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동성당 게시판

어느 파출소 소장과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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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건기 [jamesbae] 쪽지 캡슐

2001-06-27 ㅣ No.1078

오늘도 경찰서에 가는 날이었다.

매주 만나는 어느 파출소 소장님과 잠시 한담을 했다.

 

직원이 어떤 사람을 불심검문해서 데리고 왔는데 알고 보니 마약관련 범죄와 또 무슨 특가법 위반 지명수배 범죄자였단다.

당연히 구속되었고, 하나 밖에 없는 열 살난 딸아이가 갑자기 고아 아닌 고아가 되었다고 했다.

엄마는 수 년전에 가출한 상태이고.....

 

파출소로 찾아온 그 아이는 다행히도 마음씨 좋은 이 파출소장을 만나게 되었고 파출소장은 그 아이로부터

그간의 딱한 사정을 듣고 식사를 어떻게 할 것이며 여러 가지 살아갈 방법에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이 아이가

매우 사랑에 굶주린 것을 알고는 돌보아주기로 결심을 했단다.

 

아버지보다 착한 이 아이는 자기 혼자서 밥도 지을 수도 있고, 반찬도 해 먹을 수 있다고 했지만

그래도 집에 어린 아이가 혼자 남게된 것을 딱하게 생각한 파출소 직원들은 아이를 달래서 집에 혼자

있으면 심심할 테니 공부할 것을 갖고 와서 함께 있자고 했더니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더라는 것이다.

 

마침 파출소에는 잠간씩 일을 돌봐주는 할머니 한 분이 계셨는데 그 할머니의 자상한 배려와 사랑으로

정이 깊어질 무렵 아이의 큰아버지가 아이를 찾아가겠다고 찾아 왔기에 아이를 인도해 줄 수밖에 없었던

현실적인 법과 사랑법 사이에서 매우 혼돈스러웠다고 하였다.

 

파출소 직원들과 아주 친하게 놀면서 공부도 하고 밥도 같이 먹던 이 아이는 표정이 매우 밝아져 갔다고 했다.

아이는 여기가 좋다고 큰아버지 한테로는 가기 싫다면서 때를 쓰는데 어찌할 바를 몰라 매우 안타까웠다고 한다.

 

그렇다. 파출소라는 곳은 범죄자를 사회로부터 격리시켜야 할 의무가 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딱한 처지에 놓인 아이들을 돌보고 싶어도 돌보지 못하는 곳이기도 하다.

신병 인도 요청이 있는 가족이나 친지가 나타나면 어쩔 수 없이 보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말,

사랑은 아~무나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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