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동성당 게시판

예수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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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신 [natanael] 쪽지 캡슐

2000-08-14 ㅣ No.383

숲이 우거져 있는 산너머에 한 멋진 신사가 살고 있었습니다.

평소 저는 그냥 지나쳐 가다가 어느날그분이 생각나 찾아가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한 번도 간 적이 없는 숲에는 길이나 있지않았습니다.

숲을 이룬 소나무,단풍나무,감나무,상수리나무,찔레나무 등 온갖 나무와 예쁜 꽃들과 바닥에 이끼까지 쫙 깔려 있었기 때문에 전혀 갈길을 찾을수가 없었습니다.

하루는 일찍 길을 나섰습니다.길을 찾는 저는 길찾는것도 잊고 단풍나무와 하루종일어울려 놀고있음을 발견했습니다.이튿날,사흗날.각각 다른 아름다움에 도취되어 그냥 놀다만 왔습니다.집에 돌아온 저는 아무튼 예쁜것을 봤으니까 같은 길을 찾든 말든 상관없이 기분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어느날이었습니다.저는 길을 찾는 목적이 뚜렸해졌고,그 산너머에계신 그 멋진신사를 만나야 되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아무리 돌아다녀도 길이 없어,길을 만들어 가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오늘은 소나무를 베고,내일은 단풍나무를 베고,그 다음은 찔레나무를,이끼를.돌을 밀고 굴려 가면서 좁은 길을 내기 시작하였습니다.

길때문에 산이 훤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저는 너무너무 힘이 들어 지치기도 하고,쓰러질뻔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렇게 하루이틀 베어 내며고르고,뜯어내며,넘어지며,부딪치며,조금씩 조금씩 길을 만들어 갔습니다.고개를 들어 얼마나 더 갈길을 만들어 가야 할까를 생각하며 앞을 바라 보았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맞은편에서 그 멋진 신사분이 저와 똑같이 치우고,베고,뜯고,고르면서 오고 계셨습니다.드디어 길이 서로 만났습니다.아무말 없이 그냥 바라먼 보고 보았습니다.이 기쁨이 너무 크기에 다른 것들에 거리를 둘줄 알게 되었고,귀중함의 순서를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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