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암동성당 게시판

연중 제19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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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2001-08-12 ㅣ No.659

연중 제19주일(다해. 2001. 8. 12)

                                               제1독서 : 지혜 18, 6 ∼ 9

                                               제2독서 : 히브 11, 1∼2. 8∼19

                                               복   음 : 루가 12, 32 ∼ 48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한 주간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여러분 산을 좋아하십니까?  저는 전에는 가끔 산에 갔습니다.  그렇다고 좋아했던 것은 아닙니다.  신학생때 어느 신부님과 설악산에 간 일이 있었습니다.  그 신부님께서 아주 산을 좋아하시고, 잘 타신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오색에서 새벽에 떠나 대청봉을 거쳐 내려오는데 얼마 안 걸린다고 하여 점심에 먹을 것과 간식만을 가지고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신부님께서 갑자기 다리가 아프다고 하시더니 힘들어 하셨습니다.  결국 얼마 안 걸린다던 산행이 많은 시간이 걸리게 되었고, 더욱 날이 흐리더니 비까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날은 빠르게 어두워지고 우리는 아무 준비 없이 산에 오른 덕에 어두운길을 어렵게 내려온 기억이 있습니다.  그 다음부터 산에 갈 때는 이것저것 많이 준비해서 가곤 했습니다.  준비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다시 한번 알게된 산행이었습니다.

 

  오늘 성서의 말씀의 주제는 '기다림'입니다.  무엇인가를 기다린다는 것,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것은 정말 힘들고 어렵습니다.  그것이 아주 긴 시간이라면 그리고 언제 올지 모르고 무작정 기다린다는 것은 더욱 힘든 일입니다.  기다리기 위해서는 아마 믿음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믿지 못한다면 기다릴 필요도 없습니다.  죽은 사람이나 다름없는 늙은 아브라함이 하느님께서 그의 몫으로 물려주실 땅을 향하여 떠나라고 해서 떠나고, 자녀를 갖고 또 봉헌할 수 있었던 모든 이유는 오직 말씀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바오로 사도는 말하고 있습니다.  오늘 독서는 아브라함이 약속 받은 것을 당장 얻지는 못했으나 그것을 멀리서 바라보고 기뻐했다고 말합니다.  손에 잡히지는 않으나 멀리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은 믿음에서 나옵니다.  아브라함의 기다림은 다른 이유가 없습니다.  오직 하느님께서 말씀하셨기 때문이며, 희망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는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또 기다리기 위해서는 성실한 준비가 있어야 합니다.  무작정 기다린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닙니다.  기회가 왔을 때 그 기회를 잘 이용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기 위해서는 준비해야 합니다.  주인이 언제 올지 모른다는 사실 때문에 나태해 지거나, 잊고 살거나, 주인을 부인하고 주인 행세를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주인이 문을 두드리면 곧 열어주려고 기다리고 있는 종과 주인이 돌아올 때 자기 책임을 다하고 있다가 주인을 맞이하는 종은 행복하다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책임이란 많이 받은 사람은 많은 것을 돌려주어야 하며, 많이 맡은 사람은 더 많은 것을 내어놓는 것입니다.

 

  기다리는 시간은 희망의 시간인 동시에 고통의 시간입니다.  기다림에는 긴장과 떨림이 있고, 그로 말미암은 기쁨과 행복이 있습니다.  참으로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은 희망과 고통이 교차하는 오늘을 즐길 줄 알며, 오늘을 누리되 내일을 버리지 않습니다.  현재를 즐기면서 내일을 희망할 수 있는 것은 기다리는 자만의 특권입니다.  누군가를, 혹은 무엇을 기다린다는 행위 안에는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겸손함이 있으며, 그래서 진정한 기다림은 진정한 기도가 될 수 있습니다.  기다리기 위해서는 준비해야 합니다.  준비한 사람만이 참으로 기다릴 수 있으며 기다림의 대상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기다림은 주인의 일이 아닙니다.  기다림은 종의 일입니다.  우리는 이 세상에 주인으로 온 게 아니라, 종으로 섬기러 왔습니다.  예수님께서도 당신은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다고 하셨습니다.  언제나 세상과 이웃을 섬기며 살아야 하겠습니다.  이것이 하느님의 나라를 기다리는 우리의 모습입니다.  섬기는 삶은 기도이며, 기도는 자신을 겸손하게 합니다.  그 겸손함을 통해 우리는 준비하게 됩니다.  하느님의 말씀과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통해 기다릴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순간 순간을 항상 마지막으로 받아들이고, 자신의 영원한 운명에 대해 책임을 지는 순간으로 받아들여야하겠습니다.  우리 모두 깨어 기다리는 자세, 준비하면서 살아가는 자세로 하느님께서 언제 어느 때 오시든지 기쁘게 맞이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우리에게 이 세상에서 맡겨진 모든 것을 내어놓으며, 나눌 수 있는 사랑의 삶을 살아가도록 노력하는 시간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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