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북한관련

용산천막편지- 전쟁과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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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준 [praxis] 쪽지 캡슐

2009-07-09 ㅣ No.9930

 

신부님의 용산천막편지   전쟁과 평화

 

 

 

 

 

이렇게 무기의 변천사를 따라가 보니 인간의 모습이 점점 슬퍼진다. 그런데 무기가 발전할수록 싸우는 상대는 점점 더 멀어졌다. 얼굴도 볼 수 없는 적을 향해 필살의 미사일 단추를 누르는 것이다. 처음 주먹을 쥐고, 막대기나 돌을 들고 싸울 때는 얼굴을 보고 싸워서 조금 더 인간적이라고 해야 하나…….

 

 

 

 

오늘 참 가슴 아픈 싸움이 용산에서 벌어졌다. 한쪽에는 철거를 진행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사람들을 용역이라고 부른다), 한쪽에는 철거를 막으려는 사람들(이 사람들을 철거민이라고 부른다). 철거민들은 근본적인 대책과 해결을 외면한 채 강행하는 철거를 막으려 온 몸을 던진다. 용역들은 철거를 진행하기 위해 주먹으로 돌로 곡괭이로 위협한다. 악다구니로 달려들지만 철거민들이 다치는 일이 훨씬 많다. 사실 건장한 체격의 용역을 상대로 하는 싸움은 보기에도 승산이 없다. 격렬한 싸움이 붙기도 하고, 팽팽한 긴장이 일기도 한다.

 

 

 

격렬한 싸움 끝에는 부상자가 나오기 마련이다. 오늘도 모녀가 다쳤다. 어머니는 팔과 목에 깁스를 해야 했고, 딸은 밟히고 꺾여서 목을 가누기조차 힘들어 한다. 어머니는 딸을 걱정하며, "나야 늙어서 괜찮은데……."

 

 

철거민 식구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용역들도 나름 불쌍하다. 얼마나 받을까? 그렇게 욕먹고 욕하고, 때리고 뜯기고, 양쪽에 남는 것은 인간에 대한 분노뿐이다.

 

 

그런데 싸움에는 구경꾼이 있기 마련이다. 오늘은 경찰들이 구경을 참 잘했다. 싸울 때 말리는 것이 아니라 구경하고 사진 찍고 있다가 나중에 소환장 발부하면 되니까 참 여유 있어 보인다. 그것도 좀 공정하면 좋으련만. 철거민들에게는 소환장이 남발하는데, 용역이 소환되거나 연행되었다는 소식은 좀처럼 듣기 어렵다. 하루하루 쌓여가는 스트레스와 비용이 있겠지만 조합과 시공업자들은 조금 더 편안해 보인다. 직접 대하지 않아도 되니까! 이 얼굴을 맞대고 하는 정겨운 전쟁을 직접 하지 않아도 되니까!

 

 

사실 진짜 미운 것은 말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서민들을 위한 개발정책이라고,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것이라고, 집 없는 이들에게 좋은 집에 살게 해 준다고 말로 정책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다. 돈과 권력으로 만든 미사일 버튼만 누르면 되니까!

 

 

 

정겨운 전쟁 뒤에 잠시 평화가 찾아왔다. 언제 또 얼굴 보며 하는 정겨운 전쟁이 이어질지 모르지만 평화는 평화다. 같은 전쟁터에서 얼굴을 보지 않고 버튼을 누르는 사람들과 얼굴을 보며 한판 싸움을 벌이는 사람이 공존하는 용산은 그래서 전쟁과 평화다. 그런데 평화가 좀 길었으면 좋겠다. 아무도 안 다쳤으면 정말 좋겠다. 오늘 저녁기도를 함께 바치는 신부들의 간절한 염원이다.

  

오남한, 신성근, 나승구, 김남오 신부님.

 

 

김남오, 오남한 신부님.

 

최창덕 신부님.

 

문정현, 김한기, 박홍표, 전종훈 신부님.

 

 

 

 

저녁 메뉴는 신월동성당에서 준비해온 삼계탕.

 

고정배, 박홍표, 백인현, 배하정 신부님.

 

 

저녁기도를 드리는 신부님들.

 

 

 

장수백, 백인현, 김한기 신부님. 

 

박홍표, 배하정, 고정배 신부님.

 

김선류, 최창덕 신부님. 

 

안승길, 김용주 신부님. 

 

 

오랜 인류의 역사일 것이다. 잠시의 전쟁과 잠시의 평화가 반복되는 바로 그것이 역사를 만들었다. 처음에 전쟁은 아마 주먹을 썼겠지? 그러다가 손에 집히는 막대기나 돌을 집어 들기도 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며 사람을 상하게 할 목적으로 칼이나 창도 만들기 시작했다. 인간이 조금 더 사악해진 것이겠지! 또 시간이 지나며 총, 대포, 더 나아가 미사일, 화학무기, 핵폭탄도 만들었다. 악마의 모습에 거의 가깝다.

 

6월 15일 전국 사제 1,265인의 결의에 따라 '전국사제시국기도회'를 개최합니다.

 

 

 

제4차 전국 순례 사제시국기도회

 

7월 13일(월) 수원교구 안양 중앙성당, 오후 8시 

 

 

 

<20일 전주교구 중앙주교좌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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