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사동성당 게시판

어느 따사로운 오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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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영 [bjbj] 쪽지 캡슐

2001-04-21 ㅣ No.6603

아이들과 함께 하는 미사는 활기가 있다. 너무도 신들이 나서 뛰어 다니고 소리를 지르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일까. 어린 아이들은 내가 하는 말과 행동에 많은 반응을 보여준다.

"크게 하세요."

라고 말하면 아이들은 정말로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잘했다는 한마디의 말이면 그 아이들의 노고에 보답할 수 있다.

미사가 끝난 후 아이들 중에 나에게 안기는 녀석들이 있다. 나는 너무도 뿌듯해서 혹시 누가 보아주지는 않는지 주위를 두리번거리게 된다. 아이들이 나를 안아줄 때면 정말이지, 내 자신이 정화받는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내 핸드폰을 열어보더니 여자 아이 몇이 소리를 질러댄다. 마치 수줍은 많은 제또래 친구들을 놀리듯이 나를 놀려댄다. 내 핸드폰에는 이런글자가 적혀져있다.

"키스할까요?"

내가 어렸을 땐 나 자신이 어리다고 생각되지 않았다. 초등학교 때에도 이성에 대한 부끄러움이 많았던 것을 나는 기억한다. 지금은 이 아이들이 그런 자의식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종종 잊어버리고는 한다. 아마도 나의 이런 부주의 때문에 아이들이 자신을 어린애 취급한다고 속상해 할지 모른다.

따사로운 오후 한 떄가 마침 너무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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