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파동성당 게시판

사랑은 가랑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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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재 [bloodmoon] 쪽지 캡슐

2000-02-06 ㅣ No.390

사랑은 가랑비처럼

 

 

가랑비에 속옷이 젖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것은 참으로 오는 듯 오지 않는 듯 대지를 적셔 주기에

사람들이 흔히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가

낭패를 보곤 하지요.

 

사랑도 그런 것 같습니다. 저 자신도 모르게 다가와

어느 순간 눈을 떠보면 이미 마음마저 홍건히 적셔져 있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맙니다.

차라리 소낙비처럼 강렬하게 쏟아진다면

그에 대한 준비를 미리 할 수도 있으련만 사랑은 대부분

우리 가슴 속에 가랑비처럼 슬그머니 다가오곤 해서

대책없이 당하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속옷이 좀 젖으면 어떻습니까.

우리의 가슴이 사랑의 고뇌로 온통 멍이 든다 한들 또 어떻습니까.

마른 땅에는 비가 내려야 하듯 우리의 삶의 대지를 촉촉히 적셔줘

급기야 인생의 꽃을 활짝 피워줄 사랑을 거부한다면

우리의 인생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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