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양동성당 게시판

영혼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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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순 [goyohi] 쪽지 캡슐

2001-11-19 ㅣ No.2465

 

▷루가 21, 5-19

▶영혼의 집

 

 

소로우는 미국 매사추세츠에서 태어난 특이한 작가이자 사상가입니다. 그는 20살에 시인 에머슨을 알게 되어 그의 집에 3년 간 머물면서 ’초월주의자’ 운동에 가담하게 되었습니다.

 

 

마침내 25살이 되던 해 소로우는 호반으로 들어가 손수 통나무집을 짓고 최소한의 짐만 지니고서 2년 2개월 동안 은둔생활을 하게 됩니다.

 

 

이때의 기록이 <숲속의 생활>이란 산문집인데, 그는 사색을 하는 중에 인간이 얼마나 탐욕에 눈이 어두워 참으로 아름답고 소중한 시간들을 놓치면서 헛된 것에 온 인생을 마치게 되는지를 깨닫게 됩니다.

 

 

몇 년 전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도 인용되었던 다음과 같은 구절은 현대인의 정신에 맑은 영혼의 샘물을 적셔주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내가 숲속으로 들어간 것은 생을 음미하며 유유하게 살고 싶어서였다. 죽는 순간에 헛된 삶을 살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기 위해서였다. 인생이란 너무나 소중한 것이기에 참된 삶이 아닌 것은 살고 싶지 않았고 결코 스스로 체념하고 살고 싶지 않았다. 나는 삶의 정수를 마음껏 빨아 마시며 깊이 있게 살아가고 싶었다. 참 삶이 아닌 것은 모두 뿌리치고 최소한의 것만 갖고서 살아봄으로써 참된 삶의 의미를 찾고 싶었다.’

 

 

주님은 아름다운 돌과 예물로 꾸며진 화려한 성전을 보면서 사람들이 감탄해 하자 그 화려한 성전이 어느 날 한꺼번에 부서지고 말 것임을 예언하십니다. 심지어 주님께서는 사십 육 년이나 걸려서 지은 성전을 향해 ’이 성전을 허물어라.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요한 2, 19)’고 말씀하십니다.

 

 

주님은 왜 하느님이 사시는 성전을 향해 ’성전을 허물어라’고 말씀하실까요. 그것은 주님께서 하느님이 사시는 곳이 돌과 예물로 꾸며진 화려한 성전이 아니라 바로 우리들의 영혼임을 말씀하시기 위함이 아닐까요. 실제로 제자들은 주님께서 부활하신 후에야 생전에 성전이라고 말씀하신 것은 당신의 몸을 두고 하신 말씀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입니다(요한 2, 21).

 

 

주님께서는 아름다운 돌과 화려한 예물로 성전을 꾸미기보다는 우리들의 영혼을 아름답게 그리고 화려하게 가꾸는 것을 더 원하시고 계실지도 모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들의 몸과 마음이야말로 하느님께서 머무시는 거룩한 성전입니다. 이 혼탁한 시대에 우리는 소로우처럼 정신의 숲속으로 들어가 헛된 탐욕보다는 자연을 꿈꾸며, 웅대한 성전을 짓기보다는 주님께서 머무시는 몸과 마음의 통나무집을 가꾸는 생명의 삶을 살 수 있도록 주여, 우리를 도우소서. (최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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