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동성당 게시판

★[신앙의 대화][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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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열 [c.y.kim] 쪽지 캡슐

2000-01-08 ㅣ No.2917

† 찬 미 예 수 님 !

 

복숭아밭의 하얀 리본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는 속담인가 격언인가대로

자식이 많으면 걱정도  많다.

 

큰 복숭아밭을 갖고 있고 젖소도 여러 마리나 있는 재너머 최씨

내는 남부럽지 않게 살아가고 있었다. 살아가는데 있어 의, 식, 주가

제일 문제인데 의, 식, 주가 해결되고도 저축도 하고 사니 그만하면

생존에 신경 안 써도 되고 생활에 신경만 쓰면 된다.그런데 문제는

5남매 중 둘째다.

 

고등학교를 나와 가지고는 먹고 대학이니 꼴불견도 여러 가지다.

돌아다니면서 싸움이나 하고 밤이면 으레 히 12시가 넘어야 집에

들어오고 낮이면 자는 팔자 좋은 생활의 연속이었다.

 

그렇게도 애간장을 태우던 녀석이 어느 날 사라졌는데 알고 보니

집에 있던 현금과 귀중품을 몽땅 들고 나간 것이었다. 땅을 더 사려고

소를 세 마리 팔은 돈이랑 제 어머니 반지, 시계를 다 털어 갔으니

돈 100 이나 되었을 게다.

 

집을 나간 작은 아들은 돈을 뿌리면서 이 골목 저 골목을 누볐다.

술집이란 술집은 모조리 뒤지고 갈 데 못 갈 데를 가리지 않고 싸

다녔다.

 

돈을 벌기는 힘들어도 쓰기는 쉽다는 아버지의 일상 용어를 귀아프게

들었는데도 쓰는데 용감한 작은 아들이라는 위인 !

 

그 동안 술친구도 많이 늘어서 어디 나타났다 하면 세상에서 둘도 없는

친구 모양으로 쫓아와서 빈대처럼 붙어 다녔다. 한 달이 가고 두 달이

채 되기 전에 바닥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몸도 아프기 시작하고 그 낌 세를

알아챘던지 친구란 놈들은 하나씩 사라졌다.

 

결국 마지막 날이 왔으니 호주머니서 마지막 노랑 돈이 나오던 날이었다.

이젠 굶을 판이었다. 당장 배를 채워야 할 판인데 그때야 한 달 전에

먹지도 않으면서 시켰던 안주들이 생각났다.

 

"야 ! 나 돈이 떨어졌는데 돈 좀 꿔줘라." 이렇게 비참한 꼴로 친구라는

자를 찾아 애걸했지만 언제 봤느냐는 식으로 외면 해  버린 왕년의

친구들 ! 결국 그는 쓰레기통을 뒤져야 했다. 그러나 집에는 차마 갈 수 가

없었다. 염치가 없어서 였다. 하지만 편지를 쓰기로 했다. 편지 내용은

이런 것이었다.

 

 "아버지, 어머니, 염치없는 인간이 됐습니다. 차마 못 들어 가겠습니다.

저는 아버지 어머니를 부를 자격도 없습니다. 그러나 저를 용서 하시겠

습니까 ? 제가 기차를 타고 집 옆으로 가겠습니다. 만일 저를 용서하신

다면 복숭아나무에 하얀 리본을 달아 주십시오. 그러면 저는 그 리본을

보고 들어가겠습니다. 리본이 없으면 용서하시지 않는 것으로 알고

들어가지 않겠습니다."

 

그는 무일푼으로 기차에 몰래 타서 화장실에 숨어서 간다. 신세치고는

처량하다.

 

산비탈을 끼고 돌면 멀리에 집이 보인다. 그는 초조했다. 냄새고 무어고

생각 밖이다. 그러고 보면 냄새가 나고 안 나고는 정신 문제인 것 같다.

그가 막 집이 보이는 순간에 놀란 것은 온통 복숭아 밭이 하얗게 보였기

때문이다.  "이거 착각이 아닐까 ?" 눈을 비비고 봐도 여전히 하얗다. 기차는

달린다. 막 집 앞을 지날 때 보니 온통 복숭아 가지마다 하얀 리본이

매어 있었다.

 

아버지는 자식의 편지를 받고는 아무 말 없이 가족에게 읽어 보라 시고는

나가셨다. 나가셔서 리본 하나를 달았다. 또 생각해 봤다. 혹시나 못 보면

어쩌나 ? 또 하나를 달았다. 이때 식구들도 아무 말 없이 너도 나도 나무에

리본을 달기 시작했다. 혹시나 ? 해서였다.

 

<신앙의 대화>

 

자녀를 용서하는 아버지의 마음, 그 마음은 한없이 넓었다.

이것이 인간 아버지의 마음이다. 하느님의 품은 얼마나 넓고 깊은가 ?

주님의 마음은 그 복숭아밭의 모든 리본을 합치고도 한이 없이 모자란다.

 

주님을 믿고 바라고 하느님을 아버지로 생각하는 한 우리에게 실망이란

있을 수 없다. 잘못한 아들이 실망했다면 그는 영원한 구제에서 제외됐을

것이다. 그는 젊은 청춘에서 세상을 끝마쳤을 것이 틀림없다.

 

우리 모두 하느님을 아버지로 모시면서, 한 아버지께서 모두를 창조

하셨으니 우린 모두가 형제임을, 그리고 사랑해야 함을 명심하자.

 

--<최기산 신부 지음>[등잔불]중에서-

 

사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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