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암동성당 게시판

연중 제7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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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2001-02-17 ㅣ No.535

                    연중 제7주일(다해. 2001. 2. 18)

                                       제1독서 : 1사무 26,2.7∼9.12∼13.22∼23

                                       제2독서 : 1고린 15, 45 ∼ 49

                                       복   음 : 루가 6, 27 ∼ 38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한 주간동안 안녕하셨습니까?

  눈이 많이 내려 힘들었던 주간이었습니다.  ’눈’ 하면 낭만을 생각하게 하는데, 올해 내리는 눈이 얼마나 많은지 낭만보다는 어떻게 지내야 하는가 하는 걱정을 먼저 하게 합니다.  그러나 눈이 모두에게 이웃의 정을 나누는 시간이 되었다고 어느 신문에서 말하고 있는 것을 보면 세상의 많은 것들이 우리를 힘들게 하고, 불편하게 한다고 해서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를 하나로 모으고 정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어느 나라에서 참새 떼가 하도 기승을 부리며 곡식을 먹어치우자 그 나라의 왕은 ’참새는 곡식에 백해무익한 새이니 씨를 말려야 한다’는 내용의 참새에 관한 새로운 법령을 공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 후 참새가 사라지자 참새 대신 참새 먹이인 곤충 떼가 날아와 곡식을 먹어치우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농작물은 큰 피해를 입게 되었습니다.  이에 대한 강구책으로 왕은 다시 살충제를 살포하여 곤충들을 잡아죽이라고 명령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살충제는 농작물의 가격을 비싸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국민들의 건강까지 해롭게 만들었습니다.  비록 곡식을 먹고사는 참새지만 그 참새가 농작물을 보호하고 가격도 적절하게 유지해주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모든 것이 너무 늦어버린 뒤였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라고 말씀하십니다.  원수를 사랑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다윗은 자신을 죽이러 온 사울을 죽이고 왕이 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졌는데 의리와 정의를 먼저 생각하고 그 자리를 떠납니다.  다윗은 사울을 죽일 수 있게 하느님께서 기회를 주셨다고 하는 부하 장수의 말에 "누가 감히 야훼께서 기름부어 세우신 어른에게 손을 대고 죄를 받지 않겠느냐?"라고 답을 하면서 그 자리에서 사울의 창과 물병만을 가지고 떠납니다.  우리에게 원수에게 복수할 기회가 생겼다면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복수하려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다윗은 의리와 하느님의 정의를 먼저 생각하였습니다.  이것이 원수를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말씀과 이어지는 것입니다.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고 다시 복수를 부르는 끝없는 복수의 행렬이 이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항상 불안과 초조함 속에서 지내야 할 것입니다.  결국 다윗의 이러한 행동은 더 이상 피를 부르지 않고 사울을 돌아가게 하였습니다.  그냥 사랑하는 것도 힘든데 나에게 잘못한 원수를 사랑한다는 것이 힘들지만 그것은 새로운 평화를 가져다줍니다.  예수님께서는 더 나아가 우리에게 "너희를 미워하는 사람들에게 잘해 주고, 너희를 저주하는 사람들을 축복해 주어라.  그리고 너희를 학대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기도해 주어라.  누가 뺨을 치거든 다른 뺨마저 돌려 대 주고 누가 겉옷을 빼앗거든 속옷마저 내어 주어라.  달라는 사람에게는 주고 빼앗는 사람에게는 되받으려고 하지 말라"라고 하시면서 더 나아가 "너희는 남에게서 바라는 대로 남에게 해 주어라"라고 하십니다.  정말 어려운 말씀이십니다.  사실 가는 정이 있으면 오는 정이 있게 마련이라고 남에게 무엇을 주면서 되돌아올 보상을 생각지 않는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꾸어주는 것이라도 일단 내게서 멀어진다는 생각에 아까운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사랑하고 다 주라고 하시니 정말 힘들게 하시고 귀찮게 하십니다.  그러나 내가 남에게 무엇이든 줄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것은 하느님의 축복입니다.  자신의 부족함을 남에게 부탁해서 채워야 하는 이의 마음을 헤아려본다면 나눔은 우리의 의무이며 생활이어야 합니다.  사랑이라는 것이 꼭 마음에 들고 좋아야만 하는 게 아니라면 미움도 사랑의 또 다른 관심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관심과 애정이 있기에 미워할 수 있습니다.  무관심은 미워할 이유도 없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사랑의 불씨가 조금이라도 있기에 미워할 수 있는 것이고 미움은 그래서 사랑의 다른 표현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원수마저도 사랑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씀하시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백해무익해 보이던 참새도 그 존재의 이유가 있듯이 우리도 우리의 생활 속에서 만나는 많은 사람도 그 삶의 의미가 있습니다.  이것을 인정한다면 우리는 사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도 이번 한 주간 서로 사랑하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원수를 사랑하도록 모두를 사랑하도록 하느님께 기도해야하겠습니다.  혹시 나에게 잘못한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안 생기더라도 사랑하려고, 용서해주려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려는 마음과 용서해줄 수 있는 여유를 가져보는 시간이 되어야겠습니다.  서로 사랑하는 한 주간이 되도록 노력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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