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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없는 사순제1주일 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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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2000-03-11 ㅣ No.290

인기가 점점 없어서 강론을 올려야 하는가 하는 고민을 하면서.....

 

 

 

                                                          사순 제1주일(나해, 2000. 3. 12)

                                                                                                                                           제1독서 : 창세 9, 8 ∼ 15

                                                                                                                                          제2독서 : 1베드 3, 18 ∼ 22

                                                                                                                                          복   음 : 마르 1, 12 ∼ 15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한 주간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우리를 한 번더 춥게 하더니 감기에 걸려 고생하는 사람들만 만들어 놓고 도망가 버렸습니다.  계절의 변화는 아무리 강한 힘도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잘 알고 있는 황희 정승의 일화를 한 편 들려 드리려 합니다.  황희 정승이 암행어사 시절 하루는 함경도 어느 농촌을 지나가고 있었는데 두 필의 소로 열심히 밭을 가는 농부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한가한 농촌길이 무료하기도 해서 농부에게 "그 두 필의 소 중에서 어는 소가 일을 더 잘 합니까?"하고 물었더니 밭을 갈던 농부가 소를 멈춰 세우고는 쫓아 와서 황희 정승의 귀에다 대고 "저 왼쪽 검은 소가 일을 더 잘하지요"하고 조용히 말하더랍니다.  별 것도 아닌 말을 하던 일을 멈추고 황희 정승의 귀에다 속삭이듯 말을 하는 농부의 태도가 이상해서 "아니, 뭐 그리 대단치도 않은 말을 왜 그렇게 귀에 대고 속삭이듯 이야기를 합니까?"하고 물었더니 농부는 "아무리 미물인 짐승이라 해도 언짢은 소리가 짐승의 귀에 들리면 불쾌할 것 아닙니까?"하고 답을 하더랍니다.  그 말을 들은 황희 정승은 크게 깨닫고 농부의 말을 일생동안 잊지 않고 삶의 지표로 삼았다고 합니다.  항상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하고 특히 재상이라는 관직에 있으면서도 서민들을 이해하려는 마음과 가난한 서민들의 처지를 잊지 않고 근검 절약하고 서민을 항상 존중하고 받드는 마음자세를 잊지 않았다고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광야에서 유혹을 받으셨습니다.  높은 자리에 있으면 유혹이 많다고 합니다.  뇌물이라든지, 향응이라든지, 명예, 재물 등등 그러나 이러한 큰 것이 아니더라도 아주 기본적인 남을 생각지 않고 업신여겨도 될 것 같은 아주 작은 행동도 유혹이 되고 맙니다.  이러한 작은 유혹까지 극복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사실 성서에 보면 하느님의 사랑을 받았던 인물들이 사탄의 유혹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아담은 사탄의 유혹에 넘어가 낙원에서 쫓겨났습니다.  아브라함과 욥은 사탄의 유혹을 이겨내고 승리한 인물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사탄의 유혹에 쉽게 넘어갑니다.  세상의 영화와 권세가 화려한 꿈처럼 눈앞에 펼쳐지면서 끊임없이 우리를 유혹합니다.  마치 그것이 행복의 전부이고 인생의 목표인양 우리를 현혹시킵니다.  이러한 우리에게 사탄의 유혹을 이겨내신 예수님께서 "때가 다 되어 하느님의 나라가 다가 왔다.  회개하고 이 복음을 믿어라"하고 외치고 계십니다.

  

  우리가 지금 보내고 있는 사순절을 우리는 회개의 때라고 합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버리고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 광야로 나가는 시간입니다.  그러기에 우리가 회개하고 모든 유혹을 이겨낼 때 오늘 제1독서에서 하느님께서 인간뿐 아니라 동물들과도 계약을 세우신 것처럼 우리는 세례를 통하여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구원을 얻게 될 것입니다.  "세례는 단순히 몸의 때를 벗기는 것이 아니라 깨끗한 양심으로 살겠다고 하느님께서 서약하는 것"(1베드 3,21 참조)이라고 강조하는 베드로 사도의 말씀처럼 우리는 이제 우리의 삶을 바꾸어 나가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이 사순절을 그저 그냥 그렇게 보낸다면 우리는 "옛날에 노아가 방주를 만들었을 때 하느님께서 오래 참고 기다리셨지만 끝내 순종하지 않던 자들"(1베드 3, 20)처럼 구원에서 멀어져 끝없이 세상의 영광과 권력을 찾아다니게 됩니다.

 

  재를 머리에 얹는 예식으로 시작된 사순절을 보내고 있는 우리는 우리에게 다가오는 가장 작은 유혹부터 이겨나가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서로를 인정해주고 그들에게 주인이 아닌 종으로써 다가서는 모습.  그래서 모든 것을 내어 줄 수 있고 나눌 수 있는 은총의 시간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우리의 반성과 회개를 통해 그리고 우리의 이웃에 대한 희생을 통해 나와 이웃들에게 기쁨과 희망을 안겨주는 부활의 삶이 되도록 노력하는 시간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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