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암동성당 게시판

연중 제31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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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2000-11-04 ㅣ No.1181

                     연중 제31주일(나해. 2000. 11. 5)

                                                제1독서 : 신명 6, 2 ∼ 6

                                                제2독서 : 히브 7, 23 ∼ 28

                                                복   음 : 마르 12, 28ac ∼ 34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한 주간동안 안녕하셨습니까?

  마더 데레사 수녀님이 어느 날 거의 굶어죽기(餓死)직전에 있는 이웃을

위해 곡식 한 바가지를 가지고 그 집을 찾아갔다고 합니다.  곡식을 가지고

간 집은 힌두교도의 집이었습니다.  그 힌두교도는 뼈만 남은 손으로 그 곡

식이 담긴 바가지를 퀭한 눈에 눈물을 보이며 감사를 표한 후 바가지를 돌

려 드릴 테니 잠시만 기다려 달라더니 그 곡식의 반을 덜고 남은 반을 들고

또 다른 자기 이웃집에 다녀오는 것이었습니다.  그 힌두교도의 이웃은 이슬

람교도 집이었는데 역시 줄줄이 달린 아이들과 천장만 보고 지쳐 누운 지

며칠째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작은 나눔은 마더 데레사 수녀님에게 위대

한 감동이었다고 합니다.

  오늘 복음과 독서는 사랑을 이야기합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너, 이스

라엘아 들어라.  마음을 다 기울이고 정성을 다 바치고 힘을 다 쏟아 너의

하느님 야훼를 사랑하여라"라는 하느님 사랑에 대한 계명은 이스라엘 역사에

있어서 절대적인 계명이요, 그 어느 것도 하느님의 자리를 대신할 수 없다는

외침입니다.  하느님께 대한 사랑만이 이스라엘 백성에게는 삶의 이유이며

존재의 근거였습니다.  또한 모세는 이 계명이 지켜도 되고, 지키지 않아도

되는 그러한 내용이 아니라고 선택의 여지가 있을 수 없는 절대 명령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웃을 제 몸과 같이 사랑한다"는 것처럼 무조건적인 사랑은 없을 것입

니다.  그래서 무조건적인 사랑을 보여주시고자 죄 없으신 예수님께서 십자

가의 희생 제물로 당신 스스로를 바칠 수 있었기에 그분은 우리의 영원한

대사제가 되었다고 제2독서는 증언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생각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님이신 너의 하느님을 사랑하라.  또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

랑하라"라고 말씀하고 계십니다.  진심으로 자신의 모든 것 위에 하느님을

사랑해야 함을 가르치고 계십니다.  오늘도 많은 이들이 사랑을 설교하고,

사랑을 추구하며 살아갑니다.  수없이 사랑의 설교를 듣고 사랑의 노래를 불

러 보지만, 진정한 사랑보다는 고통과 고독을 체험할 때가 많습니다.  사람

은 자신의 능력이나 재물 등 외적인 조건이 아니고는 결코 사랑하거나 사랑

을 받을 수 없는 것으로 단정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사랑하고 사

랑 받기 위해서는 있는 그대로 사랑해야 합니다.  우리가 사랑하기 위해 필

요하다고 생각하는 미모와 재능, 재물이나 지위의 우상을 버리고 오직 한 분

뿐이신 하느님 앞에 모든 비참함과 부끄러움을 지닌 순수한 인간으로 돌아

갈 때 우리는 하느님을 사랑할 수 있습니다.  또 이웃을 사랑하는 것 역시

형제를, 모든 것을 떠나서 있는 그대로 순수한 인간으로 대할 때 가능해질

것입니다.

  사랑의 계명도 둘이고 사랑의 대상도 하느님과 인간 둘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사랑은 하나의 행위입니다.  예수님은 실제로는 '사랑하라'는 하나의

계명을 말씀하고 계십니다.  하느님과 동료 인간을 사랑하는 것이 인륜 도덕

의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마음과 그 행동은 결코 분리될 수

없습니다.

  사랑과 나눔은 피부색과 종교를 초월하는, 인간이 가장 인간다울 수 있는

이유입니다.  남으면 베풀겠다, 넘치면 나누겠다는 생각은 끝없는 욕심을 드

러내는, 인간이 가장 인간답지 않을 수 있는 위대한 거짓입니다.

 

  이제 우리는 남에게 내가 하기 싫은 것을 강요하지 말고 먼저 우리 것을

나누고 살아야 하겠습니다.  너는 우리와 친하니까 도와주고 사랑하고, 너는

우리와 다른 종교와 우리를 욕하니까 미워하고 못살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항

상 하느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사랑하고 나누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아주

작은 일부터 시작하는 시간이 되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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