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동성당 게시판

2만5천원- 삶[박석희 천주교 안동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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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광균 [rokmc7407] 쪽지 캡슐

2000-10-15 ㅣ No.521

[별세한 박석희 천주교 안동교구장]

 

 

2만5천원- 삶

 

지난 9일 경북 청송군의 주왕산 산책 중 심근경색으로 숨진 천주교 안동교구장 박석희(朴石熙.60.이냐시오) 주교. 13일 경북 예천군 농은수련원 성직자 묘역에 묻힌 그의 장례미사에 참석한 신도들 사이에 단돈 2만5천원이 화제가 됐다.

 

그의 유품을 정리하던 사제들이 확인한 유품은 등산길에 입었던 바지 주머니에 든 지폐 몇장이 전부였다.

 

몇십만원이라도 든 통장 하나 없었다. 그의 수입은 매달 교구에서 식비 명목으로 받는 38만원. 그러나 그는 이 돈을 모두 식당 아주머니에게 바로 넘겨 말 그대로 식비로 사용했다.

 

신부들은 신자로부터 사제서품 축일(祝日) 등 축일 때 용돈이나 선물을 받는다. 그러나 그는 이 정성마저 대부분 뿌리쳤다.

 

한 신자는 "주교님은 신자들이 부담을 가질까봐 지난 7월 축일에는 아예 왜관수도원으로 자리를 피해버리기도 했다" 고 말했다.

 

안동교구의 재정을 맡고 있는 민홍기(閔弘基.52) 사무국장은 "주교님이 이따금 축일에 받은 돈은 복지시설이나 장학기금 등에 전달하고 선물은 나눠줬다" 면서 "무소유의 삶을 본보기로 실천했다" 고 말했다.

 

경북 성주에서 태어난 朴주교는 서울 가톨릭대를 졸업, 1971년 사제 서품을 받았다. 74년 로마 울바노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90년 주교 자리에 올라 안동교구를 맡을 때까지 대구가톨릭대 교수 등으로 활동했다.

 

농촌에서 태어나 성주농고를 졸업한 그는 가난한 농촌의 가슴아픈 현실을 지켜보며 안타까워했다고 사제들은 전했다. 교구청 뒤뜰 3백평 텃밭에 10년간 손수 농사를 지었다.

 

朴주교는 틈날 때마다 손수 경운기를 몰고나가 나환자 교우들이 만든 유기비료를 텃밭으로 실어날랐다.

 

수확한 감자며 배추는 무료 급식소인 요셉의 집으로 보내 행려자들과 함께 나눴다.

 

유해가 안치된 안동 목성동 성당엔 가파른 비탈길을 따라 조문행렬이 끊이지 않았고, 13일 장례미사에는 김수환(金壽煥) 추기경 등 2천5백여명의 신도.신부.수녀가 참석해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金추기경은 "훌륭한 사람이 너무 빨리 갔다" 고 했다.

 

안동=송의호 기자 <yeeho@joongang.co.kr>

 

 

 ※글올린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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