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동성당 게시판

의 탁

인쇄

이수현 [VeNiVeDiVeCi] 쪽지 캡슐

1999-05-07 ㅣ No.504

외로워도 슬퍼도 울긴 왜 우냐고 나는 안 울거라고, 참고 또 참을거라고. 우리가 사는 오늘은 이렇게 나오는 눈물을 감추며 자신의 약한 모습을 최대한 숨기는 것이 미덕인, '캔디병'이 만연한 사회... 누군가의 앞에서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것은, 그러나 결코 약한 모습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용기를 필요료 한다. 자신의 연약함을 스스럼없이, 부끄럼없이 드러낼 수 있는 용기를. 너는 내가 감췄던 외로움과 슬픔을 꺼낼 수 있게 해 준, 나의 불치병과도 같던 캔디병을 치료해 준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내가 보고 있는 오늘의 너의 눈물은 그동안의 네 마음의 수고가 비로소 맺은 열매이다. 수확을 위해 땅을 갈고, 씨를 뿌리고, 잡초를 제하고, 부지런히 물을 주는 그 땀의 결실처럼, 나라는 사람을 알게 된 네 마음의 수고의 열매이다. 내가 보일 수 있는 오늘의 나의 눈물은 그동안의 나의 마음이 열심히도 깎아낸 보석이다. 결정체의 모습을 보다 완벽히 이루기 위해 혼신을 다하여 흘렸던 그 땀의 결실처럼, 너라는 사람을 알게 된 내 마음의 영롱한 보석이다. 우리가 함께 나눌 수 있는 눈물은 우리의 뼈속 깊이 자리잡을 사리이다. 진리를 위하여 몸을 굽히고, 무릎 꿇었던 겸허한 賢者의 그 땀의 결실처럼, 어느새 우리 몸의 일부가 되어버릴 인내의 사리이다. 다른 사람을 향한 의탁은 이처럼 자기 자신의 강함을 저버리고 약함을 취할 때, 비로소 익어가는 열매.. 우리가 다른 이에게 의탁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가소로운 자존심. 그건 그리고 우리의 눈에서 눈물샘을 앗아가 버리는 날카롭기 그지 없는 메스.. 울 방법을 잊어가고 있는 우리의 캔디병. 이러다가는 '여인2'가 걸렸던 안구건조증으로까지 악화되는 건 아닌지.. 이제는 눈물샘에 메스를 댈 것이 아니라, 마음 그득한 '자존심샘'에 메스를 대리라...

105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