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시에나의 성녀 가타리나 동정 학자 기념일 ’22/04/29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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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2-04-12 ㅣ No.5004

시에나의 성녀 가타리나 동정 학자 기념일 ’22/04/29 금요일

 

가타리나 성녀는 1347년 이탈리아 시에나에서 태어나 어린 나이에 자신의 앞날을 짐작할 수 있는 신비스러운 체험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완덕의 길을 걷고자 일찍이 도미니코 제3회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깊은 사랑으로 지역들 간의 평화를 위하여 노력하는 가운데 특히 교황의 권리와 자유를 옹호하는 데 앞장섰습니다. 이탈리아의 수호성인으로 공경받는 가타리나 성녀는 1380년에 주님께 돌아가셨고, 1461년에 시성되었으며, 1970년 교회 학자로 선포되셨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가타리나 성녀가 훌륭하고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어서 학자가 되었다기보다는, 진솔하게 자신의 삶으로 복음을 살아낸 모습으로, 우리에게 복음의 기쁨을 보여준 학자로 이해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배고파하는 군중들을 바라보시며, 제자들에게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하문하십니다. “저 사람들이 먹을 빵을 우리가 어디에서 살 수 있겠느냐?”(요한 6,5)

 

그러자 제자 중의 필립보가 군중들을 먹이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견해를 밝힙니다. “저마다 조금씩이라도 받아 먹게 하자면 이백 데나리온어치 빵으로도 충분하지 않겠습니다.”(7) 그때, 시몬 베드로의 동생 안드레아는 자신이 준비할 수 있는 것이 얼마 되지 않아 부끄러워하면서도, 마치 주님께서 채워주십시오!’라는 마음으로 청하듯 말합니다. “여기 보리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진 아이가 있습니다만, 저렇게 많은 사람에게 이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9)

 

예수님께서는 그냥 지레 겁을 집어먹고 포기하는 필립보와 달리, 조금이라도 주님께 봉헌하면서 자신의 역할을 하려고 하는 안드레아의 모습을 바라보시며, 대견해 하시면서 사람들을 자리 잡게 하여라.”(10) 라고 하시며 기적을 준비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빵을 손에 들고 감사를 드리신 다음, 자리를 잡은 이들에게 나누어 주십니다. 물고기도 그렇게 하시어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주십니다. 그들이 배불리 먹은 다음에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버려지는 것이 없도록 남은 조각을 모아라.”(12) 하고 말씀하십니다.

 

그래서 그들이 모았더니, 사람들이 보리빵 다섯 개를 먹고 남긴 조각으로 열두 광주리가 가득 찼다. 사람들은 예수님께서 일으키신 표징을 보고, “이분은 정말 세상에 오시기로 되어 있는 그 예언자시다.”(14) 라고 감탄하며 말합니다.

 

오늘날의 사회는 겸손보다는 자기 광고와 선전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 보이고, 자기희생보다는 자기 성취를 통해 삶의 기쁨을 얻고 보람을 얻으려고 하는 듯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겸손과 자기희생이 가치를 잃은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단지 사회와 세기에 따라 사람들이 우위로 선택하는 가치와 그 가치를 수행하는 방법이 다를 뿐입니다. 그런 면에서 수도자들이 교회의 미진하고 부족하며 아픈 허물을 메꾸고 채워줌으로써, 교회를 살아있게 해주고 있습니다.

 

신학생 시절 자주 애송하던 고 최민순 신부님의 시 두메 꽃을 되새기며, 동생 수녀와 가타리나 성녀를 주보 성인으로 모신 분들, 그리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묵묵히 자신의 삶으로, 부끄러워하면서도 스스로 복음을 살아내고 있는 수도자들과 이 시대의 풍요와 행복을 위해 자신을 봉헌하고 희생하는 모든 신자분들께 감사드리며 기도드립니다.

 

외딸고 높은 산 골짜구니에 살고 싶어라

한 송이 꽃으로 살고 싶어라.

벌 나비 그림자 비치지 않는 첩첩 산중에

값없는 꽃으로 살고 싶어라.

햇님만 내님만 보신다면야 평생 이대로

숨어 숨어서 피고 싶어라.”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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