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암동성당 게시판

연중 제22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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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2001-09-01 ㅣ No.676

연중 제22주일(다해. 2001. 9. 2)

                                          제1독서 : 집회 3, 17∼18. 20. 28∼29

                                          제2독서 : 히브 12, 18∼19. 22∼24a

                                          복   음 : 루가 14, 1. 7 ∼ 14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한 주간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무덥던 8월은 가고 9월이 왔습니다.  그래서 조금 시원하리라 기대하지만 여전히 덥습니다.  아마 사람은 자신들이 많은 것을 이루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자연 앞에서는 겸손하게 머리를 숙여야 하는 지도 모릅니다.  어느 것 하나 인간의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에 말입니다.

  오늘 복음과 독서에서 우리는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속담을 떠오르게 합니다.  오늘 우리가 들은 복음과 독서는 바로 '겸손'에 대한 말씀입니다.  "훌륭하게 되면 될수록 더욱더 겸손하여라."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는 사람은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사람은 높아질 것이라."라는 말들을 기억하게 합니다.  사실 우리는 누구나 높아지기를 바랍니다.  남들보다 더 뛰어나고 싶고, 남들 보다 윗자리를 차지하고 싶어합니다.  이런 한 욕심은 가도 가도 끝이 없습니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이들과의 차이, 차별을 위해 더 높아져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오늘 복음과 독서의 말씀은 세상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향의 반대로 가라고 말씀하십니다.  낮아지는 것이 바로 차별이 아니냐고 말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이야기를 하나 하겠습니다.  "어느 임금이 '내일 아침, 여섯 사람이 모여 어떤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하였습니다.  그런데 이튿날 아침이 되자 일곱 명의 사람이 모였는데 그 중 한 사람은 초대하지 않은 사람이었습니다.  임금은 일곱 명 째의 사람이 왜 왔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여기에 올 필요가 없는 사람이 왔으니 당장 돌아가라'고 말하였습니다.  그러자 그 중에서 가장 명망이 높아 누가 생각해도 그럴 이유가 없는 신하가 나가 버렸습니다.  얼마 후 한 사람이 그에게 까닭을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는 '부름을 받지 않았거나 어떤 착오로 인해 거기 나온 사람이 굴욕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습니다.'라고 대답하는 것이었습니다."

  참으로 남을 배려할 줄 아는 겸허함이 감동을 줍니다.  이런 모습을 가진 이들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도 겸손하게 살아보려 하지만 이런 겸손의 모습을 보여 주면 남들이 하는 욕심이 있어서 잘 안됩니다.

  진정한 존경은 자신 스스로 자신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낮춤으로써 다른 이의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것입니다.  결국 자신을 낮춤으로써 높아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누가 혼인 잔치에 초대하거든 윗자리에 가서 앉지 말라"라고 한 말씀은 세상을 살아가는 처세술을 알려주는 듯합니다.  그러나 은근히 높은 자리를 생각하며 낮은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과 아주 낮은 자리에서 만족하고 앉아 있는 것과는 엄연히 다른 것입니다.  낮은 사람이 되는 것이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기본 조건입니다.  "너는 잔치를 베풀 때에 오히려 가난한 사람, 불구자, 절름발이, 소경 같은 사람들을 불러라.  그러면 너는 행복하다.  그들은 갚지 못할 터이지만 의인들이 부활할 때에 하느님께서 대신 갚아 주실 것이다."  낮은 자리에 앉아보지 않고서는 그 자리에 누가 어떻게 사는지 알 수 없으며, 누구를 초대해야 할 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겸손'을 생각합니다.  사실 겸손이라는 단어로 설명하기에는 너무 강한 가르침이 있습니다.  우리가 경멸하고 돌아서는 그 사람들이 바로 하느님의 사람들이고, 그래서 하느님을 보여주는 사람들이라는 말씀처럼 들립니다.  하느님을 믿는다는 것은 보상을 바라지 않는 베풂의 실천이라는 말씀입니다.  신앙이란 상거래 행위가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신앙이란 출세를 위해 처세술을 배우는 교과서가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복음은 우리에게 우리의 탐욕을 채우는 대신 우리에게 내어놓으라고 요구합니다.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조건 없는 선행과 겸손을 말합니다.  이것이 그리스도 신앙이 실천되는 곳입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  우리는 자기와 함께 어울리는 사람들이 어떠한 사람들인가에 따라 자신이 평가된다는 생각을 하며 주변을 돌아봅니다.  옆에 있는 사람들이 높은 사람들이면 마치 나도 같은 부류인양 착각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또 남에게 인정받고 잘 사는 이웃이 항상 내 옆에 있기를 바라지는 않았습니까?  하느님은 우리에게 낮은 사람이 되라고 하십니다.  마더 데레사 수녀님이 가난하고, 병들고, 불구자들과 함께 살았지만 그 분을 존경하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우리도 우리의 잔치에 누구를 초대할 것인지 생각해보아야 하겠습니다.  이번 한 주간 우리의 삶 속에서 가장 낮은 이의 모습으로 나누어주는 삶이 되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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