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납동성당 게시판

조약돌

인쇄

김미라 [luv1004] 쪽지 캡슐

2000-02-23 ㅣ No.405

우리 이야기
 
 
어느 부부가 죽어 하느님의 심판을 받게 되었다.
하느님께서는 들판에 나가 자기 이름이 쓰인 
죄의 돌들을 모두 가져오라고 하셨다.
이 부부는 생전에 지은 죄들을 찾기 위해 들판에 나갔는데
거기에는 이름이 쓰인 큰 돌, 작은 돌들이 수없이 많았다.
부인은 자기의 이름이 쓰여진 작은 조약돌들을 모두 주워가지고 하느님
앞으로 갔고, 남편은 한참을 헤매다가 자기 이름이 쓰인 큰 바위를 발견했다.
그 바위는 너무 커서 하느님 앞에까지 
가져가지 위해 피투성이가 되도록 애를 써야 했다.
이윽고 부부가 가져온 돌들을 보신 하느님께서는 가져온 돌들을
원래 있던 자리에 틀림없이 가져다 놓고는 천당으로 가라고 하셨다.
남편은 그 큰 바위를 다시 사력을 다해 제자리에 가져다 두고는 천당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부인은 비슷비슷한 돌들의 제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
이것이 이 자리에 놓여있었던가? 아니, 저것이던가?
하며 돌의 제자리를 찾지 못해 천당에 갈 수 없었다.
우리는 흔히 죄라면 십계명을 어기는 것만 생각하고,
내가 저지른 잘못이 십계명을 어기는 것이 되는가만 생각한다.
 
그리고 십계명에 해당되지 않으면 안심하고
일시적 양심의 가책 혹은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는 다짐 정도로 끝나는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일상에서 저지르는, 죄라는 의식조차 없이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못하고 저지르는 잘못들은 그 잘못 자체로 보면 대수롭지 않을 수도 있으나 우리를 만성적인 죄의 상태에 빠뜨린다.
사실 우리네 평범한 사람들이 큰 죄를 짓는 일은 흔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생활 안에서 타성적으로, 습관적인 수많은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
천당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들판을 헤매야 하는 부인의 슬픔은
언제 어디서 지었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작은 잘못의 불행 때문이 아닐까.
 


15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