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동성당 게시판

어머님전 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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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촌동청년회장 [9doon] 쪽지 캡슐

2000-05-08 ㅣ No.735

 

†찬미예수 마리아, 요셉

 

우리는 종종 ’나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라는 물음을 하며 살게 된다. 아니 어쩌면 우리의 삶 전체가 이 물음과의 싸움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의 삶이 천차만별의 여정속에서 서로 다른 길을 걷는다 할지라도, 결국 우리 모두는 어머님의 뱃속에서 와서 먼저 가신 어머님의 무덤가에 묻힌다는 사실이 5월 8일 어버이날에 즈음하여 우리 삶의 모습을 자못 숙엄하게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1년 하루하루가 모두 어버이날이라 해도 충분하지 못할 우리 부모님들의 자식과 가정을 위한 희생과 사랑의 삶은, 어쩌면 우리가 그토록 닮고자 했던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이 그대로 우리들 가정안에 이루어지고 있음을 깨닫게 하는 사랑의 양식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어버이날에 이 땅위의 우리들 모두의 부모님들과 혹, 부모님을 먼저 여윈 이들에게는 먼저 세상을 떠나셨지만 영원히 내 안에 나만의 친구로 남아계신 우리 어머니, 아버지의 그 사랑의 실체를 함께 나누며 살아갈 수 있는 따뜻함이 가득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직접 지어 본 감사의 글을 카네이션 대신 두손 모아 바칩니다.

 

 

 

                             어머님前 上書

 

 

억조창생의 아픔을 휘몰아                 

 

이는 정녕 내 새끼이던가.                 

 

울음소리 솟구쳐

 

하늘에서 처음 흘러내리니         

 

비롯함이 없는 시간이 비롯하고            

 

시작함이 없는 삶이 시작되던 순간,        

 

살갗에 닿는 여윈 손내음                  

 

생명을 이어가니                          

 

피어나는 박동소리.                        

 

                                         

 

수많은 시간이 흘러 조금씩                

 

그의 모습을 인지하였나니,                 

 

또다른 시간이 흘러                           

 

이제 그의 속성을 인지하고,                

 

또 시간이 흘러 때가 되면                 

 

이제의 그는 새끼를 위해                         

 

마지막 남은 존재의 힘을 다하리니         

 

그의 이름은 어머니이던가.                

 

                                         

 

천황문(天皇門)

 

일월문(日月門)      

 

여정문(旅程門)      

 

바위는 삭아가도      

 

어머니의 비는 손 끝에 걸린      

 

이는 사랑하는 나의 아들 ― 그 염원은 영원하다.      

 

우주에 떠도는 인고(忍苦)의 정을 굽은 허리에 담아주는 이,

 

천지기운의 사랑을 움푹한 두손에 담아주는 이,

 

주름진 두귀를 기울여      

 

또다른 혼신의 사랑을 전하려 하는가.      

 

       

 

진정 그는 나의 어머니이던가      

 

진정 그는 억조만민의 어머니였던가      

 

태중의 이내 ’나’를 안고 해질녘     

 

명명되지 않은 마을 뒷산 언덕      

 

언제나 당신 사랑의 원(願)을 간직하시던 어머니.      

 

 

 

이제

 

가야산 정상 이곳에서

 

먼데 하늘을 앞으로

 

지성이신 영혼의 실체를 향해 외쳐본다.

 

어머니,

 

어머니,

 

어.

 

머.

 

니.

 

               

 

                                                  2000년 성모성월 어버이날에

                                                    이 땅위의 모든 자녀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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