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성소는 직업이 아닌 신원입니다

인쇄

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00-04-29 ㅣ No.195

 

  193번 형제님과 성소 때문에 고민하는 모든 분들께,

 

  성소는 직업이 아니라 신원, 신분입니다.

 

    우리 모두는 신앙인으로 세상에서 사는 것입니다. 즉 신앙을 기준으로 신앙이 제시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사는 것입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신앙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성직자, 수도자로 살 것인가 평신도로 살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입니다. 성직자라고 해서 무예를 갖추지 못하라는 법 없고 직업을 갖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자신의 삶을 하느님께 전적으로 봉헌함으로써 형제들에게 봉사하는 삶을 선택한 것일뿐입니다.  평신도들 이런 점에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단지 평신도가 세상에서 자녀를 낳아 하느님 창조사업에 동참하고 자신의 사회생활을 그리스도의 말씀에 따라 이룬다면, 특별 사제직이라고 하는 사제나 수도자의 삶은 그런 평신도들을 위해 전적으로 봉사하는 데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말한다면 여러가지 오해나 논란의 여지도 있을지 모르지만,  반드시 결혼한다고 해서 자녀를 다 낳을 수 있는 것도 아니요, 또 결혼했다고 해서 부모를 더 잘 모시는 것도 아닙니다.  혹시 결혼해서 자기 아내와 자식에게 신경쓰느라 부모 공양은 커녕 더 짐이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각자의 처지와 가치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어느 길을 걷느냐가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됩니다.

 

  자신의 아이와 자신의 부모로 국한하지 않고 세상의 많은 어린이들과 노인들 그중에서 특별히 힘들게 인생을 사는 이들의 아버지요 아들과 벗으로 그리고 동반자로서 사는 것도 필요한 일이고 누군가가 해야 할 뿐만 아니라 그러한 일을 하는 아들을 보고 기분나빠 할 부모는 없을 것입니다. 물론 인간적인 서운함과 아쉬움은 남겠지만 속으로는 뿌듯해하실 것입니다. 사제나 수도자가 된다고 해서 부모나 가족을 버리는 것이 아닙니다. 세상에서 주님께서 내게 맡겨주신 이들과 함께 여러분의 부모님과 가족을 얻는 셈입니다.

 

  끊임없이 자신의 마음 속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십시오. 그리고 그 소리가 계속 자신을 향해 호소하고 있다면 응하십시오. 그러면 그 소리를 내어 형제님을 부르시는 주님께서 형제님을 이끌어 가실 것입니다. 그 길이 성소의 길이던 평신도의 길이던 말입니다.

 

  "여러분 안에 계셔서 여러분에게 당신의 뜻에 맞는 일을 하고자 하는 마음을 일으켜 주시고 그 일을 할 힘을 주시는 분은 하느님이십니다."(필립 2,  13)

 

 

  참고로 식별을 위해 제가 드린 ', 주님, 저 여기 있습니다'(성바오로 출판사)란 책을 읽고 기도해 보십시오.



56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