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동성당 게시판

나 그리고 신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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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형 [gregolio] 쪽지 캡슐

2000-04-06 ㅣ No.680

나 그리고 신앙.

나 그리고 신앙.

잔뜩 움츠려드렸던 이 계절은 또다시 돌아온다는 것을 아는지 조용히 물러가고 있습니다.

아니, 자신이 떠나가야만 새로운 희망의 계절이 열린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제 새로운 희망속 계절의 문턱에 서서 묵은짐 벗어 버리듯 나의 지난 시간을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다른 신자분도 다 같겠지만 신앙의 첫 순간은 어쩌면 생애에서 가장 가슴 찡했던,

숫처녀의 설래렸던, 그리고 모든 것이 신비스러웠던 너무나 아름다웠던 기억으로

소중히 간직 되고 있을 것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그 순간의 추억을 떠 올릴때면

마치 어린 아이처럼 들뜨기만 하는 순진한 모습으로 남아 있음을 느껴 봅니다.

 

머지않아 주위의 모든 산과 들은 새옷을 갈아 입고 다시 돌아와 자태를 뽐내겠지요.

그것을 바라보며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호흡하는 생활, 느낄 듯 말듯한 기쁨.  

멀리서 보면 볼수록 더욱 웅장하고 아름다운 산, 나는 산을 바라보며 내 신앙의

거울에 비추어 봅니다. 아무리 작은 산이라도 그속에 살아 숨쉬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생명체 들을 알지 못한다면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은총이 얼마나 감사한지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멀리서 바라 보았을 때의 신비스러움은 세속적인 감정이며 즉 내 거울속의

모습입니다. 저는 제 자신의 거울속을 너무나 즐기며 살아왔음을 고백 합니다.

이제 산을 오르면서 구석구석의 오묘한 생명을 직접 만지고,보고, 그 맛을 느끼는

모습으로 살아 가고 싶습니다. 다가가지 않으면 볼수 없고 보기 위하여 제 마음의

유리를 투명하게 만들어 항상 맑은 모습으로 비치는 세상을 제 십자가 위에

반듯이 올려 놓을까 합니다. 그리고,새벽을 기다리는 것이 아닌 맞아드리는

신앙인이 되기 위함이 삶의 맨 앞에 놓여질 것입니다. .

 

피정중 항상 묵상 첫 머리에는 수없이 떠올리는 노래,,,

이른 아침에 창가에 서서 너를 바라볼수 있다면....(생략)

오래 두어도 진정 변하지 않는 사랑으로 남게 해주오..

너를 사랑하기에 저 하늘 끝에 마지막 남은 진실 하나로..

사랑으로 남게 해주오..

 

어제 길을 가다가 만개직전의 개나리 꽃망울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추운겨울날 이 봄에 많은 사람들에게 자태를

뽐내 생명의 신비를 다시한번 보여주기 위하여 자연에

순응하며 생명을 간직하기 위한 처절한 노력이 있었으리라....

 

그러나 나는 항상 무관심하게 지나치는 존재, 죽었는지 살았는지

관심도 없이 바람에 얹쳐있는 비닐봉지만 보며 싸늘한 시선만...

이제 파릇파릇한 이 봄속에서 부끄럽기만 합니다.

아니, 곧 피어날 그 꽃속에 몸을 숨겨야 하는 처량한

신세가 되어 버렸습니다.....미안하다 개나리님!

 

짧은글 읽어 주셔서 감사 하고요, 다음번엔 요즘 한창 시끄러운

병역문제중 나의 굼바리 시절을 재미있는 글로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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