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성당 게시판

가정의 달에 바치는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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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리 [uree] 쪽지 캡슐

2001-05-22 ㅣ No.2454

 

가정의 달에 바치는 기도

-5월 20일 교중미사 (기도: 배우리. 지역 사목회장)-

 

       

      주님.

      잠시 머리 숙여 봅니다.

      생각을 추스려 봅니다.

       

      지금까지 저희가 해 온 일들에

      하느님께 거스른 일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또 앞으로도 그런 일들을 되풀이하며

      하느님께 지을 죄가

      또 얼마나 많이 쌓이게 될 것인지?

       

      푸르름으로 한껏 누리를 덮어

      생기 넘쳐나는 이 달은 5월.

      성모의 달인 이 달은

      가정의 달이며 청소년의 달이기도 합니다.

       

      주님.

      그러나 이렇게 푸르고 싱싱한 달임에도

      그 저변에 깔린 사회의 분위기는 그리 푸르지 못합니다.

      그래서 저희 모두의 마음 주머니엔

      푸르고 맑은 빛깔이 채워져 있질 못합니다.

       

      가정의 평화와 안녕을 위해 정한 가정의 달

      한껏 푸르러야 할 이 달이  

      여기저기 회색 빛깔로 얼룩져 갔음에

      저희 모두 마음은 그저 무겁기만 합니다.

       

      청소년을 올바로 이끌고

      바른 마음을 심어 주어야 할 청소년의 달

      한껏 꿈에 부풀어야 할 이 달이  

      무심한 우리 어른들로 인해 그 꿈을 뭉개 버렸음에

      저희 모두의 마음이 무겁기만 합니다.

       

      주님.

      저희 모두를 용서하소서.

      입시 지옥에 매달려

      학원 빌딩 옥상 가건물에서 밤새워 공부하던

      젊은 넋들이

      불길 속에 묻혀 가 버린 것도 바로 엊그제.

      가정의 달이자 청소년의 달인 이 5월에 있었음이

      저희를 더욱 슬프게 합니다.

       

      그들을 입시 지옥으로 몬 것도 모두 저희이고,

      그들을 열악한 환경 속에 가두어 두다가

      그 뜨거운 불길과 연기 속으로 몰아

      숨을 거두게 한 것도 저희입니다.

      우리의 무관심으로

      몸과 마음에 병을 안겨 주다 못해

      마지막 시간까지 최악의 순간으로 몰아 낸

      저희 모두가 큰 죄인입니다.

       

      주님.

      저희에게는 참사랑과 참인정을

      지니고 있지 못한 게 아닙니까?

      아니면

      지니고 있어도

      이를 제대로 이용할 능력이

      모자라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주님.

      저희 모두에게

      창조주의 능력으로 주신

      그 고귀한 사랑과 인정을 발휘하게 하소서.

      비뚤어진 생각을 바로잡아 주소서.

       

      지금 이 시간에도 많은 젊은이들이

      어른들의 비뚤어진 생각 따라 움직이다가

      엉뚱한 길로 빠지고 있습니다.

      악의 구렁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거리를 헤매고도 있습니다.

       

      심각한 학교 폭력 사태나

      황폐해져 가고만 있는 청소년의 정신 문화.

      그러나,

      이 모두 그들만의 책임은 아닐 겁니다.

       

      주님.

      이 모든 일들이

      저희가 바르게 인도하지 못한 탓임을 알고

      뉘우칩니다.

       

      그들을 악의 구렁에 넣는 것도 저희이고,

      천 길 만 길 절벽 아래로 떨어질

      위험한 길을 걷게 하는 것도

      저희임을 잘 압니다.

       

      주님.

      저희 모두에게

      우리의 청소년들을

      올바로 이끌 수 있는

      밝은 슬기를 주소서.

      그들에게 이제는 참말로

      아늑한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는

      참이웃이 되게 하여 주소서.

       

      주님.

      저희 성당은 푸른 성당입니다.

      수림이 우거진 푸른 성당입니다.

      요즘과 같은 5월이면

      더 짙푸른 성당입니다.

       

      주님.

      푸른 성당인 저희 성당에

      나무에만 푸르름만 주지 마시고,

      신자 모두의 마음에도 푸르름을

      가득 안겨 주소서.

       

      그리하여

      청소년의 달인 이 5월이 더 푸르고

      더 생기가 넘쳐나게 하여 주소서.

      아울러

      모든 이로 하여금

      병든 사회가 치유되게 하시고,

      이 땅에 올바름과 밝음만이 철철 넘쳐나는

      정의와 광명의 세상이 되게 하여 주소서.

       

      저희들의 이 기도

      우리 주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간절히 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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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년 5월 20일

     배 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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