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암동성당 게시판

연중 제13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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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2001-06-30 ㅣ No.632

연중 제13주일(교황주일. 다해. 2001. 7. 1)

                                               제1독서 : 1열왕 19, 16b. 19∼21

                                               제2독서 : 갈라 5, 1. 13 ∼ 18

                                               복   음 : 루가 9, 51 ∼ 62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벌써 일년의 반을 넘어 서고 있습니다.  시작할 때는 언제 올해가 가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한 일도 없이 벌써 한 해의 반을 보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최선을 다 하는 시간이었습니까?  최선을 다하며 지낸다, 성실하게 지낸다 하는 것은 쉬운 듯하면서 정말 어렵습니다.  최선을 다한다는 것, 성실하다는 것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다가오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기회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기회를 놓치고는 다시 기회가 오기를 기다리거나 아쉬워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잠언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모든 일에는 다 때가 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마다 알맞은 때가 있다.  태어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다.  심을 때가 있고, 뽑을 때가 있다.  죽일 때가 있고, 살릴 때가 있다.  허물 때가 있고, 세울 때가 있다.  울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다.  통곡할 때가 있고, 기뻐 춤출 때가 있다.  돌을 흩어버릴 때가 있고, 모아들일 때가 있다.  껴안을 때가 있고, 껴안는 것을 삼갈 때가 있다.  찾아 나설 때가 있고, 포기할 때가 있다.  간직할 때가 있고, 버릴 때가 있다.  찢을 때가 있고, 꿰맬 때가 있다.  말하지 않을 때가 있고, 말할 때가 있다.  사랑할 때가 있고, 미워할 때가 있다.  전쟁을 치를 때가 있고, 평화를 누릴 때가 있다."(잠원3, 1∼8)

  때를 잘 맞추기 위해서는 그 만큼 준비를 많이 하고, 성실하고, 최선을 다 하며, 결단과 희생과 노력이 필요한 것입니다.  항상 준비하고, 성실하다면 중요한 순간에 결단을 내릴 수 있고 그 결단 때문에 오는 희생을 감수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오늘 제1독서는 엘리야 예언자가 자신의 후계자로 엘리사를 부르는 모습이 나옵니다.  엘리사는 겨릿소를 가지고 밭을 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엘리야 예언자가 그 곁을 지나면서 겉옷을 벗어 엘리사에게 걸쳐 주자 엘리사는 지체없이 소를 버리고 엘리야에게 달려갔습니다.  여기서 엘리사의 확고한 자기 의지와 신념, 결단이 있었음을 느끼게 합니다.  신념과 결단을 가지고 준비한 엘리사는 황소를 잡고 쟁기를 부수어 그 고기를 구워 사람들을 대접하고 엘리사를 따라 나섭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부르심에 대한 내용이 있습니다.  첫 번째 사람은 "선생님이 가시는 곳이면 어디든지 따라가겠습니다."라고 강하게 예수님을 따르겠다는 의지와 신념을 보여 줍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단호하게 거부하십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것은 단순히 자신의 힘만으로 되는 것이 아님을 이야기 해주십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길이 인간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쉬운 길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인간적인 자유마저도 포기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기에 단순히 인간적인 의지와 신념만으로 따를 수 있는 길이 아니라고 하십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사람의 경우에는 가정적인 문제를 배려해 주신다면 따르겠다고 응답하지만 예수님께서는 단호하게 거절하십니다.  이는 철저한 자기 희생과 포기가 있지 않고서는 따를 수 없는 여정임을 이야기합니다.

 

  살아가면서 선택의 순간은 우리에게 늘 다가오게 마련입니다.  우리는 올바른 선택을 위해 노력합니다.  그래서 주님께 도움을 청하면 성령은 우리를 이끄십니다.  주님께서 우리를 이끄시는 길은 내 안의 욕심과 다를 때가 많습니다.  세상의 눈으로 볼 때 가치 있게 보이는 것과 하느님께서 보시기 좋은 것.  이 두 가지를 모두 내 것으로 만들고 싶지만, 이 두 가지를 다 채울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두 갈래 길에서 망설이고 있는 우리에게 주님은 과감한 결단으로 당신을 따를 것을 요구하고 계십니다.  우리의 선택이 올바르고 그 길을 어떠한 어려움에서든지 이겨나가려면 우리는 항상 준비하고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부르심은 우리에게 자유를 주시기 위함이라고 바오로 사도는 말씀하십니다.  "형제 여러분, 하느님께서는 자유를 주시려고 여러분을 부르셨습니다.  그러니 그 자유를 여러분의 육정을 만족시키는 기회로 삼지 마십시오.  오히려 여러분은 사랑으로 서로 종이 되십시오."  그 자유는 자신의 욕심을, 욕구를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랑의 정신으로 서로에게 가장 필요한 존재가 되어줄 수 있을 때 얻게 되는 그런 자유입니다.  자유롭기 위해 우리는 준비하고,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그 준비와 결단은 바로 ’사랑’ 입니다.

  우리가 선택의 기로에 있을 때 "여러분은 사랑으로 서로 종이 되십시오."라는 이 말씀을 잊지 맙시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사랑의 때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노력하고 준비해야 하겠습니다.  언제나 준비하는 삶을 살아가며 이번 한 주간 필요한 존재가 되어 주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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