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동성당 게시판

가을단상2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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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주 [pjohn] 쪽지 캡슐

2001-10-01 ㅣ No.4363

어렸을 적

저는 추석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추석은 돈이 생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설날은 세배돈이나 생기는데 말이예요.

저희 집은 작은 집이었기 때문에 음식도 안했습니다.

그래서 별로 달라지는 것도 없었지요.

그런데 한가지 달라지는 것은 추석부터 긴팔을 입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겨울보다 여름을 좋아합니다. 왜냐하면 추위를 많이 타거든요.

그래서 ’너 쩌 죽을래, 얼어 죽을래?’라고 물으면 저는 주저하지 않고 쩌 죽는다고 대답할 겁니다.

여하간 추석은 이제 추위가 다가온다는 신호였습니다.

친구들은 추석에 새 옷을 사서 입고 자랑을 하곤 했지만 저는 그런 기억도 별로 없습니다.

이래저래 추석은 저에게 그리 반가운 절기는 아니었던 듯 싶습니다.

 

하지만 할머님이 돌아가신 후 추석은 저에게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추석이면 할머님 산소에 가서 할머님을 뵐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할머님의 사랑을 다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조상님은 나 보다 먼저 가신 분을 말합니다. 나이가 적건 많건간에 말입니다.

조상님을 기억하고 다시 나의 삶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절기가 추석이 아닐까 싶습니다.

먼저 세상을 떠났지만 나에게 큰 의미로 남아 계신 분들을 기억하는 이번 추석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머털이 요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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