 안타까운지 홍종식(라파엘.57.서울 거여동본당) 선교사가 교육을 진행하는 중에도 몇 번이나 교리실을 들여다본다. 일요일 오후 2시부터 두 시간 남짓한 종교시간을 이용해 마련한 신병교육대 교리반에는 아직 계급장도 달지 못한 40여명의 까까머리 훈련병들이 홍 선교사의 입만 바라보고 있었다.

“여기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천주교를 믿지 않아도 좋아요. 그렇지만 종교를 가지는 게 여러분들의 군 생활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조금만 지나 보면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천주교를 처음 대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어서 홍 선교사는 자신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더욱 조심스럽다. 셔츠 속으로 흐르는 땀을 흘려보내길 1시간, 첫 강의가 끝나자 다른 대책을 세워야만 했다. 이러다간 강사도 병사들도 지쳐 쓰러질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막사 밖 나무그늘 아래에 즉석 교리실이 차려졌다. 최대한 편한 자세로 교리를 들어도 좋다는 홍 선교사의 말에도 훈련병들의 자세는 ‘직각’이다. 옆에서 훈련병들을 지켜보고 있던 조교의 ‘편히 쉬어!’라는 구령이 떨어지고서야 어깨와 허리가 들썩인다.

늦더위 속에도 열심인 병사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군선교단 김종득(아우구스티노.51.육군 남성대본당) 단장의 얼굴에는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 스치고 지나갔다.

“이렇게 비라도 피할 수 있는 교리실이 있는 경우는 다행입니다. 그나마 겨울에는 곱은 손을 녹여가며 교육을 진행해야 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지난해 10월 군선교단이 발족하고 난 이후 군선교사들이 활약하고 있는 부대는 3·5·8·9·17·25·28·52사단과 수도기계화보병사단, 특전사령부, 육군종합행정학교 등 모두 11개 부대. 육군 3군 사령부 예하의 최전방 철책 부대에서 후방 교육부대, 특수부대까지 거의 망라돼 있는 수도권지역 부대들을 동·서·남·중부 지역 등 4곳으로 나눠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교리교육이 가장 필요한 신병교육대가 군선교사들의 주 활동무대다.

이날 오전 9시 3사단에서 있었던 교리교육을 마치고 곧장 맹호부대로 달려왔다는 조정순 선교사는 “오늘은 냉커피와 홍차를 150인분 정도 준비해갔는데 200명도 넘게 나와 교리가 끝날 때까지 조바심을 쳤다”며 상기된 표정이다. 그는 오늘 아침의 거사(?)를 위해 새벽 5시에 일어나 가족들 아침상을 봐놓고 아침 7시에 바리바리 싸둔 짐을 들고 집을 나섰던 것이다.

“교리실을 가득 채운 훈련병들을 볼 때면 쌓였던 피로와 갈등들이 단번에 씻겨 내려가는 느낌입니다.”

경찰선교와 병원 봉사도 함께 하고 있는 교육부장 김득원(가브리엘.60.서울 창4동본당) 선교사도 비슷한 경험을 털어놓는다. 매 주일마다 5사단을 찾고 있는 그는 새벽 5시면 일어나 신병 교리교육을 위해 두세 번씩 차를 갈아타는 수고를 마다않고 서너 시간 차를 타고 선교 현장을 찾는다.

이런 노력 끝에 자신들을 통해 하느님을 만난 이들이 세례성사를 받고 자대 배치를 받아 떠나는 걸 보는 게 이들에겐 최대의 기쁨이다. 지난해 군선교단이 발족한 후 10개월 남짓한 사이 1500명이 넘는 이들이 주님의 자녀로 다시 태어난 게 이들이 군 선교 현장에 남긴 뚜렷한 족적이다.

하지만 군 선교에 대한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이들에게 어려움이 없는 건 아니다. 현재 선교사가 활동하고 있는 부대 가운데 반 이상은 교리실이 아예 없거나 있더라도 대부분 낡을 대로 낡았다. 비라도 안 오면 나무 그늘이라도 찾아 교리교육을 할 수 있지만 날씨마저 도와주지 않으면 예비신자들을 부대 이곳저곳으로 끌고 다니다 맨손으로 돌려보내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음악선교단에 연예인까지 불러다 교육 부대를 휩쓸고 다니다시피 하는 개신교를 볼 때면 허탈해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병사들에게 지원할 간식 부족이나 음악 봉사자 등 지원 인력의 부재 등은 이미 ‘고전’축에 드는 얘기다.

이런 이유로 군선교사들의 발걸음은 갈수록 무거워져 가고 있다. 실제 군선교단 출범 당시 33명으로 첫발을 내디뎠던 선교사들은 올 봄 46명까지 늘어났다 현재는 22명으로 줄고 말았다. 가정주부로 집에서, 본당에서 1인 2, 3역을 하면서도 열의를 불태웠던 이들이지만 아무 지원 없이 자력으로만 버티기엔 애초 한계가 명확했던 셈이다.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사랑만으로 보수나 특별한 지원도 없이 자비를 털어가며 군 선교 현장을 누비고 다녔지만 현실의 벽은 너무 높았던 것이다.

8사단 교리교육을 맡고 있는 박미라(소화 데레사.58.서울 화양동본당) 선교사는 “누구의 강요에 의해서도 아니고 주님에 대한 사랑만으로 나선 일이지만 가족과 주위의 정신적 지원과 관심 없이는 이어나가기 힘들다”며 “군 선교에 대한 꾸준한 지원과 관심만이 선교 현장에서 느낄 수 있는 회의와 자괴감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득원 선교사는 “군 선교가 군종교구만의 일이 아님에도 민간 본당이나 교구의 관심은 개신교만큼 높지 못한 게 현실”이라며 “군 선교 현장에 있는 이들이 자신들의 역량을 충분히 펼칠 수 있도록 자매결연, 지속적인 후원 등을 통해 지원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의 010-8008-2046
55tino@hanmail.net 군선교단


“선교의 불씨 살려나갈 관심과 지원 필요합니다”
■ 인터뷰/군선교단 김종득 단장

“군에 새롭게 불붙기 시작한 선교의 불씨를 이대로 꺼뜨릴 수는 없습니다. 이 불씨를 소중히 살려나갈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십시오.”

지난해 10월 군종교구 역사에 새로운 발걸음을 아로새기며 출발한 군선교단 김종득(아우구스티노.51.육군 남성대본당) 단장은 여전히 결의에 찬 모습이었다. 군선교단 발족 이후 부인 남해숙(가브리엘라.49)씨와 함께 군 선교 현장을 누비고 있는 김 단장에게서 풍겨 나오는 느낌은 주님께 대한 ‘확신’, 바로 그것에서 비롯된 것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올 초 대령으로 예편한 후 보장된 편안한 노후를 포기하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선교보다 몇 배나 품이 더 드는 군 선교에 나선 것은 오랜 군 생활 속에서 발견한 새로운 가능성 때문이다.

“갈수록 교회에서 청년들을 만나기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속에서 마음 놓고 청년들을 대하고 예수님을 전할 수 있는 군대는 하느님께서 준비해두신 선교의 황금어장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뜻을 같이하는 이들을 모아 터트린 일이 군선교단 결성이었다. 군선교단 발족 후 적잖은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군종신부가 근근이 미사만 봉헌하던 군 부대 곳곳에 교리반이 만들어졌고, 그 사이 1500명이 넘는 이들이 군선교사들을 거쳐 하느님의 자녀로 거듭 났다.

하지만 그를 비롯한 군선교사들 앞에 놓인 현실이 버거운 것 또한 사실이다. 주일, 전방에 위치한 서너 부대만 방문해도 차량 연료비 등으로 들어가는 경비가 수십만원을 훌쩍 넘기 십상이고 매주 병사들의 간식을 마련하느라 들어가는 돈도 적잖다. 그렇다고 도움을 주거나 알아주기는 커녕 본당 외부 일을 한다고 면박을 주는 이들 앞에선 회의감이 밀려들기 일쑤다. 이런 가운데 열정과 사랑만으로는 감내하기 힘들어 두 손을 들어버리는 동료들을 볼 땐 자신의 살을 도려내는 듯한 아픔이 밀려들곤 한다.

“군 선교사들 모두가 예수님께 대한 끔직한 사랑으로 나선 이들입니다. 이들 한가운데 심겨진 사랑의 불씨를 꺼트린다면 다시 지피기는 더욱 힘들 것입니다.”

김 단장이 가장 아쉬워하는 부분은 신자들의 지속적인 관심 부족이다. 군인주일이나 특별한 시기에 반짝하고 마는 신자들의 관심이 오히려 군 선교나 사목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지원 없이 그때그때 응급처방식으로 선교를 위한 재정과 인원을 충당하다 보니 지속적으로 선교사를 양성하고 자질을 높이는 일은 요원하기만 하다.

“저희는 저희 가운데 심어놓으신 주님의 사랑을 고스란히 쏟아내도록 하겠습니다. 나머지는 주님께서 채워주시리라 믿습니다. 저희의 모자라는 부분을 채워주십시오.”

 

 

출처 : 가톨릭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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