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게시판

세상 속의 그리스도 Ⅱ-5 언론-언론의 공영성과 독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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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5동성당 [chang4] 쪽지 캡슐

2012-02-01 ㅣ No.5186

세상 속의 그리스도 Ⅱ-5 언론 – 언론의 공영성과 독립성

 

우리가 사는 세상

 

언론과 민주주의

성공한 건설 사업가이며 이탈리아 최대 갑부인 베를루스코니는 이탈리아 최초의 3선 총리이다. 베를루스코니는 '미디어의 황제'로 일컬어진다. 시청률 1위의 상업 방송과 신문, 영화, 광고, 금융까지 가진 이탈리아 최고의 미디어 재벌이다. 이탈리아는 요즘 총리의 언론 통제에 대한 반대집회가 한창이다. 베를루스코니가 집권 하자마자 자신을 위한 면책법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공영방송인 라이 (RAI)도 자기 통제 아래 두기 위해 이사회를 측근으로 구성, 자신에게 불리한 뉴스를 검열하고 여당을 옹호하도록 움직이고 있다. 이탈리아 국민들은 정부의 방송장악을 우려하고 있다. 취재팀이 만난 컬럼비아대학의 알렉산더 스틸레 교수는 "텔레비전을 많이 볼수록, 베를루스코니의 방송을 많이 볼수록, 베를루스코니에게 투표할 확률이 높다"고 말한다. 베를루스코니는 이탈리아 국민들에게 말한다. '당신들도 성공할 수 있습니다.' 2008년 7월 8일 이탈리아 나보나 광장에서는 새로운 총리의 언론통제에 대한 반대집회가 열렸다. 이탈리아 국민들은 이제 정부의 방송장악을 우려하고 있다. 우려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베를루스코니를 향한 기대는 적지 않다. 좌파연합에 실망한 국민들은 성공한 CEO총리는 침체된 이탈리아의 경제를 살려줄 것이라 희망한다. 하지만 그의 재임시절 경제정책 성적은 이탈리아인들의 희망을 무색하게 한다. 한 택시운전사는 "베를루스코니는 최근 15년간 위대한 기업인이었으므로 우리나라가 잘 굴러가도록 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IPR 마케팅 연구소 소장인 안토니오 노토는 "베를루스코니는 이탈리아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이미지적 요소를 잘 이용할 줄 아는 정치인"이라고 전한다. 베를루스코니는 이탈리아인들에게 성공의 이미지로 인식되어 있다. 영화배급사, 광고회사, 보험, 유통, 출판사와 유명축구구단까지 가지고 있는 그는 그가 가진 모든 수단을 통해 국민들에게 다가간다.

이탈리아 공영방송 라이는 지난 10년 동안 상업화 변질 논란과 신뢰도 하락으로 위기를 맏았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상업방송을 소유하고 있는 베를루스코니는 2001년 총리에 오르자마자 공영방송 라이까지 자기 통제 하에 두려했다. 그는 국민들에게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프로그램으로 가득 찬 방송을 통해 전혀 다른 세계를 선물했다. 상업방송은 물론, 공영방송까지 상업화 선정화 되어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마비시켜왔다. 프란체스코 쿠오로 RAI 기자의 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규정과 법을 만들어 언론 ·자본 ·정치권력의 유착이 애초에 일어나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하는 수밖에 없다. 한 번 일어나면 손을 쓸 수 없다"고 했다. 유럽 내에서 이탈리아의 언론과 민주주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공영방송의 역할을 중시하고 이상적인 공, 민영 방송의 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유럽에서는 이탈리아의 상황을 이해할 수없는 것이다. (언론과 권력-베를루스코니의 이탈리아, KBS스페셜, 2008.8.17 / 참조: 이탈리아 공영방송은 왜 실어증에 걸렸나, 미디어오늘, 2008.8.20)

 

프랑스 공영방송

2008년1월 8일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공영 방송 '프랑스 텔레비지옹'에서 광고를 없애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프랑스 정부는 광고폐지안과 더불어 공영방송사 사장을 정부가 임명토록 하는 법안을 발표했다. 현재 프랑스 텔레비지옹의 사장은 방송위원회에서 임명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정부가 밝힌 개정 법안에 따르면 대통령이 프랑스 텔레비지옹의 사장을 직접 임명한 뒤 방송위원회와 의회의 추인을 받는 것으로 바꿔다. 현 프랑스 텔레비지옹 사장 패프릭 드 카롤리의 임기는 2010년까지이지만, 새로운 방송 법안이 통과되면 8월 중순께 물러나야 한다. 이 사태의 심판관이 될 프랑스 국민의 생각은 어떨까. 7월6일 '르파리지앙'이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시민 71%가 대통령의 프랑스 텔레비지옹 사장 임명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이런 반대 여론을 주도한 곳은 프랑스 언론계와 정치권이었다. 정부안에 반대하는 여러 신문 가운데 특히 리베라시옹은 사르코지 대통령을 원색으로 비난한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정부의 공영방송 사장 임명이 "방송위원회와 의회의 동의를 받는 등 견제 장치가 있으므로 민주적인 절차라고 볼 수 있다"라며 개정안을 옹호했다. 하지만 그의 과거를 돌아보면 사르코지의 언론관을 신뢰하기는 힘들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1986년 통신자유화 법안 제정을 주도하면서 당시 프랑스 1채널을 민영화한 바 있다. 1번 채널은 1986년 당시 건설 재벌이던 브이그 사에 매각되었고 브이그 그룹은 이를 발판으로 미디어 산업에 진출했다. 이번 공영방송 광고 폐지 법안도 결국 민영 방송에 광고를 몰아줘서 사르코지 대통령 친구들이 사장으로 있는 민영방송사에 이익을 주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인다. (베를루스코니와 이명박 이어 사르코지 당신마저, 시사IN, 2008.7.15)

 

교회의 가르침

윤리 질서와 공동선의 공통된 인식에 따라 모든 인간은 자신의 인격 존중과 좋은 평판을 누릴 자유와, 예술을 연마하며 사상을 표현하고 전파하는 진리 탐구에 대한 자유를 갖는다. 그리고 또한 공적 사건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진상을 파악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지상의 평화』 12항, 교황 요한 23세의 회칙)

현대인의 양심은 홍보 수단의 진실성을 요구한다. 그것은 홍보 수단이 제공하는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릇된 보도를 시정할 권리를 말하는 것이다. (『세계 정의』 23항,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제2차 총회 문헌)

정보는 민주적 참여를 위한 주요한 도구 가운데 하나이다. 정치 공동체의 상황과 사실들, 제시된 문제 해결책을 모르고서는 정치에 참여할 수 없다. 이 복잡한 사회생활 영역에서 정보와 의사소통을 위한 여러 형태의 도구들이 존재할 수 있도록 하면서 실질적인 다원주의를 보장하여야 한다. 마찬가지로, 적절한 법률을 통해서 이들 도구를 공평하게 소유하고 사용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정보의 객관성에 대한 권리를 온전히 행사하지 못하게 하는 장애물 가운데 특별히 주목하여야 하는 것은 소수의 사람이나 집단들이 조종하고 있는 뉴스 미디어 현상이다. 이러한 현상에 정치 활동과 금융 정보 기관들의 유착까지 더해지면 이는 전체 민주주의 제도에 위험한 결과를 미친다. (『간추린 사회교리』 414항, 교황청 정의평화평의회)

대중 매체는 인간 공동체의 여러 분야, 곧 경제, 정치, 문화, 교육, 종교에서 인간 공동체를 건설하고 유지하는 데에 이용되어야 한다. "대중 매체를 통한 정보 전달은 공동선을 위한 것이다. 사회는 진실과 자유와 정의와 연대 의식에 근거한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 " 근본적인 문제는 현재의 정보 체계가 인간 향상에 이바지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곧, 그것이 사람들을 영적으로 더욱 성숙하게 하고, 그들의 인간 존엄을 더욱 깊이 깨닫게 하며, 다른 사람들, 특히 가장 가진 것 없고 힘없는 사람들에게 더욱 책임을 다할 수 있게 하고, 그들에게 더욱 열려 있게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매우 중요한 또 하나의 측면은 새로운 기술들이 정당한 문화적 차이를 존중하도록 할 필요성이다. (『간추린 사회교리』 415항)

대중 매체의 세계에서는 흔히 이데올로기, 이익 추구, 정치적 통제, 집단 간의 경쟁과 알력, 기타 사회악들 때문에 커뮤니케이션 분야 고유의 어려움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도덕적 가치들과 원리들은 대중 매체에도 적용된다. "윤리 차원은 커뮤니케이션의 내용(메시지)과 커뮤니케이션 과정(전달 방법)에만 관련되는 것이 아니라 근본 구조나 제도 문제와도 관련 된다. 여기에는 흔히 첨단 기술과 제품의 분배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정책 문제(누가 정보를 많이 가지게 될 것이며 누가 적게 가지게 될 것인가)가 포함된다. " 메시지, 전달, 구조 문제라는 이 세 가지 영역에서 언제나 적용되는 근본적인 윤리 원칙의 첫 번째는 인간과 인간 공동체가 대중 매체 활용의 목적이며 척도라는 것이다. 이를 보완하는 두 번째 원칙은 인간의 선익은 그들이 속한 공동체의 공동선과 별도로 이루어질 수는 없다는 것이다. 국민들이 대중 매체 정책에 관한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참여는 공개적이어야 하며, 대중 매체가 돈벌이가 되는 사업일 때 특정 이익 집단을 위해 잘못 이용되지 않고 진정 민의를 대표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간추린 사회교리』 416항)

대중매체를 통한 정보 전달은 공동선을 위한 것이다. 사회는 진실과 자유와 정의와 연대의식에 근거한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 "이 권리를 행사하는 데에 보도되는 내용은 언제나 진실해야 하며 정의와 사랑을 지는 한도 내에서 완전한 것이어야 한다. 그 밖에 보도 방법에서도 윤리적이라야 하며 합당한 것이라야 한다. 곧 뉴스의 취재나 전달에서 윤리 원칙과 각자의 정당한 권리와 존엄성을 엄격히 지켜야 한다. " (『가톡릭교회교리서』, 2494항, 『매스미디어교령』 5항 참조)

"공익을 도모하기 위하여 공권력도 특별한 책임을 지고 있다. 정부 당국은 공정하고도 진실된 보도의 자유를 보장하고 보호해야 한다. 정부 당국은 법률의 공포와 효과적인 적용으로써 매체의 남용으로 공중도덕이나 사회발전에 중대한 위험을 주는 일이 없도록" 감시해야 한다. 공권력은 명예와 사생활의 비밀을 보장받아야 할 각 사람의 권리에 대한 침해를 제재해야 한다. 공권력은 대중의 이익에 관계되거나 민중의 근거 있는 불안을 해소시켜 줄 정보를 제때에 성실하게 제공해야 한다. 여론 조작을 목적으로 대중매체를 통해서 거짓 정보를 제공하는 행위는 어떤 경우라도 정당화될 수 없다. 공권력의 이러한 개입으로써, 개인과 집단의 자유를 해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가톨릭교회교리서』 2498항, 『매스미디어교령』 12항 참조)

 

세상 속의 그리스도

 

권력자들이 탐낸 BBC, 어떻게 살아 남았나

"세계 어떤 나라에도 BBC 같은 것은 없다. BBC는 높은 질과 그 영역과 범위, 국민의 신뢰에 있어서 독특하다···(중략)···BBC의 가치는 국가적인 가치로서 공정성 ·관용 ·역동성 ·창조성, 그리고 권력으로부터 독립성에 있다. " BBC에 관한 영국 정부의 최근 녹서 (Green Paper) <모든 이를 위한 공공서비스. 디지털 시대의 BBC(2006)>는 BBC의 업적을 높이 평가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1922년에 창립되어 영국 근현대사와 함께한 BBC가 공정성과 다큐멘터리 등 심층 보도를 통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공영' 방송이라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BBC의 이 같은 업적이 먼지 하나 없는 진공 상태에서 만들어진 것은 결코 아니다. 권력과 자본은 BBC라는 거대 언론을 장악하려는 시도를 계속해 왔고, 이에 따라 BBC는 권력 및 자본과 보도의 중립성과공정성 여부를 놓고 항상 긴장 관계를 유지해 왔다. 더욱이 BBC가 공영 방송의 틀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준 높은 수신료(연간 약 28만원, 2008년 기준)는 자주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BBC는 역사적으로 권력자들이 소유하고 싶어 했던 대상이었다. 마가렛 대처 총리는 방송의 위력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방송을 "이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형태"라고 말했다. 그는 집권 이후 BBC를 통제하기 위해 자신의 뜻에 맞지 않는 보도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또 "효율성을 증진한다"는 명분 아래 BBC 민영화를 추진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 1985년 피콕위원회를 설립, BBC의 재원 구조를 점검 하도록 지시했다. 대처는 내심 이 위원회를 통해 수신료 방식을 없애고 민영화의 발판을 만들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위원회는 "BBC라디오 1채널과 2채널은 민영화해야 한다"고 권고했지만, 중요한 재원에 있어서는 "기존 방식이 그나마 가장 나은 방식"이라고 발표하면서 공적인 재원 조달 방법의 우수성을 인정했다. 그러나 대처는 이후에도 '새 채널, 강한 경쟁, 효율성 증진'을 골자로 하는 방송 백서를 발표하면서 BBC 민영화를 주장했다. 동시에 다른 상업 방송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수 있게 만들어줬다. 하지만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의 장점을 높이 평가하면서 BBC를 자본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았다. 심지어 대처의 지지 기반인 보수당의 일부 의원들도 이러한 의견에 공감했다. 이는 '철의 여인' 대처의 파상공세에도 BBC가 민영화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 중요한 힘이 되었다. 공영방송의 전범으로서 BBC의 빛나는 업적은 그냥 이뤄진 게 아니다. 공영방송의 가치와 그 우수성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무수한 노력과 저항을 통해 만들어졌다. 비싸지만 수신료 시스템을 유지하고 양질의 프로그램을 만들도록 지지해준 국민과 국회의원 등 BBC 바깥사람들의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울러 권력과 자본에 맞서 편집의 독립권을 확보하려는 BBC노조와 임원진 등 내부 구성원들의 노력도 빼 놓을 수 없다. 그렇지 않았다면, BBC는 이미 권력의 손아귀에 들어갔을지도 모른다. (권력자들이 탐낸 BBC 어떻게 살아남았나, 오마이뉴스, 2008.6.24)

 

영국 방송은 칙허장(Royal Charter)과 방송법에 의해 규정된다. 칙허장은 국왕이 부여하는 것으로서, 법과 같은 성격을 가진다. 협정서는 칙허장을 보완하는 것으로서, 칙허장에서 포괄적으로 다룬 사항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공영방송인 BBC는 방송법으로 규정되지 않고 칙허장과 협정서로 규정된다. 이는 방송법이 정치 권력의 영향 하에 있기 때문에 BBC의 정치적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법으로 규정하지 않고 국왕이 부여하는 칙허장에 의해 관장하는 것이다.

BBC 경영위원회는 영국의 공영방송 규제 기구로서, BBC를 내부에서 규제하는 역할을 한다. 경영위원회는 BBC내 최고 의사결정 기관이며, 이사회가 일상 업무를 집행한다. 경영위원회는 칙허장과 협정서에 의거하여 활동을 하며 방송법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 공공 서비스와 상업 서비스는 재원, 운용 및 회계의 모든 면에서 분리, 감독 되어야 하며, 상업서비스가 공공 서비스의 재원인 수신료나 국고 보 조금을 사용할 수는 없다. 협정서는 BBC의 공적 책임을 강조하며, BBC의 프로그램 편성과 경영의 독립성을 중시하고 있다. 국내 서비스에 대하여는 '전반적으로 높은 수준의 유지'와 '폭넓은 주제의 제공'을 기준으로 할 것이 명시되었다. (영국의 방송제도, 인터넷자료) 일본 독일 등 많은 나라들에선 방송의 선정성과 폭력성만을 심의 할뿐, 공정성은 심의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영국의 0fcom(통신위원회)은 공영방송인 BBC의 시사보도 프로그램을 심의 대상에서 제외했다. 미국의 FCC(연방통신위원회)는 방송사의 보도를 위축시킨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 1987년 공정성원칙(Fairness Doctrine)을 폐기시킨 바 있다.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최영묵 교수는 "공정성이란 기준은 누구도 확정적으로 이야기할 수 없는 윤리의 문제로 프로그램을 제작하거나 특정 사안을 보도하는 방송인들이 직업적으로 내면화해야 할 가치 기준"이라며 "국가기관이 규제할 사안이 될 수 없 다"고 강조했다. (민간기구 외피 입은 준 국가기관, PD저널, 20008.7.23)

 

상업적 민영방송을 압도하는 독일 공영방송의 저력

"유럽의 텔레비전이 어른이라면 우리나라 텔레비전은 어린아이 같다. " 유럽에서 오래 생활한 이들이 국내로 돌아왔을 때 느끼는 텔레비전에 대한 인상이다. 성인과 차분하게 대화를 나누는 듯한 유럽 텔레비전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우리나라 방송은 시끄럽고 주의 산만한 어린이를 지켜보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이런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독일 공영방송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어느 정도 답에 접근할 수 있다. 독일 제2공영방송(ZDF) 대변인 필립 바움의 이야기다. "우리는 텔레비전을 여론의 광장으로 만든다. 예를 들어 치매라는 주제가 있 으면, 건강매거진 같은 프로에서 집중적으로 다룬 뒤 그와 관련된 사회 문제를 뉴스에서 다시 다룬다. 또 치매를 소재로 한 영화를 방영한다. 여러 방식으로 우리가 선정한 주제에 다가갈 수 있도록 시청자를 유도한다. 그리고 여러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토론 프로그램을 내보낸다. " <ZDF>는 뉴스가 편성의 중심에 있다. 오전 5시30분 부터 9시까지 3시간30분 동안 '모닝매거진'을 내보낸 뒤 1-2시간 간격의 토막 뉴스를 방송하고, 오후 1시에는 '미탁스 매거진'(1시간짜리)을 방영한다. 밤 9시45분 '호이테 저널'(1시간짜리)로 주요 뉴스를 정리한 뒤 밤 11시 와 12시 30분에 다시 뉴스를 내보낸다. 이렇게 골격을 짠 뒤 사이 사이에 드라마등을 삽입하는 방식으로 편성이 이뤄진다. 결국 24시간 방송의 42%이상을 정보전달 프로그램이 차지한다. 어린이도 뉴스에서 소외시키지 않겠다는 게 <ZDF> 편성진의 의지다. 어린이 시청 시간에 어린이용 뉴스 '로고'를 방송한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이야기하듯, 시사문제에 대해 어린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설명하는 프로그램이다. 소재를 어린이용으로 제한하지 않고 코소보전쟁, 외국인 문제, 대통령선거 등 일반 뉴스의 현안을 자세한 배경설명과 함께 정면으로 다룬다. 제1공영방송인 <ARD>의 프로그램 실장 큔터 슈투루베는 "우리는 특정층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3살부터 103살까지 모두가 시청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지향한다"고 말한다. 좀 더 다수가 다가갈 수 있는 프로그램, 그러나 내응은 소수를 위한 것이기도 한 프로그램이 독일 공영방송이 추구하는 방향이다. 황금시간대인 저녁 7-11시 의 시청률은<ARD> 16.3%, <ZDF> 15.9%, <RTL>(민영방송) 15.1%로 공영방송이 앞서 있다. 마인츠 대학의 우베 하르퉁 교수(매체정치학)는 "독일의 민영방송은 상상력이 결여돼 있다. 주로 외국방송사의 흥행 프로그램을 베끼기만 한다. 그렇기 때문에 공영방송이 시청자를 잃어버릴 가능성은 적다. 아직은 공영방송에 대한 신뢰가 크다"고 분석한다. 공영방송에 대한 신뢰는 각계각층의 요구를 프로그램 편성과 제작에 반영하려는 방송사들의 노력으로 뒷받침된다. 공영방송사에는 77명으로 구성된 텔레비전위원회가 구성돼 프로그램 편성지침을 만들 고 방송을 모니터링 한다. 위원회는 정치 · 종교 · 사회적인 집단들을 대표하는 인사들로 구성된다. 각 정당과 종교계, 여성단체, 장애인단체, 어린이보호단체, 환경단체 등에서 자체적으로 뽑은 대표자를 위원회에 파견한다. 무작위로 선정된 일반인도 포함된다. 정부 대표는 3명에 불과하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려면 이 위원회의 토론을 거쳐야 한다. 특정집단 출신의 영향력이 아무리 강해도 결정적인 구실을 할 수는 없는 구조다. 이런 구조에서 특정 정치세력이 방송을 장악하는 것은 더욱 불가능한 일이다. 하나의 프로그램 안에서 의견의 다양성이 존중 되고, 개별 프로그램에서는 편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채널 전체적으로는 공정한 방송을 해야 한다는 게 독일 공영방송의 원칙이다. "공영방송은 상업성이 약하지만 수준 높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을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공영방송이 이런 기능을 포기 한다면 계몽된 사회가 사라지는 결과를 야기할 것이다. 사회가 아무리 시장원칙에 지배받는다 하더라도 바보들의 사회가 돼서는 안 된다. " 해외로 송출되는 국영 독일방송 사장 에른스트 엘리츠의 말은 방송의 공익성에 대한 독일 사람들의 오랜 애착을 짐작케 한다. (바보들의 사회를 만들 순 없다, 한겨레21 제280호, 1999.10.28)

 

묵상 · 토론

1. 언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2. 언론 · 자본 · 정치권력은 어떤 관계가 바람직한가?

3. 언론의 공공성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4. 우리 교회 언론은 공공성과 독립성이 있는가, 교회 언론은 다른 사회의 언론에 귀감이 되고 있는가?

 

실 천

● 내가 구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 언론이 자본과 권력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는 법의 제정에 지지한다.

- 잘못된 언론 보도에 대해 모니터링하고 시청자 참여 코너 등을 통해 문제제기한다.

- 모니터링에서 나온 지적사항을 성심껏 반영하도록 촉구한다.

- 언론의 공공성을 위해 애쓰는 단체에 관심을 갖고 후원한다.

언론개혁 시민연대 www.pcmr.or.kr

민주언론 시민연합 www.ccdm.or.kr

- 시사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고 방송의 질 향상에 기여한다.

- 공동선과 진실성을 추구하는 언론을 주위에 알린다.

● 우리 교회에서는 이런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 한국 가톨릭 매스컴상(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역할을 해주고 있는 매스컴)시상

- 가톨릭 대안 언론: 가톨릭뉴스 지금 여기 www.nahnews.net

 

출처 : 천주교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세상 속의 그리스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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