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2동성당 게시판

이별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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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은영 [key61] 쪽지 캡슐

2000-04-10 ㅣ No.176

 지인들과 점심을 함께하며 자연스레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로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초등학생, 중학생, 제일 커봐야 고등학생을 자녀로 둔 고만고만한 사람들이기에 서로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쉬워서일까요?

 한 자매님의 이야기가,

몇일전 가족이 함께 <락 햄릿>을 보러 갔답니다.

그 공연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이제 중학생이 된 첫아이가 좋아할것이라는 것이었답니다.

공연 내내 남편과 아들은 정말 구경꾼 처럼 관람하고 초등학생인 딸과 그 자매님은 신이나서 함께 호흡을 맞추며 관람을 했더랍니다.

공연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들에게 관람 소감을 물었더니

 "응, 재미있긴 했는데, 친구들하고 갔었으면 더 재미있었겠어요." 하더랍니다.

그순간,일종의 배신감(?)을 느끼며

 ’그래, 다 소용없어. 이제 너도 가족보다는 친구가 우선인 나이가 되었구나.’

무척 서운하고 허탈하더랍니다.

 

 그리곤 우리들은 아이들을 잘 떠나보내는 연습을 해야 할 나이가 되었음을, 집착하지 않고

아이의 자유를 속박하지 않는 어미가 되어야 한다고 침을 튀겨가며 이야기를 했지만 입에서

나오는 말과 마음 속에서 이는 말과는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서로 느끼며  약간은 침울한 분위기에서 내린 결론은,

 "아이들 한테 집착하지마. 아이들이 나를 차버리기 전에 내가 먼저 아이들을 떠나보내야해."

 

 

이 아름다운 계절에

<이별 연습>을 해야 겠습니다. 자~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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