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울성당 게시판

* 無言의 天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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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표 [zanac] 쪽지 캡슐

2000-05-27 ㅣ No.1048

 

끝까지 읽고 생각해 볼만한 이야기..

 

 

언제 였던가....고2때 가을쯤 이였던가...?

 

그 날 이였다....내가 처음으로....장애인의 슬픔을 본게....

 

피곤하기도 하고 비가 내리는 게 짜증이 나서..

 

맨 뒷자리에 앉아서 멍하니 창밖을 내다 보고 있을 때였다.

 

 

난 가끔 굉장히 예쁜 여자 애와 잘생긴 남자 애를 자주 보곤 했었다.

 

볼 때마다 둘은 같이 다녔었고 나이는 내 나이 또래 정도 되어 보였는데

 

특히 여자애가 정말 하얀 피부에 커다란 눈이 지금까지도 기억이 날 정도로 예쁜 얼굴이었다.

 

<난 아직까지도 이 여자애보다 예쁜여자를 본적이 없다....>

 

 

그날 그애들은 어김없이 같이 있었고..

 

중간정도에 여자애를 앉히고 남자애는 뒷자리에 앉아 있었다.

 

자주 보던 얼굴들이여서 잠시 눈이 마주치자 눈 웃음은 나눌 정도는 되던 아이들이었다...

 

 

그 아이들이 탄뒤에 다음 정거장에서 교복을 입은 몇명의 남학생들이 올라탔었다.

 

남학생들은 여자아이의 자리쪽으로 왔고..

 

한 남학생이 그 여자애를 보곤 자기들끼리 예쁘네 어쩌네 하면서 낄낄대고 있었다.

 

 

한 남자애가 "어 피곤하네 누가 가방 안들어 주나~" 하면서..

 

의도적으로 여자애의 주위를 기웃대기 시작했다.

 

여자애의 얼굴은 달아 올라 있었고..

 

그 남학생의 친구들까지 덩달아 농을 걸면서 그녀를 당황하게 하고 있었다.

 

 

"야 좀 들어주라 무겁 대자너~" "얼굴 이쁜 값 하나 이 기집애가~"

 

 

계속되는 농짓거리...

 

여자애의 얼굴은 거의 울듯한 표정이였고 난감해 하면서 일어나려 했었다.

 

 

"쌍~ 이 년도 우리가 공고생이라고 무시하냐?"

 

 

그 당시에 한참 상업계와 인문계생의 싸움으로 시끌시끌하던 때였다.

 

그 남학생들은 심할 정도로 여자애앞에서 욕을 해대면서..

 

여자애를 둘러싸고는 괴롭히고 있었는데..

 

여자애와 항상 같이 다니던 남자애가 벌떡 일어나더니..

 

남학생들을 밀쳐대며 여자애를 일으켜 세웠다.

 

 

"어쭈? 니가 이 계집애 서방이냐? 뭐야 넌?"

 

 

남자애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그녀를 감싸안고 문쪽으로 가려 했었다.

 

그러나 시비를 걸던 남학생들은 남자애를 가로 막았고..

 

심한 욕을 내뱉으며 발로 남자애를 걷어 차버렸다.

 

남학생들중에 한명이 여자애의 손목을 잡고는 놓지 않자..

 

여학생은 바둥거리면서 싫다는 표정으로 쓰러진 남자애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때였다.... 남자애는 이상한 목소리를 내면서 남학생들에게 말을 했던 순간이.......

 

 

"어....어우어....어어....."

 

 

남자애는 농아였었다............

 

잠시 버스 안에는 침묵이 흘렀다.....

 

 

"뭐야? 이거 병신 새끼잔아? 야 징그러 너 말하지마! 병신 새끼....."

 

"우..재수없어!"

 

 

아직도 잊을수가 없다.....

 

그 남자애의 표정을... 억울함과...분노....슬픔이 뒤섞인 그 표정을...

 

그의 얼굴엔..자신에 대한 원망과 세상에 대한 분함이 서려 있었었다....

 

남학생들은 ’병신 새끼’ ’더러운 놈’이라는 말을 지껄이며 ’이런 놈이랑 뭐하러 같이 다니냐?’

 

면서 여자애를 붙잡고는 비웃고 있었다.

 

 

농아인 남자애는 남학생들에게 맞으면서도 그녀를 보호하려고 애를 썼었다.

 

그녀가 자신의 팔을 붙잡고 있던 남학생을 뿌리치면서..

 

침을 뱉고는 눈물이 그렁 그렁한 표정으로 남자애를 감싸안았다.

 

 

그리고...그녀 또한 농아였었다.....

 

..........

 

 

그녀는 수화로 남자애에게 뭐라고 손짓을 하며 일으켜 세우며

 

벨을 누르곤 입술을 꽉 깨문채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버스안의 그 누구도....아무도....말을 하지 않았다.

 

 

밖에는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었다...

 

분했을꺼다.... 정상인도 감당하기 힘든 욕설을 들으면서...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남자들의 농짓거리 상대가 되버린 것도 억울할진데...

 

그녀는 말 못하는 농아...

 

항상 같이 다니면 그 남자애가 연인이든 아니든..그 또한 서러웠을꺼다..

 

말 한마디 못해주고... 지켜주지 못하는 억울함에...

 

 

버스가 정거장에 정차하자 여자애는 남자애를 부축해서 내려갔다.

 

창밖을 내려다보니 그녀가 쓰러지듯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울고 있었다.

 

비가 내리는 것도 모른다는 듯....

 

남자애의 눈은 안쓰러움과 서러움을 가득담고 그녀를 감싸안고..

 

멍한 시선으로 차안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들이 내리고 나자 시비를 걸었던 남학생들은 멀쓱했는지..

 

그 다음 정거장에서 내릴려고 하고 있었다. `재수가 없었다`느니 여전히 험한 말투로..

 

 

갑자기 화가 치밀었다...그들이 무슨 권리로 그 둘에게 눈물을 쏟게 하는건지...

 

남학생들이 내리자 마자 난 창문을 열고는 마시고 있던 음료수 캔을..

 

그 중 한명에게 던져 버렸다.......

 

 

정면으로 맞은 남학생은 놀라서 날 쳐다보았고 버스에 다시 타려고 뛰어왔지만

 

버스 운전기사는 빠른 속도로 차를 출발시키고 있었다...

 

남학생들마저 내리자 그때서야 여기저기서 수근거리는 말들이 들려오고....

 

내가 던진 캔에 얼굴을 정통으로 맞은 남학생이 길길이 날뛰는게 보였었다...

 

 

그들이 농아인줄은 몰랐다....가끔 보던 그들이였기에...

 

말 한마디 하지않고 웃기만 하던 그들이였기에....

 

농아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했었다....

 

너무나 예쁜 여자애.... 여자아이 못지 않게 잘생겼던 남자애...

 

그저 이쁜 커플이다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슬프디 슬퍼보였던 그들....

 

 

아마도 그들은 마음속으로 더더욱 많이 울었으리라...

 

처음으로 장애인의 슬픔을 보던 날...비가 내렸다...

 

비가 내리듯....눈물이 비로 채워지던..그런 오후....

 

그 뒤로 딱 한번 그들을.. 본적이 있었다...

 

 

그 일이 있은지 1년이 지난 후였던가....?

 

서울에 일이 있어서 터미날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을때였다..

 

그는 여행이라도 가는지 커다란 배낭 가방을 들쳐매고 바닥에 앉아 있었다.

 

그가 날 기억할리는 없었겠지만 나는 그를 기억하고 있었기에 약간은 반가운 마음이 들었었다.

 

 

한참을 쳐다보는데 그녀가 나타났었다....

 

여전히......함께였다 그들은...

 

어딜가는지는 몰라도 두 사람의 얼굴은 변함없이 아름다웠고..

 

웃는 낯이였다.

 

 

그녀만큼 예쁜이를 본적이 없다 나는...

 

 

 

 

 


 

http://zanac.new21.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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