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십리성당 게시판

아버지와 함께 했던 순례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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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승관 [bang9798] 쪽지 캡슐

2009-03-23 ㅣ No.4319





 

               아빠와 함께 했던 새남터 순례의 길


순례가 예정된 전날 저녁 예고된 일기예보 대로 하늘은 잔뜩 찌푸린채 낮게 내려 앉더니 이내 처마 끝 양철 지붕을 툭탁 툭탁 두둘기기 시작하였다.

시간이 더해 갈수록 빗발은 더욱 거세 지고 세차게 우리들의 마음을 때리며 내일의 희망을 송두리째 앗아가 버리기에 충분한 봄비였다.

밤이 깊어 가고 새벽을 지나 이른 아침까지 쉽사리 그칠것 같지 않던 비는 신기하게도 아침이되어서야 뚝!  그치 더니 이내 청명한 하늘이 열리고 우리 모두에게 축복의 날로 다가왔다.

밤새운 은밀하고 영성 깊은 신부님의 간절한 기도와 우리 모두의 하늘을 향한 염원이 주님의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신비로운 체험의 순간이었다.

사오백명의 답십리 신자들은 기쁨에 찬 환호성을 청계천 하늘에 쏘아 올리며 긴 행렬을 이루어 오른손엔 신비의 묵주을 불끈 쥐고 왼손엔 주님의 사랑의 끈을 힘차게 부여 잡고 고난속의 기쁜 먼길을 내딛기 시작하였다.

아름다운 주님의 뜻에 따라  하늘을 향한 열여섯 깃발 아래 모여 행진하는  신비체의 모습이야말로 뒤따르는 이들로 하여금 가슴 뿌듯하고 보람찬 순례의 길로 찡한 감동의 물결을 이루었다.

주님께서 홀로 걸으셨던 거룩한 수난의 길을 묵상하며 손에 손에 잡은 묵주를 우리 모두는 전능하신 천주성부로 기도를 시작하며 힘차게 돌리기 시작하였다. 은총의 수로인 성모님을 통한 은총고리를 서로 서로 이어 나가며 이루는 이른바 거대한 은총 고리를 우리는 자랑스럽게 이어 나갔다.

한강변을 따라 길게 늘어선 수백명의 답십리 신비체의 행렬은 흡사 출애굽의 한 장면을 연상케하기에 충분하였다. 축복의 땅인 가나안을 향아여 진군하는 하느님의 군대처럼 참으로 거룩하고 아름다운 행렬 이었다. 따사로운 봄 햇살! 땀흘린 이들에게 불어주는 고마운 바람! 길가에 늘어선 푸른빛이 역역한 춤추는 버드나무 가지! 이 모든 주님의 은총들과 함께 푸른옷으로 곱게 곱게 단장한 이름모를 풀들과 봄나물들이 생명의 기쁨을 서로 즐기며 우리를 기쁘게 맞아 주었다.

챙겨간 음식들을 서로 서로 챙겨주고 해맑은 웃음꽃을 피우서 이웃과 나누어 먹는 모습에서는 사랑 이란 이름의 아름다운 도시락 속에서 피어나는 행복한 모습들이 보기에 참 좋았답니다.

이내 한강 철교를 지나자 오른쪽으로 하늘을 향해 힘차게 솟아 오른 전통 한옥의 형상을 한 새남터 성당이 눈에 들어 왔다. 3층탑 처럼 세운 지붕은 삼중 축복이 깃든 곳인 성스러운  축복의 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하였다.

사제들의 거룩한 순교지인 새남터 성당에서 우리 모두는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의로운 하느님의 아들로 거룩하게 스러져간 순교자들의 영혼을 위하여 한마음으로 기도하고 우리의 인자하신 신부님의 집전으로 새로운 마음가짐을 하고 아름다운 성전에서 미사를 드릴수 있는 축복의 기쁨까지 더해졌다. 거룩하고 아름다운 뜻을 지닌 이번 성지순례의 길에  나약한 저희들의 영혼을 행복으로 이끄신 신부님과 수녀님 그리고 많은 봉사자님! 동참한 한사람으로서 진정 감사드리며 주님의 영광안에서 축복된 사랑 받으시길 기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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