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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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원 [pious] 쪽지 캡슐

1999-07-25 ㅣ No.398

요즘 하늘나라에 대한 비유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월요일 복음은 하늘나라를 겨자씨와 누룩에 비유하고 계십니다.

겨자씨와 누룩 모두 시작은 작지만 큰 성과를 얻는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늘나라는 그렇게 우리의 작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의 은총으로 우리 인간에게 좋은 것들이 무수히 많이 주어진다는 기쁨의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삶은 별로 기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왜 그런지를 알게 해주는 글이 있었습니다.

여름날의 일기(호원동 게시판에 있던 글-이명찬 신부님이 호원동 게시판 글을 묶은 책을 주시더군요)라는 글이었습니다.

 

"누에를 보았다.

그저 쉬지 않고 먹기만 하는 벌레를,

먹고, 먹고, 먹고.....

저렇게 엄청난 양을 먹을 수 있다니... 하는 놀라움까지도

먹어치우는 한심스러운 벌레.

 

벌을 보았다.

이 미물은 쉬지 않고 꿀을 따와서 재기만 하였다.

모으고, 모으고, 모으고...

창고에 쌓을 줄 밖에 모르는 불쌍한 녀석.

 

매미를 보았다.

이 곤충은 끊임없이 노래나 부르고 노는 한량이다.

노래하고, 노래하고, 노래하고...

내내 즐기기만 하는 저 저주받을 녀석.

 

'아 가련한 것들...'

나는 누에와 벌과 매미를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이때 내 곁에서 또한 누군가

한숨을 쉬는 소리가 들렸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나 아무도 없었다.

이때 나는 문득 깨달았다.

그래, 하느님이 우리를 보고 쉬신 한숨이다. 누에처럼 사는 인간, 벌처럼 사는 인간, 매미처럼 살고 있는 인간을 보면서 하느님께서 안타까워 한숨을 쉬신 것이다."

 

우리가 혹시 누에나 벌, 매미처럼 살기에 하늘나라의 기쁨을 여기서 못느끼고 사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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