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북한관련

광화문에서의 가두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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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철 [mchung] 쪽지 캡슐

2004-03-22 ㅣ No.1513

탄핵의 광풍속에 온나라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당연합니다. 찬성, 반대 모두가 이사태를 불행한 것으로 인정하는데는 반대가 없습니다.  악법도 법이란 말이 있습니다.  탄핵을 반대하는 분들은 법과 다수결을 빙자한 횡포라고 생각하고, 탄핵 자체를 인정치 않습니다.

 

그러나 아직 끝이 아닙니다.  헌법재판소에서 최종결론을 내려야 끝이 납니다.  만약 헌재에서 탄핵안이 부결되면, 그간 엄청난 인원의 촛불시위는 안해도 될것을 한 것이 되는 셈입니다.

 

반대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찬성하는, 그것도 아주 공격적으로 찬성하는 분들도 꽤 있는듯 합니다.  서로가 돌아올수 없는 강을 건너듯 지나친 감정적 대립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이때에 탄핵을 반대하는 모임인 촛불시위 현장에서, 시위후 천주교사제들이 가두미사를 하였습니다.  사제도 개인의 자격으로 정치적 사안에 대하여 의견이 있을 수있고, 이를 발표할 자유는 헌법에 보장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사제복을 입고, 천주교의 상징인 미사를 반대시위 현장에서 한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적절치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1.다른 분도 게시판에 쓰셨듯이, 지금의 상황이 유신독재의시대도 아니고, 찬반이 갈려있으며, 또 누구나 할 말을 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고 지학순주교님이 은퇴후 기자회견에서 하신 말씀이 기억납니다.  " 사제는 가능한한 정치적으로 개입하거나 해서는 안됩니다.  잘못된 것을 절대 다수가 공감하면서도, 아무도 처벌이 두려워 말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이때야말로 사제가 정치적으로 나서야 할때입니다.  지금 나에게 반정부 발언을 잘 안한다고 변절했다는 분들에게 묻고싶습니다.  내가 유신시절 감옥에 갈때, 당신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셨습니까?"

 

한마디로 요즘은 사제들께서까지 나서지 않으셔도, 많은 주장과 이론과 시민운동가가 토론의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일부일지라도 다른 의견을 가진 신자들에게 줄지도 모를 마음의 상처도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2. "수신제가 치평국"이란 말이 있습니다. 자신의 집안부터 다스리고 나서 나라일을 걱정하라는 정도의 뜻일 것입니다.  저는 작년 연말쯤, 불교의 불광사라는 사찰의 외부회계감사를 한 회계사입니다.  국내에서는 종교계 최초로 자발적인 외부회계감사를 받아 불교계는 물론 언론에도 대대적으로 소개된 바 있습니다.  그 회계감사를 카톨릭신자인 회계사가 했다하여 화제가 되기도 하였고요.

 

저는 카톨릭신자로서 카톨릭이 먼저 이런 외부 회계감사를 실시하여 종교계의 회계투명성에 앞장서기를 내심 기대했지만, 현실은 그렇지를 못했습니다.  이후 불교계는 서울시내 최대 사찰이라는 능인선원이 금년내로 외부회계감사를 실시하겠다고 선언했으며, 조계종도 우선 직할사찰의 경우 금년부터 외부회계감사를 받겠다고 금년 신년사에서 선언하였고, 군종스님들의 모임에서도 회계를 컴퓨터 소프트웨어에 의한 통일된 방식을 채택키로 하는등 불교계는 회계투명성이 자리를 잡아가는 흐름입니다.

 

그러나 우리 천주교는 어떻습니까?

알만한 사람들은 다아는 수차에 걸친 회계부정사고, 교구의 예산,결산의 미공개......  외부회계감사는 둘째치고라도 스스로 당연히 공개하여야 할 것들 조차도 공개하지 않고 있지 않습니까?  뜻있는 사제들이 수없이 요구해온 여러가지 투명화 방안들이 지체없이 실시되어야 합니다.  

 

거리에서 찬반이 갈린 이슈에, 혼란이 가중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많은 가운데 자신의 소신이라는 점 하나만으로 천주교의 상징인 사제복을 입고 미사를 길거리에서 드린다?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미사입니까?  저는 천주교가 보편타탕성에 그 기초를 두고 있다고 배웠습니다.  탄핵반대의 시위현장인 길거리에서 드리는 미사가 보편타당한 것 입니까?

 

먼저 천주교 내부의 모순부터 시정되도록 노력하시고, 그것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아 길거리에라도 나가 미사를 지낸다면 명분도 있고, 대다수가 지지할 것 입니다.

 

3. 추기경님을 비롯한 많은 원로들이 지금은 헌재의 결정을 차분히 기다려야 할때이며, 국민 각자가 맡은 바에 충실하여 혼란이 없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촛불시위란 이러한 원로들의 말씀을 따르기 보다는 분을 못참고(정략적인 의도까지는 없다고 보고 싶지만) 길거리로 나서는, 일종의 혼란을 야기하는 행위일수 있습니다.  그 시위의 현장에 사제가 사제복을 입고 미사를 집전하는 것은 탄핵반대를 명시적으로 지지하는 명백한 정치적 행위이자, 혼란 야기를 부추기는 행위입니다.

 

지금 이시기에 혼란을 부추겨서 어떻게 하시려는 겁니까?

아니면 그냥 소신에 따라 행동하신것 뿐입니까?  그렇다면 너무나 무책임하십니다.  그렇다면 그냥 사복 차림으로 시위에 개인자격으로 가십시오.  언론에 보도될일도 없고 저같이 이런 글 쓸일도 없습니다.

 

추기경님같은 원로들께서 자신들의 개인적인 의견(찬성 또는 반대)이 없어서 그분들이 중립적인 위치에서 자중자애를 호소한다고 보십니까?  아닙니다.  자신의 개인적인 견해보다는 나라가 더욱 걱정이 되어서 일것입니다.

 

부디 우리의 지도자인 사제들이

균형잡히고, 신중한 마음으로 자중자애 하여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의인 몇이라도 있으면 멸하지 않으리라는 말씀을 굳게 믿으며, 당당히 의인의 길을 가도록 도와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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