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게시판

세상 속의 그리스도 II-1 생명권-의료보험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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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5동성당 [chang4] 쪽지 캡슐

2012-02-01 ㅣ No.5182



세상 속의 그리스도 II-1 생명권 – 의료보험체계

 

우리가 사는 세상

 

가난한 환자들 삶은 계속 될 수 있나

중학교 1학년 진이는 요즘 동생 정이와 함께 집안일을 담당하고 있다. 아버지가 급성 골수 백혈병으로 병원에 입원한지 벌써 5개월이 넘었기 때문이다. 간병하느라 어머니도 집에 잘 들어오지 못한다. 아이들은 집안일이 힘든 것보다 아버지의 치료비가 걱정이다. 진이의 아버지인 윤씨가 발병 5개월 만에 쓴 치료비는 5천만 원이 넘는다. 살던 집을 팔고 전세로 나앉으면서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었다. 앞으로 골수이식 수술에 1억 원이 필요한데, 아버지는 가족들에게 더 이상의 고통을 안겨주기 싫다며 치료를 포기하려 한다.

지난 5월, 8차 항암치료를 받기 위해 입원한 경진이를 만났다. 3년간의 투병으로 대학생활도, 애니메이션 제작자의 꿈도 접을 수밖에 없었다. 현재 어머니가 화장품 방문판매로 버는 월 70만 원의 수입은 경진이의 항암치료에 다 들어간다. 하지만 앞으로의 투병생활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건강보험 대상자인 경진이는 6차 항암치료까지만 보험적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비 때문에 전 재산인 집까지 내놓은 엄마, 그 이후에는 또 어떻게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중증 근무력증이라는 희귀병을 20년간 앓고 있는 임씨. 20년간의 투병으로 가계는 몰락했다. 임씨가 아프기 전까지 평범한 중산층이었던 가족은 병마가 찾아오면서 집 장만도 포기하고 아이들 대학 공부도 포기해야 했다. 어머니의 병원비 때문에 카드 돌려막기를 하다 가 신용불량자까지 된 아들과 딸. 하루 12시간 이상 고되게 일을 해서 돈을 벌지만 빚 갚기에도 빠듯하다. 질병으로 인해 대를 이어 진행되는 몰락, 이 악순환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현재 한국사회엔 병이 들어도 '돈'이 없어 치료를 포기하고, 엄청난 치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빈곤층으로 추락하는 수백만의 서민이 있다. 더 큰 문제는 '건강과' '가난'은 물고 물리는 고리로 연결되어 악순환을 거듭하고, 이는 다음 세대까지 세습된다는데 있다. 과연 '건강'이 개인의 능력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인가? KBS 스페셜에서는 지난 5월 전문조사기관을 통해 서울시내 대형병원에 현재 입원중인 중증환자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결과를 보면, 발병 전에는 중산층이 47.5%였으나, 치료중인 현재는 23.5%로 그 비율이 급감하였고, 치료 종료시점에는 11%로 예측함에 따라 의료비 부담에 따른 환자들의 경제적 몰락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보장성은 61.3%이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고, 지난해 암을 비롯한 3대 중증질환의 보장성을 높였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환자들의 부담은 크기만 하다. 여전히 보험이 되지 않고 비급여로 남아있는 항목들이 많기 때문이다. (가난한 환자들 삶은 계속될 수 있나, KBS 스페셜, 2006.6.18)

 

미국의 의료보험, 무엇이 문제인가

"미국인 릭은 사고로 손가락 중지와 약지가 잘렸다. 접합수술에 드는 비용으로 중지는 6만 달러(약 6000만원),약지는 1만2천 달러, 상상할 수도 없는 액수에 그는 손가락 하나만을 선택해야했다! 죽을 때까지 허드렛일을 하며 보험금을 내야 하는 사람들, 보험금 지급을 거부당해 치려도 못해보고 사망한 사람들! 의료비용으로 고통 받는 그들의 이야기. " (다큐멘터리 영화 '식코')

 

미국 한인주부들이 말하는 의료보장의 실태

"음식을 요리하다 기름이 손톱 밑까지 튀었어요. 상처 치료에 400달러(약 40만원)가 들었습니다. 알약 1알과 화상 연고 1통, 그리고 의사 진찰비에 말이죠." 미국 미네소타주에 16년째 산다는 장씨는 "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한 할머니가 난소암에 걸렸는데, 병원에선 10만달러(약 1억원)를 예치하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애리조나주에 사는 주부 김씨는 유방 혹을 제거하는 수술에 병원비가 1만1천 달러(약100만 원) 가량 나왔다고 말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사는 한국인 간호사 전씨는 아이가 벤치에서 떨어져 머리를 다친 뒤 구토 등의 증상이 있어 CT(컴퓨터단층촬영)등의 검사를 받았더니 거의 2만 달러(약 2천만 원)나 청구됐다고 했다. (손톱 밑 상처치료 40만원 ·· 유방 혹 제거 1100만원, 한겨레신문, 2008.6.18)

 

건강보험 붕괴 우려

미국은 병원비가 대단히 비싸다. 보통 한 번 입원에 수백만 원에서 천만 원 정도가 든다. 하지만 돈을 많이 내기만 한다면 훌륭한 의술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미국은 병원비가 비싸기 때문에 의료보험에 들어야 한다. 하지만 의료보험도 수십만 원대로 꽤 부담스럽다. 또한 대부분의 보험은 특정한 한도 내에서만 보험을 적용해주고, 그것도 자신들이 지정한 병원을 이용하는 경우에만 혜택을 주기 때문에, 보험에 들었다고 안심할 수도 없다. 영국은 보편 의료보장제도를 제공하는 나라다. 영국은 세금 중 일부분을 모아 전 국민에게 무료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즉, 영국인들은 평소에 의료 보험료를 한 푼도 내지 않다가, 아프면 병원에 가서 공짜로 치료 받고 온다. 힘들게 의학 공부를 해서 의사가 되려 하지 않으니, 의료 서비스의 수준이 낮은 편이다. 한국의 의료보험은 미국과 영국식을 섞어 놓은 방식이다. 미국처럼 병원비가 비싸지도 않고, 영국처럼 무료도 아니지만, 어느 정도 저렴한 병원비에 어느 정도 괜찮은 의료 서비스를 누리는 방식이다. (세상을 바꾸는 블로그 by cimio, 2007.12.29) 한국과 경제수준 및 의료보장제도 형태가 유사한 속성을 많이 갖고 있는 대만은 국민의 약 70온 이상이 만족하는 건강보험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병원비 중 환자가 부담하는 비용이 전체 병원비의 약 56%를 차지하는 반면, 대만의 경우 22.1%로 크게 낮은 수준이다. 전반적으로 대만 건강보험 보장성 수준은 한국의 국민건강 보험보다 높은 수준이며, 특히 만성질환 및 중대상병 등 병원비 부담이 많이 발생하는 질환을 앓는 이들의 병원비 부담을 덜어주도록 제도가 설계되어 있다. 2007년은 우리나라 의료보장제도의 두 축인 국민건강보험과 의료급여제도 모두 3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기도 하다. 30년 동안 두 제도 모두 많은 변화를 거치며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크게 덜어준 것도 사실이지만, 치료비를 마련하는데 어려움을 겪거나 과다한 치료비 부담으로 인해 빈곤 상태로 추락하는 경우도 여전히 존재한다. 특히 치료비가 많이 소요되고 질병으로 인해 경제활동 능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은 중증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 치료비로 인한 부담은 더 과중한 실정이다. (병원비 본인 부담률 한국 56% 대만 22%, 오마이뉴스 2007.10.23)

 

정부는 2008년 3월 10일 '7퍼센트, 성장능력을 갖춘 경제 -2008 실천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서 기획재정부는 영리병원도입 방안을 마련하고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를 추진해 건강보험공단의 질병 정보를 민영보험회사에게 넘기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의료 민영화 시나리오는 '건강보험당연지정제 폐지', '민영의료보험 활성화, '영리병원 허용'이라는 세 가지 토대 위에 짜여 있다. 이 세 가지는 한국 의료의 공공성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를 무너뜨리는 정책이다. 정부의 의료민영화 시나리오의 모델인 미국은 전 국민 건강보험이다. 전 국민의 70퍼센트가 찬성해도 AIG 같은 민영보험사들이 격렬히 반대하는 바람에 전국민건강보험 도입이 매번 좌절돼 왔다. 그래서 국민들은 의료보장의 대부분을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민영보험에 의존하고 있다. (다팔아치우겠다고?, 다함께, 2008.5.24)

 

무너지는 건강보험 시름 깊은 환자들(상), 한겨레신문, 2008.4.7

민영의료보험은 수익논리에 사로잡혀 이윤을 극대화하기에 급급해 돈 없고 병력이 있는 환자를 의료제도의 사각지대에 방치하게 된다 <편집자주>

 

교회의 가르침

생명을, 모든 인간의 생명을 존중하고, 보호하고, 사랑하며, 그것을 위해 봉사하십시오! 오직 이 방향에서만 여러분은 정의, 개발, 참된 자유, 평화와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생명의 복음』 5항,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회칙)

생명이 관련된 곳에는 사량의 봉사가 확고하게 함께하여야 합니다. 인간 생명은 모든 단계, 모든 상황에서 신성하고 침해할 수 없는 것이므로 편견과 차별은 용납될 수 없습니다. 그것은 분리할 수 없는 선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든 생명에, 그리고 모든 사람의 생명에 '관심을 보여야' 합니다. (『생명의 복음』87항)

공동선의 요구는 각 역사적 시기의 사회적 조건에 달려 있고 인간과 인간의 기본권을 존중하고 온전히 발전시키는 것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이러한 요구는 무엇보다도 평화에 대한 노력, 국가 권력 기구, 건전한 사법 체계, 환경 보호, 모든 이에 대한 기본적인 편의 제공과 같은 것이며, 그 가운데 일부는 음식, 주거, 노동, 교육, 문화와 교통, 기본적인 의료 혜택, 커뮤니케이션과 표현의 자유, 그리고 종교 자유의 수호와 같은 인간의 권리들이다. 또한 모든 국가는 온 인류의 공동선과 미래 세대를 위한 전 세계의 진정한 협력에 이바지 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간추린 사회교리』 166항, 교황청 정의평화평의회)

"인간의 생명은 신성하다. 왜냐하면 그것은 그 생성 시초부터 하느님의 창조행위에 연결되며 또한 모든 생명의 목적이기도 한 창조주와 영원히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하느님만 그 시작부터 끝까지 생명의 주인이시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어떤 경우에도 무죄한 인간을 직접 파괴할 권리를 주장하지 못한다. " (『가톨릭교회 교리서』 2258항,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우리 각자는 하느님의 모습대로 만들어졌다. 따라서 사회는 무엇보다도 임신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의 인간 생명을 존중하고 보호해야 한다. 이는 우리 문화의 근본이다. 정부가 빈곤 질병 열악한 주거 환경, 그 밖의 사회악들을 퇴치하는데 우선권을 두지 않는다면 이러한 것들 때문에 고통 받는 사람들의 인간 존엄성은 부정되고 만다. 모든 사회에서 인간 존엄성에 대한 존중은 인간의 기본 욕구를 가능한 한 충족시켜 주도록 요구한다. 개인이나 정부 당국자들이 이들에 대한 동정을 계획적으로 외면하는 것은 결코 윤리적으로 정당화된 정치적 선택일 수 없다. (『공동선-가톨릭교회의 사회교리』, 잉글랜드 웨일즈 가톨릭 주교회의 성명서 )

 

세상 속의 그리스도

 

가장 위대한 캐나다인 '토미 더글라스'

캐나다는 의료 서비스에서 사용자 부담이 없는 나라다. 약값, 치과 진료비 등 몇몇 예외조항이 있지만, 100% 의료보험에서 의료비를 지불하고 사용자는 단 1센트도 내지 않는다. 병원이나 의사에게 지불되는 의료수가는 주정부 재원과 연방정부 보조금으로 충당된다. 캐나다 의료정책은 주정부 소관인데, 정책에 따라 의료보험료를 받는 주도 있고 의료 보험료조차 받지 않는 주도 있다. 이 같은 현행 의료보험 제도를 만든 사람은 토미 더글라스, 캐나다 의료보험의 아버지로 불리는 사람이다.

그는 1944년부터 1961년까지 서스캐처원 주(Saskatchewan) 주지사시절, 현재 캐나다 전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의료보험을 만들었다. 이외에도 연금법 인종차별 성차별 금지법을 제정한 좌파 정치인이다. 2004년 1월 캐나다 CBC TV에서 뽑은 '가장 위대한 캐나다인'에서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토미 더글라스는 스코틀랜드 출신 이민자이다. 10살 때 다리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집안이 가난해 전문의 수술을 받지 못했다.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상황에서 어떤 외과의사가 무료로 수술을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조건이 있었다. 의대생들이 수술에 참여할 수 있게 동의해 달라는 것. 그러니까 그는 실험 대상으로 다리 수술을 한 셈이었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나 다리를 잃지 않았는데 이 같은 쓰라린 경험이 그를 사회주의 정치인으로 만들었다. 가난하든 부유하든 모든 사람은 똑같은 질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게 그의 신조였다. 그러나 모든 의료 서비스를 보험으로 묶어 의료수가를 보험에서 지급한다는 그의 정책에 캐나다 전국 의사들이 반발했다. 1962년 샤스캐추언주에서 의료보험 법안이 통과되자 "좌파 정권이 의사를 주정부 공무원으로 전락시킨다"고 의사들이 분노했다. 의사들은 "사람이 죽어나가야 좌파 정권이 정신을 차린다"며 파업도 했다. 파업은 3주 동안 계속됐다. 의사 입장에서는 사실 법안에 분노하는 것은 당연했다. 여태까지 의사로서 받아오던 사회적 존경과 지위는 사라지고 주 정부에서 산정해 주는 의료수가가 수입의 전부라니, "주 정부 공무원으로 전락한다"는 주장이 전혀 일리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 주장이 당연한 것은 의사 사회에서는 통하는 것이지 국민 복지와는 상관이 없었다. 어느 시대든지 개혁을 하면 사회 기득권층의 반발은 만만치 않다. 토미 더글라스는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정책에 뚜렷한 소신과 철학을 갖고 있었고, 아무리 기득권의 반발이 거세다 해도 이런 정책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여론의 향배와 정치적 인기에 영합 하지 않고 기득권의 반발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의사들의 말대로 환자들이 죽어나갔다. 그러나 더글라스는 물러서지 않았고 결국 법안이 시행됐다. 법안이 시행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이 제도가 성공할지 의문을 품었다. 그러나 더글라스는 의료보험의 재원마련과 운영에 대해 의사를 비롯한 이해 당사자들을 이해 시켰다. 더글라스의 의료보험이 샤스캐추언주에서 성공적으로 정착되자 1968년 다른 주들도 의료보험을 시행하게 됐다. 캐나다 전국적으로 의보험이 확대됐고, 캐나다 전 국민은 지불능력에 상관없이 같은 질의 의료서비스를 받게 되었다. 그리고 2004년, 캐나다인들은 의료 보험제도를 만든 좌파 정치인을 '가장 위대한 캐나다인'으로 뽑았다. ("환자들 죽어 나갈 것" 협박에도 굽히지 않은 캐나다, 오마이뉴스, 2007.2.12)

 

국민의 75%이상이 만족하는 대만 건강보험제도

우리나라가 1989년 모든 국민의 손에 의료보험증을 쥐여 준 이른바 전 국민 의료보험 제도론 달성하였을 무렵, 대만은 고작 국민의 절반만이 의료보험증을 직존 조합별로 보유한 의료보장 후진국이었다. 대만 보건당국인 위생성은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세계 각국의 의료보장제도를 조사하러 다녔으며, 우리나라도 수시로 드나들었다.

그들의 노력은 1995년 전민건강보험법으로 열매를 맺어,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의료보장 제도를 둔 나라로 우뚝 섰다. 이제 의료보장 후발국들이 대만의 제도를 배우기 위해 몰려들고 있고, 대만 보건당국은 이들에게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대만 건강보험제도가 세계적 제도로 발돋움하는 동안 우리는 의료 보험의 관리운영 방식을 통합할 것이냐, 그대로 조합별로 할 것이냐를 두고 논쟁만 일삼았다.

그러는 사이 1989년 이래 지난 15년 동안 건강보험제도의 보장성은 여전히 50%대에 머물고 있다. 반면에 대만 전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은 90%이고, 암 등 중증질환자는 사실상 무상의료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의료의 기술적 수준이 세계적으로 높은 나라에 속한다. 대만의 의료수준도 우리보다 결코 뒤떨어지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대만의 국내총생산 대비 국민의료비 수준은 2003년 현재 6.0%로 우리나라의 6.2%보다 낮다. 보험료는 우리보다 조금 더 내지만 보험 혜택인 보장성은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다. 대만 정부는 우선 보건의료의 사회 전체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강력한 정책 개입을 추구하고 있다. 의료계도 소위 통제된 의료수가 속에서도 대국적 견지에서 국민건강을 위해 협력할 때는 확실히 협력하고 있다.

"의료는 시민의 기본권이며, 전민건강보험은 개인이 질병으로 인해 경제파탄을 겪거나 가난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존재한다. " 대만 중앙건강보험국의 류젠샹 이사장은 전민건보의 의료복지 수준에 대해 자신감을 과시했다. 전민건보가 정부의 재정 부담이 많은 제도이기는 하지만 보험 적용 범위가 가장 넓고, 환자의 본인 부담액이 외래는 총 진료비의 10%, 입원치료는 8-10%에 머물 정도로 적어 국민 만족도가 높다는 것이다. 그는 본인 부담금마저 면제해주는 중대상병(中代傷病)카드를 도입한 이유에 대해 "평생 장기치료와 고액의 의료비 부담이 불가피한 병으로 진찰 남용의 가능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대만 전민건강보험 3자 인터뷰, 한겨레신문, 2004.10.12 / 가난한 환자들 삶은 계속될 수 있나, KBS스페셜, 2006.6.18)

 

가난한 이들의 의료 선진국 쿠바를 가다

쿠바는 "누구나 거의 무료로 높은 의료 혜택을 제공하는 나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래서 "너무 이상적이라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말도 종종 나온다. 하지만 직접 쿠바를 다녀온 의사 홍조씨는 한국 의료계가 지나치게 '미국식' 의료 체계만 모방하려 하는 데에서 빚어진 착각이라는 것이다. 그는 사람도 살려내는 첨단 의술을 가능케 하지만, 정작 쉽게 살릴 수 있는 가난한 사람은 죽게 만드는 것이 미국식 의료체계"라며 "적은 비용으로 높은 보건 수준을 고르게 유지해 온 쿠바의 사례를 편견 없이 탐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정권이 바꿔 후부터 나라에서 돈이 없어 재활치료를 받지 못하는 장애인들을 쿠바로 보내는 지원을 하고 있다. 놀라운 것은 이 시설을 이용하는 모든 비용이 공짜라는 것이다. 쿠바에서는 또한 '기적의 작전'이라는 시각장애인 무료 치료를 하고 있다. 중 남미 국가의 백내장 환자들을 치료하는 것이다. 백내장 수술은 불과 20여분밖에 걸리지 않는 간단한 수술이다. 그러나 수술비가 비싸 치료를 받지 못해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쿠바가 나선 것이다. 쿠바는 아기 사망률이 최저인 나라다. 쿠바에는 '가정의 제도'라는

것이 있다. 전국에 가정의(家政醫)를 파견해 국민의 건강을 돌보는 것이다. 한 가정의는 약 150-160 가정의 건강을 관리한다. 쿠바에서는 이렇게 1차로 가정의의 진료를 받는다. 그러다가 조금 큰 병이 생기면 2차로 지역진료소에서 진찰을 받게 된다. 그리고 큰 수술을 해 야 할 경우 3차인 종합병원에서 치료를 받는다. 이렇게 체계적인 의료제도가 모두 무료라고 한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쿠바는 미국의 쿠바제재조치에 의해 재정이나 모든 면에서 매우 어려워졌다. 의료 또한 어렵긴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쿠바 정부는 국방비를 절반으로 줄이고 그 돈을 의료지원에 사용했다. 쿠바 의료의 핵심은 환자를 생각하는 마음이다. 흑인, 백인 모두 건강할 권리가 있다. 사람은 누구나 치료 받을 권리가 있다.

'바리오 아덴트로(Barrio Adentro)'라는 베네수엘라의 정책을 들어본 적 있는가 바리오 아덴트로라는 말의 뜻은 '마을 깊숙이'라는 뜻이다. 베네수엘라의 빈민층에게 의료혜택을 지원하는 이 정책의 베네수엘라 의사는 단 50명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쿠바 의사이다. 봉급도 적고 근무환경도 나쁘기 때문이다. 쿠바에서는 1963년 이후 지금까지 101개국에 10만 명의 의사들이 의료봉사에 지원했다. 쿠바 의사들은 모두 이런 생각을 가지고 직접 실천 할 수 있었을까 왜 다른 나라의 의사들과 달리 의사에게 주어지는 모든 특권을 무시하고 세계 각지의 오지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할까? 쿠바에는 라틴 아메리카 의과대학이 있다. 이 대학은 다른 의과대학들과 달리 교육비 전액이 무료이다. 이곳에서 쿠바와 다른 나라의 학생들은 의학과 함께 가치관을 배운다. 쿠바 의사들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을 배우는 것이다. 그들은 이곳 의과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모두 약속이나 한 듯 해외 자원봉사를 나간다. 의술은 돈이나 명예를 위해서가 아닌 사람을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 이런 교육이 있기에 쿠바의 의사들이 존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아픈 사람이 있고 우리를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디 있든지 간다. 그리고 아픈 사람이 다 나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 그들이 돌려주는 사랑이 쿠바가 얻는 것. 이런 쿠바의 의료정책을 다른 나라에서 본받기 시작했다.

베네수엘라에도 기적의 작전이 생겼다. 다른 나라의 시각장애인들을 치료해주기 시작한 것이다. 이 의료봉사는 치료비는 물론 교통비, 숙박비, 식비를 포함해 모두 무료로 이루어 진다. 우리나라는 남미국가보다 훨씬 잘 산다. 의료기술도 많이 뒤쳐진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의사들은 아직도 자기 배를 채우기에 바쁘다. 오히려 가난한 나라에서 의료로 인해 웃음이 넘치고 질병이 없다. (가난한 이들의 의료 선진국 쿠바를 가다, SBS스페셜, 2008.2.22)

 

영국의 의료제도

과거 영국이 자유주의 시장경제로 돌아서게 했던 철저한 시장주의자 마가렛 대처 전 총리도 "국방과 의료는 국가의 몫이다"라고 했을 만큼 시장주의자들 사이에서도 의료는 공공제의 성격이 강한 분야로 인식되고 있다. 영국의 의료제도는 사회복지제도의 일부인데, 1948년 NHS (National Health Service)의 탄생으로 의료복지제도를 포함하는 포괄적인 의미의 사회복지제도로 완성되어 오늘까지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현재 NHS는 유럽 최대의 의료 조직으로 성장했고, 90년대 초반부터는 그 운영 주체가 공기업 형태로 바뀌어 효율성과 공공성

을 모두 강조하는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영국의 의료제도 NHS는 모든 시민에게 동등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조직으로, 정부의 재정적 능력과 관계없이 '필요에 의하여' 설립되었다. 설립 당시의 목적은 최고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주어진 자원 내에서 제공하는 것이었으며, 특히 질병의 예방, 질병의 진단 및 치료, 그리고 만성질환 및 영구 장애에 대한 서비스 제공을 최우선 목표로 했다. NHS는 순수하게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며, 국회에 의해 예산 및 결산이 승인되어진다. 최근 20년간 의학의 발전과 새로운 의약품의 공급으로 NHS는 점차 안정되기 시작했다. 세금을 통해 안정된 재정이 유지되었으며, 납세자의 저항은 거의 없다. 외국인 유학생에게도 아무런 제한 없이 무료 의료 서비스를 받게 해주고, 심지어 여기에서 외국인 유학생이나 유학생의 아내가 임신을 해도 임신에서 출산까지 모든 의료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니, 돈 없는 유학생들에게는 큰 혜택이다. (영국의 의료 제도와 한국 사회 JBC중앙방송, 2008.1.18)

 

사랑 남기고 떠난 가난한 이들의 벗, 쪽방촌의 슈바이처

"원장님의 진료방식은 독특했어요. 진료를 하시면서도 끼니는 챙겼는지 내복은 입었는지, 운동화는 헐었는지를 항상 보셨죠." 가톨릭의대를 졸업하고 미국 유학을 다녀와 서울 한 종합병원에서 내과 과장을 지내던 선우경식 원장의 운명은 1983년 가톨릭의대 후배들 요청으로 무료진료 봉사를 하러 서울 관악구 신림동 철거민촌을 찾은 것을 계기로 완전히 바뀌었다. '가난하고 소외된 병자를 돌보라'는 부르심에 응답, 1987년 무료 복지병원인 '요셉의원'을 설립해 본격적 봉사의 삶에 뛰어들었던 것이다. 함께 시작한 동료 의사들이 하나 둘씩 떠나면서 결국 혼자 남은 선우 원장은 1997년 4월 관악구 재개발 사업으로 보금자리를 잃은 뒤 에도 노숙자들이 모여 사는 영등포역 쪽방촌으로 옮겨 변함없는 사랑의 인술을 베풀어 '쪽방촌의 슈바이처', '노숙자들의 아버지'로 불리며 존경을 받아왔다. 그 동안 요셉의원에서 진료비 한 푼 받지 않고 치료해 준 환자들은 무려 42만여 명에 이른다. 요즘도 하루 평균 80-100여 명의 환자들이 이곳을 찾는다.

생전에 "나 역시 오래 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3년만, 다시 2년만 더' 하다가 여기까지 왔을 뿐"이라던 선우 원장은 "힘들고 어려울 땐 도망가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돈이 없어 아프다는 말도 못 하는 환자들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의학을 공부하며 사람을 살리는 데 이용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시작한 일이다. 밤늦게 퇴근하는 길, 길가에 쓰러져 있는 환자를 병원으로 데려가서 치료하면 오늘 한 사람을 더 살렸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뿌듯하다"고 했다. 애초부터 '병들고 돈 없는 이들 을 돌봐야 한다'는 신념 하나로 무작정 시작한 무료병원이었다. 폐인이 되다시피 했던 많은 노숙자들과 알코올 의존증 환자들이 선우 원장의 지극한 보살핌으로 재활을 거쳐 새로운 삶을 개척하기도 했다. 부와 명예 대신 소외된 이웃을 선택해 자신보다는 타인을 위한 삶을 살았던 선우 원장은 겨우 차비 정도의 월급만 받으면서도 돈이 생기면 환자에게 나눠줄 약을 샀고, 길에 쓰러진 노숙자를 보면 식당에 데려가 밥을 먹였다. 그런 마음으로 평생 결혼도 하지 않은 채 수도자처럼 헌신적인 삶을 살아 왔다. 가톨릭대상(사랑부문), 제1회 한미 참 의료인상, 호암상 사회봉사상, 대한결핵협회 복십자대상(봉사부문) 등을 수상하며 받은 상금도 모두 요셉의원에 내놓았다.

선우 원장은 2008년 4월 18일 비로소 고단한 삶을 접고 영원한 천상 행복을 찾아 떠났다. 이 각박하고 거친 세상에 커다란 사랑의 등뜰을 하나 밝혀 놓고···. (평화신문, 가톨릭신문 2008.4.27)

 

묵상 토론

1. 영리병원이 허용되면 무엇이 문제인가

2. 의료혜택에서 소외되는 사람이 없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3. 우리나라 의료보험체계가 미흡하다고 생각한다면 그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실 천

O 내가 구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 국민의 건강권, 사회적약자의 건강, 의료의 공공성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에 관심을 갖고 필요한 일에 연대: 건강세상네트워크,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건강 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 사회를 위한 치과 의사회, 참 의료실현 청년 한의사회 등

- 만성질환과 중대상병(重大傷病)등 병원비 부담이 많이 발생하는 질환의 병원비 부담을 덜어 주도록 하는 제도를 만들도록 촉구한다.

- 저소득층 무료진료병원(요셉의원, 성가복지병원 등)에 후원 봉사한다.

O 우리 교회에서는 이런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일반병원사목부(25개 병원) 원목활동: 사회사업(또는 원목실)을 통해 취약계층 병원비 상담, 호스피스 활동

- 서울대교구 잠원동본당 가정의료부: 건강강좌, 무의촌 진료 봉사, 복지관 파견 진료, 가족의료사목 상담실, 이주 노동자 출장 의료 봉사 등 가정간호사업: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 병원들은 거동이 불편하거나 퇴원 후 집에서도 계속적인 치료 및 간호가 필요할 경우 가정으로 방문하여 간호 서비스 제공

- 교회 신문: 의료 소외계층 소개와 후원안내

- 김남호 재단: 의료 소외층 의료비 지원

 

 
출처 :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세상 속의 그리스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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