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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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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욱 [KGCC] 쪽지 캡슐

1999-11-03 ㅣ No.1649

푸른하늘, 드넓은 운동장, 펄럭이는 만국기....그리고 성능이 좋지 않은 확성기에서 흘러나오는 노랫소리를 들으면,어린시절의 운동회가 아련히 떠오른다. 어제가지 친했던 친구도 청군백군으로 편이 갈리면 등을 돌려야만 했던 초등학교 시절의 운동회, 한달여의 연습으로 거의 목이 쉬어 목소리가 성한아이가 별로 없었다. 결전의 날은 왔다.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덧양말을 신은 아이들도 있지만 대개는 맨발이었다. 운동회날의 하늘은 언제나 유리알처럼 투명했다. 그푸르고 공활한 하늘을 바라보며 달리기 출발선에 섰을때의, 새처럼 파닥거리던 가슴을 지금도 우리는 잊지 않고 있다. 아아, 오늘만 지나면 그 지긋지긋한 텀블링과 마스게임연급은 끝난다. 아이들은 주구랄것 없이 그렇게 생각했다. 공굴리기, 이인삼각, 장애물경주, 릴레이, 줄다리기, 그리고 대미를 장식하는 기마전... 그날의 함성은 사라진것이 아니다. 다만 지나온 세월만큼의 거리 때문에 유심히 귀 기울이지 않으면 들리지 않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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