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동성당 게시판

마음 가는대로 끌려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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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욱 [hyok] 쪽지 캡슐

1999-11-01 ㅣ No.1023

10월도 다 지나갔고 올해도 두달밖에 남지 않았네요.

날씨가 많이 추워졌습니다.(모두들 감기 조심하세요.)

가을엔 따뜻해서 몰랐나 봅니다.

점점 차가워지는 공기에 마음까지 차가워져 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외롭다는 생각도 절실히 느껴지고요...

요즘 사람들이 많이 묻더군요.

사귀는 사람(or 좋아하는 사람)이 있냐고...

당연히 ’없다’라고 대답합니다.

그럼 젊은 놈이 왜 여자친구도 없냐고 되묻습니다.

저는 그럴 때마다 그냥 스스로 위안을 하죠.

바쁜 학교 생활, 그리고 내년엔 입대할 거라며...

어차피 입대까지 얼마 남지 않았는데 무슨 소용이냐며 마음을 닫아버렸습니다.

아니, 마음을 닫아버린 척을 합니다.

그렇게 마음을 닫아버린 척을 하게된 가장 큰 요인은 ’두려움’이었고요...

너무 아프고 힘들어서 아무도 사랑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감정을 혼자 공유하려 했습니다.

차라리 모든 감정을 혼자 느끼는게 덜 힘들거라고 생각해서였죠.

그런데 그것도 만만치 않더군요.

아파도 나 혼자 아파해야 하고,

슬프면 혼자 울고...

더 괴로웠던건

기뻐도 역시 혼자 기뻐했어야 했고,

설레이는 감정도 혼자 느껴야 했다는 겁니다.

혼자 기뻐해야 한다는 서글픔...(아는 사람은 아실겁니다.)

 

이젠 그러지 않기로 했습니다.

어차피 고통의 크기는 같다는걸 직접 실감했기 때문에...

다시는 사랑하지 않게 해달라는 기도보다는

내게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하여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해달라는 기도가 필요한것 같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건 지금 마음을 조금씩 열어주고 있는 누군가가 생긴것 같다는 겁니다.

그냥 편한 감정인지 사랑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또다시 아파해야 될 것같은 두려움이 앞서기도 하지만 고민하지도, 망설이지도 않을겁니다.

마음가는 대로...

그냥 그대로 끌려가고 싶습니다.

 

얼마전에 노래(?)를 들었는데 가사가 너무 마음에 와 닿더군요.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라는 제목이고, 이병헌이 불렀습니다.

지금 노래 파일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같이 못올리는 점이 안타깝습니다.

이해해주시고 기회가 되면 한번 들어보시길...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 이병헌 -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아침에 이를 닦고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으며 내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는것을 알았습니다.

참으로 따뜻하고 행복합니다.

언젠가부터 저는 행복이 TV드라마나 CF에서만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거울을 통해서 보이는 제 눈동자 속에서도 행복이 보입니다.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어쩌면 이렇게도 좋은 일들만 생길 수가 있는지...

그렇게 늦게 오던 버스도 어느새 내 앞에 와

어서 집에 가 전화를 기다리라는 듯 나를 기다려주고,

함께 보고 느끼라는 듯 감미로운 사랑얘기를 테마로 한 영화들이 속속 개봉되고,

읽어보고 따라하라는 좋은 소설이나 시집들이 눈에 띄고 있습니다.

얼마 안 있으면 그의 생일이 칮아옵니다.

그의 생일날 무슨 선물을 건네줄까 고민하는 내 모습이 참 이뻐 보입니다.

언제나 지갑을 겸할 수 있는 다이어리 수첩을 사줘 볼까 하며

이런저런 고민을 하는 내 모습이 그렇게도 행복하게 느껴질 수가 없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아침에 이를 닦고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으며

내게도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것을 알 수 있을 때 문득문득 불안해지곤 합니다.

사랑하면 안되는데...

또 그렇게 되면 한되는데...

버스가 너무 빨리 와 어쩔 수 없이 일찍 들어간 집에서

평소보다 더 많은 시간 전화기만 만지작만지작 쳐다보고 있으면 안되는데...

감미로운 사랑얘기를 테마로 한 영화가 개봉될때면

아직도 흘릴 눈물이 남아있는지 확인하게 되면 안되는데...

읽을만한 거라고 선물받았던 책

밤새도록 뒤척이며 울고 또 울게 되면 안되는데...

입을 맞추고 싶다가도 손만 잡고 말아버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생일 선물 하나 고르는데 이번에 또 잘못되더라도

기억속에 안 남을 선물을 고르려고 노력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이번에 또 그렇게 되면 죽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해서인가 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또 생기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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