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암동성당 게시판

연중 제23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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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2001-09-08 ㅣ No.680

연중 제23주일(다해. 2001. 9. 9)

                                             제1독서 : 지혜 9, 13 ∼ 18

                                             제2독서 : 필레 1, 8a. 10. 12∼17

                                             복   음 : 루가 14, 25 ∼ 33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한 주간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불어오는 바람이 여름의 바람과는 다른 시원함을 전해 줍니다.  나날이 달라지는 바람이 우리를 감기에 들게 합니다.  감기 조심하셔야 하겠습니다.  거기에 콜레라가 유행이라던데 조심하셔야 하겠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그리스도인으로써 잘 살고 있지는 못하지만 오늘 복음에 "누구든지 나에게 올 때 자기 부모나 처자나 형제 자매나 심지어 자기 자신마저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그리고 누구든지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 오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라고 하신 예수님의 이 말씀은 우리에게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어려서부터 배운 것으로는 효가 모든 덕행의 으뜸 자리에 옵니다.  그뿐이 아니라 인간이 금수와 다른 점이 바로 부모에게 효도를 할 수 있다는데 있으며, 부모의 원수를 갚기 위하여 잘 때에도 칼을 베개 밑에 깔고 자라고 공자는 말하였습니다.  부모의 원수를 갚는 것은 자식의 도리이며 효를 하기 위하여는 살인도 무방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조상의 핏줄을 귀하게 생각하는 유다인들에게도 동양 못지 않게 효는 중요한 사상이었습니다.  그래서 십계명 중 제4계명은 "부모에게 효도하라"고 못박아 놓았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불효도 무릅쓰고 나를 따르라고 했겠는가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그러나 본 뜻을 살펴보면 "부모를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고 했는데 '덜 사랑하다'라는 비교급의 표현이 유다인들에게 없기에 '미워하다'라는 말의 표현을 사용하였습니다.  그러기에 다시 해석해보면 '부모를 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은 나의 제자가 될 수 없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제자가 되는 조건은 모든 것을 버리고 십자가를 지고 자기 목숨까지 버려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한 가지 더 이야기하십니다.  맡은 일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심사숙고를 요구하는 진지함과 어떤 난관도 참고 견디어야 하는 인내심을 요구하십니다.  하느님의 일을 이루어 나가는 힘은 자기 자신을 비우고 예수님을 따르는 마음 자세입니다.  예수님을 따르는데도 여러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자기 죄를 뉘우치고 예수님의 말씀을 받아들이는 믿음을 가지는 사람, 세상일을 처리하는데 자기 판단에만 의지하지 않고 예수님의 정신을 따르는 사람, 일생을 예수님의 일에 몸바치는 사람, 이 사람들은 다 예수님을 따르는 여러 가지의 방법을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세례를 받고 그리스도인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그리고 오늘 우리가 읽은 복음이 무색할 만큼 쉽고도 편하게 자기의 뜻대로, 별 부담없이 살아갑니다.  어쩌면 이러한 그리스도를 닮으려하지 않는 우리 자신의 삶이 우리가 처한 사회의 분열과 갈등과 모순을 일으키는 데 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금세기의 저명한 신학자 한스 큉의 "나는 왜 그리스도인인가?"라는 이 말을 우리는 자신에게 자문해봐야 합니다.  단순히 세례를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주일 미사와 고백성사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그리스도인이라는 안이한 생각에서 벗어나라고 예수님은 오늘 우리에게 경고하고 계십니다.  복음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실천적 해방을 이루기 위해서 우리는 그리스도 외에는 그 어떠한 것도 쓰레기처럼 여길 수 잇는 자유로운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리스도 때문에, 그리고 그분을 위해서 모든 것을 포기할 자세를 갖추고 싶기 때문에 나는 그리스도인'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면서도 아옹다옹 살아가는 모습이 우리네 삶의 모습이 아닌가 합니다.  세상살이 중에 많은 걱정들은 마음을 짓누르고 영혼을 지치게 합니다.  인간의 계획이나 의도와 전혀 맞지 않는 하느님의 신비스러운 계획을 무조건 그분의 섭리라고 하면서 받아들이기엔 어려울 때가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자신의 삶이 진정 하느님을 향하여 살아가는 삶인지 깊이 생각해 봐야 합니다.  우리는 진지함과 인내심을 가지고 하느님을 우선 순위에 두고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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