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성당 게시판

2002, 1, 24 성 프란치스코 드 살 주교학자 기념일 복음 묵상

마르코 3,7-12 (호숫가에 군중이 모이다)

예수께서는 당신 제자들과 함께 호숫가로 물러가셨다. 그러자 갈릴래아에서 온 많은 사람들이 뒤따랐다. 또한 유대와 예루살렘과 이두매아, 요르단강 건너편, 그리고 띠로와 시돈 근방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예수께서 행하신 모든 일을 전해 듣고 당신께로 몰려왔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군중이 당신에게 마구 밀어닥치지 않도록, 당신이 타실 작은 배 한 척을 마련하라고 제자들에게 분부하셨다.

사실 예수께서 많은 사람들을 고쳐 주셨으므로 병고에 시달리는 이들은 누구나 그분을 만지려고 밀려들었던 것이다. 한편 더러운 영들은 그분을 알아보자 그 앞에 엎드리어 "당신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 하고 소리질렀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그들을 몹시 꾸짖으시어 당신을 드러나게 알리지 못하게 하셨다.

<묵상>

"왜 나와 함께 있으려 하나요?"

"진정 나와 함께 하고 있나요?"

한걸음 뒤로 물러선 예수님께서 던지시는 질문이 조금은 당황스럽습니다.

아무런 대답을 할 수 없습니다.

"왜 뒤로 물러서십니까?"

"왜 피하십니까?"

한걸음 바짝 다가가 예수님께 물어보지만, 아무런 말씀이 없으십니다.

어찌 보면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는 물음들입니다.

아니 아무런 대답이 필요없는 물음들입니다.

대답을 얻고자 하는 물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함께 있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 될 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기 앞에 있는 이를, 자기와 함께 있는 이를 잊기 쉽습니다.

내가 받아들인 그가 참된 그의 자리를 차지함으로써

참된 그를 잊기 쉽습니다.

잊고 있는지 조차도 알 수 없습니다.

주님과의 만남, 함께 하는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주님이 내게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분이고,

주님을 떠나서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절정의 순간에

오히려 주님을 잊어버릴 수 있습니다.

주님이 나와 함께 계시든 그렇지 않든

다를 바 없는 순간에 설 수 있습니다.

가끔씩 가끔씩 서로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 편에서 안 되기에 주님께서 한 걸음 뒤로 물러서십니다.

한 걸음 뒤로 물러서시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잠시 당신을 감추십니다.

당신을 감추시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제서야 우리는 새삼 주님의 존재에 눈을 돌리게 됩니다.

"어디 계십니까? 왜 피하십니까?"

이 질문을 던지는 순간 우리는 주님을 다시 볼 수 있습니다.

주님께서 피하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주님을 볼 수 없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금 주님과 진정으로 하나가 됩니다.

당신을 감추시는 것,

우리를 피하시는 것,

그것이 주님의 사랑법입니다.

함께 있는 것도 주님의 사랑,

떨어져 있는 것도 주님의 사랑,

그러기에 우리는 언제나 주님의 사랑 안에서 살아가는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 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가 띄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