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암동성당 게시판

성령 강림 대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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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2000-06-10 ㅣ No.871

                       성령 강림 대축일(나해, 2000. 6. 11)

                                             제1독서 : 사도 2, 1 ∼ 11

                                             제2독서 : 1고린 12, 3b∼7. 12∼13

                                             복   음 : 요한 20, 19 ∼ 23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지난 한 주간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정말

더운 한 주간이었습니다.  너무도 강한 햇볕 때문에 피정을 다녀온 저도 꼭

여름 휴가를 다녀온 듯이 되어버렸습니다.

  여러분 어떤 일에 있어서 생각보다 잘되거나 열심히 했는데도 생각보다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가 있으시죠?  저는 강론을 아주 열심히 준비하여 재

미있고 모두에게 감동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자신 있게 강론을 했는데 아

무 반응이 없어 당황한 적도 있습니다.  반대로 많은 준비도 하지 못하고 끝

낸 강론 때문에 창피하고 죄송해서 고개를 못 들고 있는데 아주 잘 들었다

고 좋은 강론이었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 저는 아

하느님께서 당신의 일을 하시는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성령께서 부족한

점을 채워주신다는 생각을 합니다.

 

  우리가 열심히 하였는데도 잘 안될 때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자신의 실력

이 없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주 잘 준비되고

무엇인가 내가 한 듯하게 생각될 때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자신을 앞세우게

됩니다.  내 자신이 잘났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자신보다 못하

다고 생각되는 동료나 이웃을 무시하게 되고 결국 자기 잘난 맛에 살게 됩

니다.  안하무인이 되고 말 것입니다.  이러한 위험에서 우리를 겸손하게 하

시는 성령의 도움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성령을

체험하게 됩니다.  각자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모두에게 다른 모습으로 성령

을 체험하게 됩니다.  그런데 성령의 체험도 하느님께 대한 믿음이 없으면

불가능합니다.  성령은 오로지 의심하지 않고 믿는 마음속에서 역사하시고

활동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성령은 주님의 부활의 가장 완성된 열매

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유다인들이 무서워 문을 걸고 떨고 있는 제

자들 사이로 들어오셔서 평화의 인사를 하십니다.  그리고 숨을 불어넣으시

며 "성령을 받아라.  누구의 죄든지 너희가 용서해 주면 그들의 죄는 용서받

을 것이고 용서해 주지 않으면 용서받지 못한 채 남아 있을 것이다"라고 말

씀하십니다.  예수님이 주신 이 평화는 인간이 추구하는 최고의 삶이며, 인

간 구원을 의미합니다.  성령은 이 구원의 보증입니다.  구원을 얻은 기쁨을

우리는 전해야 합니다.  오늘 제1독서의 모습처럼 구원의 보증인 성령을 받

은 이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습니다.  자신들이 들은 기쁜 소식을 전해야 합

니다.  성령은 복음을 전하는 그 곳에 함께 하시고 그것은 단순히 인간 언어

의 능력이 아닌 하느님의 능력입니다.  성령을 받은 이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복음을 전하지만 그것은 단 한 가지, 하나의 목적을 지향한다는 것입니다.   

바로 공동의 이익을 위한 것입니다.  오늘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가 "성

령께서는 각 사람에게 각각 다른 은총의 선물을 주셨는데 그것은 공동이익

을 위한 것입니다"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공동의 이익을 위한 것입니다.  결

국 우리에게 주어지는 은총의 선물은 여러 가지이지만 그것을 주시는 분은

같은 성령이십니다.  또한 한 성령으로 세례를 받은 우리 공동체 안에 어떤

차별이나 구분이 없으며 이념과 인종을 넘어 한 성령 안에서 한 형제 자매

가 될 수 있다고 사도 바오로는 고백합니다.

 

  하느님의 기쁜 소식을 들은 우리는 그 기쁜 소식을 전해야 합니다.  말과

행동으로 사랑을 가득 담은 삶으로 말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보이지 않

게 서로에게 크고 작은 상처를 주고받으며 힘들어합니다.  남의 잘못을 말로

표현하기 전에 먼저 자신을 돌아보아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자신과 이웃에

게 용서를 청합시다.  이것이 사랑입니다.  만약 어렵고 힘들다면 우리 마음

에 사랑을 넣어 주시는 성령께서 도와주시길 기도하십시오.  우리에게 주어

진 하느님의 평화의 기쁜 소식을 전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오소서, 성령님.

   저희 마음을 성령으로 가득 채우시어

   저희 안에 사랑의 불이 타오르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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