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주님 만찬 성목요일(나해) 요한 13,1-15,47; ’18/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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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18-03-30 ㅣ No.3511

주님 만찬 성목요일(나해) 요한 13,1-15,47; ’18/03/29

 

 

오늘 주님 만찬 성목요일을 맞아,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시는 주 예수님을 바라보며 이런 질문을 던져 봅니다.

신앙인의 본 모습은 무엇인가?’

어떻게 사는 것이 우리 신앙인의 올바른 모습인가?’

주 하느님께서는 주님을 믿는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하기를 바라시는가?’

 

아브라함의 예를 하나 들어봅니다. 하느님께서 소돔과 고모라에 대한 원성이 너무나 크고, 그들의 죄악이 너무나 무겁구나. 이제 내가 내려가서, 저들 모두가 저지른 짓이 나에게 들려온 그 원성과 같은 것인지 아닌지를 알아보아야겠다.”(창세 18,20) 라고 하셨을 때, 그 자리에 아브라함이 있었습니다. 아브라함은 주 하느님께 다가서서 말씀드립니다. “진정 의인을 죄인과 함께 쓸어버리시렵니까? 혹시 그 성읍 안에 의인이 쉰 명 있다면, 그래도 쓸어버리시렵니까? 그 안에 있는 의인 쉰 명 때문에라도 그곳을 용서하지 않으시렵니까? 의인을 죄인과 함께 죽이시어 의인이나 죄인이나 똑같이 되게 하시는 것, 그런 일은 당신께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런 일은 당신께 어울리지 않습니다. 온 세상의 심판자께서는 공정을 실천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23-25) 라고 청합니다. 아브라함은 주 하느님께 이런 식으로 마흔 다섯 명, 마흔 명, 서른 명, 스무 명까지 줄이다가 마침내 “제가 다시 한 번 아뢴다고 주님께서는 노여워하지 마십시오. 혹시 그곳에서 열 명을 찾을 수 있다면......?”(31) 라고 까지 그 집단적인 벌을 면할 수 있을 조건의 수를 줄여서라도 처벌을 면하게 해주고자 합니다. 그러자 주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에게그 열 명을 보아서라도 내가 파멸시키지 않겠다.”(31) 라고 답해주시고 또 들어주시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곳에 정말 열 명의 의인도 없었는지, 조카 롯 한 사람을 제외하고 소돔과 고모라는 유황불을 벌로 받고 맙니다.

 

여기서 이런 질문을 던져봅니다. 아브라함이 주 하느님께 왜 이런 청을 드렸습니까? 소돔 사람들과 고모라 사람들이 아브라함에게 친척도 아니고 친구들도 아닌데, 무엇 때문에 이런 청을 드렸을까? 혹시라도 자기가 말을 잘못해서 가뜩이나 진노의 불꽃을 빨갛게 지피고 있는 주 하느님께 벌의 농도를 진하게 하거나 또는 자기가 대신 진노를 받을지도 모를 이런 질문을 무모하게 던졌습니까?

 

모세에게서도 이런 대속적인 기도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집트에서 탈출하여 광야를 건널 때, 모세가 시나이산으로 올라가서 십계명을 받으러 올라간 사이에, 아론과 유다인들이 그새를 기다리지 못하고 금송아지로 신을 만들어 섬기자, 주 하느님께서는내가 이 백성을 보니, 참으로 목이 뻣뻣한 백성이다. 이제 너는 나를 말리지 마라. 그들에게 내 진노를 터뜨려 그들을 삼켜 버리게 하겠다. 그리고 너를 큰 민족으로 만들어 주겠다.”(탈출 32,9-10) 라고 선언하십니다. 그러자 모세가 주 그의 하느님께 애원합니다. “주님, 어찌하여 당신께서는 큰 힘과 강한 손으로 이집트 땅에서 이끌어 내신 당신의 백성에게 진노를 터뜨리십니까? 어찌하여 이집트인들이, ‘그가 이스라엘 자손들을 해치려고 이끌어 내서는, 산에서 죽여 땅에 하나도 남지 않게 해 버렸구나.’ 하고 말하게 하시렵니까? 타오르는 진노를 푸시고 당신 백성에게 내리시려던 재앙을 거두어 주십시오. 당신 자신을 걸고, ‘너희 후손들을 하늘의 별처럼 많게 하고, 내가 약속한 이 땅을 모두 너희 후손들에게 주어, 상속 재산으로 길이 차지하게 하겠다.’ 하며 맹세하신 당신의 종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이스라엘을 기억해 주십시오.”(11-13) “그러자 주님께서는 당신 백성에게 내리겠다고 하신 재앙을 거두셨다.”(14) 라고 전합니다.

 

여기서도 모세는 무지몽매하고 이기적이며 목이 뻣뻣하기 그지없는 완고하고 이기적인 백성들을 구하기 위해 주 하느님께 대신 청합니다. 직속 부하라고 할 수 있는 아론과 그 백성들이 갖은 고생을 하면서 자신들을 위해 일을 마치고 돌아온 모세에게 우상숭배라는 일을 벌려, 자신도 배반감과 불쾌감에 불타오르면서도 백성들을 위해 대신 애걸합니다. 심지어는 두 번째 용서를 빌 때는 백성들의 죄를 자신에게 대신 벌을 달라고 청합니다. “이제 그들의 죄를 부디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하시지 않으려거든, 당신께서 기록하신 책에서 제발 저를 지워 주십시오.”(32)

 

이상에서 본 아브라함과 모세의 모습에서 우리는 지도자의 모습 그리고 주 하느님을 믿고 따르는 하느님의 사람들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그 공통적인 모습은 다른 이들의 구원을 위해 대신 기도를 바치는 모습입니다. 급기야 주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 못박혀 희생제사를 봉헌하시기 전에 그 의미를 알려주시려는 예표로, 제자들과 함께 최후의 만찬을 통해 성체성사를 세우시면서 우리를 구하시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대신 바치시는 모습을 보여주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이 음식을 먹고 있을 때에 예수님께서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며 말씀하셨다. ‘받아 먹어라. 이는 내 몸이다.’ 또 잔을 들어 감사를 드리신 다음 제자들에게 주시며 말씀하셨다. ‘모두 이 잔을 마셔라 이는 죄를 용서해 주려고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내 계약의 피다.’”(마태 14,26-28)

 

오늘 최후만찬을 통해 성체성사를 세우시고 제자들의 발을 닦아주시는 주님을 바라보며, 우리의 신원과 소명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됩니다. 우리는 바로 세상 구원을 위한 희생제물로 나 자신을 바치는 것입니다. 우리는 형제들의 구원을 위해 기도하고, 함께 그 짐을 짊어지고, 대신 희생하는 존재입니다.

 

모세의 기도가 마음 속에서 지워지지 않고 계속 솟아오릅니다. “타오르는 진노를 푸시고 당신 백성에게 내리시려던 재앙을 거두어 주십시오.”(탈출 32,12) “이제 그들의 죄를 부디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하시지 않으려거든, 당신께서 기록하신 책에서 제발 저를 지워 주십시오.”(탈출 32,32) 그리고 결정적으로 십자가상에서 돌아가시면서 외치셨던 주님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루카 23,34) 마침내 세상 구원을 위한 자신의 희생제사를 봉헌하시고는 쏟아내신 말, 다 이루어졌다.”(요한 19,30)

 

이는 죄를 용서해 주려고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내 계약의 피다.”(마태 14,28)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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