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 화

2015년 4월 세나뚜스 지도신부님 훈화

인쇄

세나뚜스 [senatushp] 쪽지 캡슐

2015-06-23 ㅣ No.236

성소 주일을 맞아


손희송 베네딕토 신부님


찬미 예수님,


부활 4주는 성소주일인데 착한 목자주일이라고 합니다. 교황 바오로 6세께서 1964년에 사제성소와 수도성소가 좀 더 양성되고 중진 될 수 있도록 성소주일로 제정하여 지금까지 지내고 있습니다. 많은 젊은이들이 사제성소와 수도성소에 응답해서 사제나 수도자로서 성소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신자들이 마음을 모아 기도하고 협조해야 된다는 의식을 고취시키는 날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우리 교회는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로 이루어집니다. 잘 아시다시피 다 같은 하느님의 자녀들인데 그 역할이 다를 뿐입니다. 사제 없는 교회나 평신도 없는 교회는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성직자와 평신도가 마음을 합하여 나갈 때 주님께서 원하시는 나라가 될 수 있는데 이것을 위하여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서로 도와줄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흔히 하는 말로 좋은 성직자가 있는 곳에 훌륭한 평신도가 나오고, 좋은 평신도가 있는 곳에서 훌륭한 성직자 수도자가 나온다고 합니다. 가정의 신앙심이 돈독하게 되면 그곳에서 사제성소나 수도성소가 많이 나옵니다. 유럽이나 미국 사회에서 사제성소와 수도성소가 줄고 있는 것은 가정이 파괴되거나 와해되고부터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통계적으로 가정이 와해되고 나서 그 후에 사제성소와 수도성소가 줄었다고 합니다. 우리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우리 신자들이 가정 안에서 신앙을 돈독히 살아 갈 때 자녀들이 부모들의 신앙을 배우고 그것이 사제성소나 수도성소로 이어지면서 훌륭한 사제나 수도자가 나오게 됩니다. 훌륭한 사제와 수도자는 다시 신자들이 훌륭한 신앙인이 될 수 있도록 잘 이끌어 주는 선순환이 일어나게 됩니다

 

신자들이 사제들에 대해 기대를 많이 하는데 그것을 다 충족시켜줄 수 있는 사제가 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제가 볼 때 오늘날 요구되는 사제상은 겸손한 사제가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겸손한 사제란 예수님이 주인이고 자신은 일군이라고 생각하고 항상 주님과 교회의 뜻이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춘다면 겸손한 사제가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성소주일을 맞아 제가 읽은 책의 내용 하나를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돈 보스코 성인은 청소년 교육에 뛰어난 분이신데 이 분의 후계자인 필립보 리갈디라는 분의 이야기입니다. 이분이 수사 신부들을 양성하는 일을 맡고 있을 때 농촌에서 올라온 나이 많은 요한이라는 수사가 있었습니다. 요한 신학생은 자신의 능력이 많이 모자라는 것을 한탄하며 리갈디 신부님을 찾아와 면담을 요청하였습니다. 그는 농부 출신이어서 아는 게 많지 않고 나이도 많아 학업이 뒤질 수밖에 없으며 훌륭한 사제가 될 수 없을 것 같으니 사제의 길을 포기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습니다. 리갈디 신부님은 요한 학생의 사정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가 상당히 많은 잠재력을 지니고 있고 열성 또한 크다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리갈디 신부님은 요한의 어깨를 두드리면서 이렇게 격려했다고 합니다. “제대 위의 초를 본적이 있는가? 어떤 것은 길고 어떤 것은 짧지. 하지만 모든 초가 주님께 봉사하기 위해 그곳에 있는 것이라네. 동 트기 전에 미사를 드릴 때 긴 초들보다 짧은 초가 사제가 미사경본을 읽는데 도움이 된다네. 교회 안에서도 마찬가지일세. 교회는 낮은 자리에서 자신을 희생하고 헌신할 키 작은 사제들을 더 필요로 한다네. 자네는 그런 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이 될 걸세.”

리갈디 신부님의 위로를 통하여 요한 신학생은 크게 감명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 다음부터 열심히 공부했고 사제가 되어 브라질 선교사로 파견되었다고 합니다. 그곳 인디언들과 그곳 사람들의 아버지로 살다가 그곳에서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입니다

 

교회 내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없다고 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낮은 자리에서 주님을 위해서 희생하는 키 작은 사제들이 정말 많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물론 인간적으로 잘나고 여러 가지 재주가 있을 수는 있지만 주님을 위해서 자신을 낮추고 뒷자리를 차지하는 그런 사제들이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성모님은 교회의 어머니로서 교회의 아들들인 사제들에 대해서 많은 관심과 사랑을 갖고 계십니다. 성모님의 군대인 레지오 단원들도 좋은 사제가 많이 양성되고 신자들을 잘 이끌어 갈 수 있는 사제들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열심히 기도하고 희생하고 협조할 것은 협조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제만이 아니라 평신도들도 낮은 자리에서 주님을 위해서 희생하고 헌신하는 키 작은 사람들이 많이 필요할 것입니다. 하와가 선악과를 따 먹을 때 뱀이 이것을 따 먹으면 죽지 않을 뿐 아니라 하느님과 같아진다.”고 했습니다. 하느님과 같아진다는 것은 자기를 절대자의 위치에 놓는 것입니다. 결국 그것이 원죄가 되었고 그것으로 우리는 세상의 중심에 우리를 놓고 싶어 하는 욕망들이 우리 안에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주님을 섬긴다면 내가 아니라 주님을 내 마음 한 가운데 모시고 그 곁에서 머물면서 키 작은 사람들이 되도록 노력할 때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성소주일을 맞아 사제들이 많이 나오고 기쁘게 그 길을 가고 주님의 뜻을 따르는 사제들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특별히 레지오 단원들이 많이 기도하고 희생하고 협조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471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