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계동성당 게시판

욕먹는 것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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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1-19 ㅣ No.5519

샛파란 보좌신부시절

몸은 고달팠지만 칭찬을 많이 들었지요

내가 일을 잘해서 그런가 보다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착각이더군요

나중에 알고 보니

신자분들이 요청하는 것을 거절할 기회가 없어서

그랫던 것이지요

사실 신자분들이 보좌신부에게 어떤 부탁을 하겟습니까

본당예산의 결제권을 주임이 가지고 있으니

부탁하는 내용은 대개 돈과는 관련이 없는 것이지요

그러니 거절할 일도 적고 따라서 욕먹을 일도 적었던것이지요

그런데 기대하고 기대하던 첫주임을 나가서 느꼈던 소감은?

한마디로 주임자리는 욕먹는 자리구나 하는 생각

모든 사람의 요구를 다 들어줄수가 없으니 그럴수 밖에...

들어준 분들이야 좋다고 하지만

거절당한 분들로 부터는 별별 욕을 다먹었지요

젊은 신부가 세상물정을 모른다는 둥

몇년후면 지나갈 사람이 너무 설친다는 둥

어쩌고 저쩌고

비러먹을 욕은 돌고 돌아서 꼭 다시 오는 겁니다

처음에는 그것이 얼마나 상심이 되던지

술깨나 퍼먹엇지요 신자분들의 좁은 소견을 탓하면서

그런데 욕도 먹다보니 견딜만 한지 요즈음은 웬만한 욕은

들어도 그런가 보다 입니다

그리고 내가 욕을 먹고 안먹고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당의 틀을 잡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뼈대가 튼튼해야 내장이건강한 것처럼

본당역시 그 틀이 건강해야 다른 활동들도 원활하다는 것을

사목을 하면서 절실히 깨달은 것입니다

 

물론 아무리 욕먹는것에 이골이 났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면전에서 욕을 하는데 화가 나지 않는 것은 아니지요

제 성질을 아는 분들은 이미 아시겠지만 저는 아주 다혈질입니다

뒤로 미루고 궁시렁거리는 것보다 앞에서 멱살을 잡고 들이받는 것이 더 맘이 편한사람이지요

어찌되엇건 간에

신부생활을 이제 십육년째 하다보니 본당운영에 대하여 나름대로

눈을 뜨게 되었는데 문제는 그렇게 눈이 뜨이게 되다보니

해서 욕먹을 일과 칭찬들을 일이 뻔연히 보이게 되었다는것이

문제입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이제는 피해가는 법도 알게 되엇다는것이지요

다른 신부들과도 그런 이야기를 나누엇는데

신부생활을 제일 편하게 하는 것은

그저 못본척 못들은척 하고 신자분들 요구에 예예 하고 대답을 하고 설렁설렁

지나가는 것이 제일 속이 편한것이라고들 하더만...

 

그러나 참으로 지랄같은 것이 자기 성질이라고

내가 뭐 잘낫다고 본당의 앞날이니 뭐니 하는 나발같은

걱정을 하면서 또 내가

...그렇게 그냥 지나치며는 결국 후임중에 누군가가 욕을 먹으면서

그일을 해야 할텐데 하는 아무도 고마워하지  않는 생걱정을 하면서 차라리 내가 희생타가 되자고 결심아닌 결심을 하게 되고

그래서 또 욕먹는 일에 손을 대고 바가지로 욕을 먹고

욕을 먹고나면 성질이 나서.

 욕이 늘고...

빌어먹을 욕먹을 팔자야

그래도 욕먹는 것도 마음공부중의 하나라 하엿으니

하는 말로 위안을 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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