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동성당 게시판

내 등의 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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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자 [lea75] 쪽지 캡슐

2000-09-03 ㅣ No.3385

- 내 등의 짐 -

 

 

내 등에 짐이 없었다면

나는 세상을

바로 살지 못했을 것입니다.

 

내 등에 있는 짐 때문에

늘 조심하면서

바르고 성실하게 살아왔습니다.

 

이제 보니 내 등의 짐은

나를 바르게 살도록 한

귀한 선물이었습니다.

 

내 등에 짐이 없었더라면

나는 사랑을 몰랐을 것입니다.

 

내 등에 있는 짐의 무게로

남의 고통을 느꼈고

이를 통해 사랑과 용서도 알았습니다.

 

이제 보니 내 등의 짐은

나에게 사랑을 가르쳐 준

귀한 선물이었습니다.

 

내 등에 짐이 없었더라면

나는 겸손과 소박함으로

기쁨을 몰랐을 것입니다.

 

내 등의 짐 때문에

나는 늘 나를 낮추고

소박하게 살아왔습니다.

 

이제 보니 내 등의 짐은

나에게 기쁨을 전해준

귀한 선물이었습니다.

 

물살이 센 냇물을 건널 때는

등에 짐이 있어야

물에 휩쓸리지 않고,

 

화물차가 언덕을 오를 때는

짐을 실어야 헛바퀴가 돌지 않듯이

 

내 등의 짐이

나를 불의와 안일의 물결에

휩쓸리지 않게 했으며,

 

삶의 고개 하나하나를

잘 넘게 하였습니다.

 

내 나라의 짐, 가족의 짐,

직장의 짐, 이웃과의 짐,

가난의 짐, 몸이 아픈 짐,

이별의 짐들이

 

내 삶을 감당하는 힘이 되어

오늘도 최선의 삶을 살게 합니다.

 

 

-- 좋은 생각 중에서 --

 

 

 

오늘 자폐라는 장애를 가진 딸아이를 키우는 어머님을 만났습니다.

그분은 한동안 기도하실 때 항상 하느님께 부탁드린건 자신보다 먼저 딸아이를 데려가시라는 거였다고 합니다.

저 또한 기도하면서 부탁드리는 게 한가지 있습니다.

이젠 그만 당신곁으로 데려가시라고... 나중에 어떤 벌을 받아도 좋으니깐 이젠 그만 이 억누르는 짐에서 벗어나게 데려가달라고 하염없이 기도드립니다.

우리 아빠를...

 

근데 이제 그 어머님은 이런 기도를 하지 않으신다고 합니다.

오히려 이런 딸을 당신께 주셔서 감사하다는 기도를 드린다고 합니다.

전....

아직도 감사하다는 기도는 드리지 못합니다.

그러나 오늘 이 글을 보면서 이 짐스러움이 결코 짐떵이로 버겁기만 한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 이 짐 때문에 내가 그래도 다른 사람의 마음을 조금은 더 많이 이해하고 남의 고통을 함께 느낄 수가 있었구나. 나도 감사하다는 기도를, 아빠한테 짜증내지 말고 자식된 예를 갖춰서 최선을 다하자’라는 생각을 품으채 오랜만의 집에서 해방된 자유를 만끽하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전 변한 게 없습니다. 또다시 울컥 밀려오는 짜증과 이제 그만 하자는 체념아닌 체념을 내뱉고 있습니다. 머리로는 이해하면서 가슴은 여전히 짐떵이로 여기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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