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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시 나무이신 예수님께 ---이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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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태 [nwspring] 쪽지 캡슐

2001-04-27 ㅣ No.934

나무이신 예수님께    이해인

 

나무이신 예수님

당신을 닮기 위해

당신곁에 섰습니다.

 

사계절 내내 함께한 그 세월을

아직은 기쁨만으로 소리쳐

노래할 수 없기에

변함없는 하늘빛 고요를

제 마음에 담습니다.

 

가장 사랑하는 이들로부터

배반당하는 슬픔

피 흘리는 고통이 두려운 저는

당신 앞에 늘 송구할 뿐입니다.

 

십자가의 침묵을

알아듣게 해주십시오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날마다 새롭게

부활의 새벽을 맞게 해주십시오

 

당신처럼 사랑이 깊지 못해

죽을 준비가 덜 된 저는

아직도 환히 웃을 수가 없지만

 

그래도 분명한 것은

제가 오직 당신을 닮으려고

잠들지 못하는 나무로

오래오래 서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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