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성당 장년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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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완 [raph] 쪽지 캡슐

2000-06-24 ㅣ No.1238

어젯 밤에는 소나기가 왔습니다.

실은 싫컨 쏟아져주길 바랬는데 조금 오다 말았지요.

비가 와서 슬픈 사람도 있겠지만 어제는 정말 빗속에 나를 맡기고 싶었습니다.

 

 

 

하늘에 맡긴

기도조차

나를 버리고

휑 돌아

모든 것은 찬바람뿐

 

슬픈 글씨는

가슴을 짓눌러

하루를 질퍽히

눈물로 적신다

 

돌아봐도

반겨 갈 곳 없고

앞에는 어둠뿐

 

하루가 나를

버린다

난 죽었다

-

-

-

그런데 오늘 이렇게 다시 살아나 주절거리니

밤에 혼자 마신 맥주 탓인가요.

가끔은 그렇게 죽음과 같은 하루를 보낼 때도 있지만

새날의 아침은 밝아오고 몸은 기계처럼 일어납니다.

하지만 주신 삶에 감사를 드리며

이렇게 노래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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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모여 사는 곳은

밤과 낮의 구별이 없고

기쁨과 슬픔의 구별도 없고

화냄도 노여움도 없고

미움과 원망도 없는 곳

 

하늘을 나는 작은 새는

한줌 물만으로도 하루를 살고

그 하루만으로도 온 삶을 채우니

 

가슴이 따뜻한 이는

작은 새와 같이

하늘을 훨훨 날아

아무런 욕심도 없이

하루하루를 노래로 채우며

하느님께 찬미를 드립니다

 

이 세상 어느 곳에

그들이 모여 살까

하루내 하루내

찾아헤매다

내 가슴속에 숨쉬는

뜨거운 마음을 붙들고

눈물로 발등을 적십니다

-

-

-

오늘 너무 무더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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