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동성당 게시판

★어느 신부님의 [默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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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열 [c.y.kim] 쪽지 캡슐

2000-05-08 ㅣ No.4418

† 찬 미 예 수 님 !

 

 

오늘의 묵상

 

사제관 문을 드나들며

 

사람은 고독할 때 성숙해진다고 합니다. 자신을 뒤돌아 볼 수 있고, 현재를 올바르게 바라보며,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시간은 홀로 있을 때 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비슷한 의미 같지만 외로울 때는 삶이 무의미해지고 허무에 빠져버립니다.

 

무기력해지고 무슨 일이든지 의욕이 생기지 않는 것은 바로 외로움에서 비롯됩니다. 저는 시골 성당에서 홀로 살아가는 천주교 신부입니다. 허름한 성당 옆에 사제관이 제가 거처하는 집이지요. 신자들을 만나거나 원주 등 나들이를 했다가도 그래도 집이라고 밤늦게 사제관으로 들어갑니다. 캄캄한 성당 마당을 지나 사제관 문을 열고 들어갈 때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사제의 고독이란 이런 것이구나!하고 생각합니다.

 

아무도 반겨주는 이 없는 집에 들어가야 하는 삶이 평생동안 계속될텐데 앞으로 외로움이 아니라 고독한 성숙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살아갑니다. 어떤 신부님들은 애완견을 기르면서 자신을 반겨주는 살아있는 동물을 소유한다는데 --- 하지만 저는 고독을 벗삼아 살아가렵니다. 저희 성당에는 혼자된 할머니들이 많습니다.

 

자녀들은 다 도시로 떠나고 남편도 일찍 가시고 혼자서 밥을 지어드시면서도 혼자 밥을 지어먹는 젊은 신부가 애처롭다고 깻잎반찬, 고추잎 반찬 등을 정성껏 가지고 오시는 할머니들을 생각하면서 함께 고독을 나누면서 살아갈 것입니다. 지금도 어디선가 외로움 때문에 이 가을이 더욱 쓸쓸하게 생각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저와 함께 고독의 성숙한 시간으로 나누시기를 기원합니다.  

 

<천주교 원주교구 대화성당 황인찬 베네딕또 신부>

사랑이신 주님!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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