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2001년 8월 주일 어린이 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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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신부 [jpatrick] 쪽지 캡슐

2001-07-23 ㅣ No.283

 

연중 제 18주일(루가 12,13-21)

 

 

러시아의 대평원에 사는 한 농부가 지주로부터 큰 선물을 받았어요. 말을 타고 그 넓은 시베리아 벌판을 마음껏 달려서 해가 지기 전에 돌아오면 그 안의 땅을 모두 주겠다는 약속을 받은 것이에요. 농부는 새벽 일찍 일어나 말을 타고 채찍을 휘두르며 계속 달렸어요. 달리고 또 달렸어요. 멀리 갔다 올수록 자기 땅이 더 많아진다고 생각하니 쉽게 돌아올 수가 없었어요. 결국 농부는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고 나서야 가쁜 숨을 몰아쉬며 돌아왔어요.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지요. 해가 지기 전에 돌아와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기 때문에 농부는 땅 한 뼘도 가질 수 없었어요.

 

어때요? 오늘 예수님 말씀과 비슷하죠? 예수님께서는 지나친 욕심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하셨어요. 제아무리 돈이 많아도 생명을 보장해 줄 수 없기 때문이에요. 예수님께서 들려주신 이야기는 이래요. 한 부자가 너무 많은 곡식을 추수해서 쌓아둘 창고조차 부족한 지경이 되었어요. 다른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어주었으면 좋았으련만, 그 부자는 더 큰 창고를 지어 곡식과 재산을 넣어두고 이제 아무 걱정 없이 실컷 쉬고 먹고 마시며 즐기려고 했어요. 그런데 그 날 밤 욕심쟁이 부자는 죽고 말았어요. 그 많은 재산을 그대로 남겨놓고서….

 

하느님께서는 모두가 함께 나누며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고 계세요. 자기 욕심만 챙기는 사람은 결국 하느님으로부터 아무것도 받을 것이 없어요. 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사람은 나중에 하느님께서 더 큰상으로 갚아 주실 것이에요.

 

참, 이번 달로 우리 어린이들의 친구 "소년"이 500호가 되었어요. 무려 41년이 넘게 어린이들의 친구로서 사랑과 기쁨을 함께 나눠온 "소년"에게 큰 박수를 보내요.

 

 

연중 제 19주일(루가 12,32-48)

 

 

"엄마 시장 갔다 올 동안 방 정리 좀 하고 있어!" 어머니가 시장에 가신 다음에 우리 친구들은 어떻게 하나요? 어머니 말씀대로 먼저 방 정리를 깔끔하게 하나요? 아니면 '좀 더 놀다가 하지!' 하며 뒤로 미루나요? 아마 두 가지 경우를 모두 겪어봤을 거예요. 방 정리를 깨끗이 해 놓은 상태에서 어머니가 돌아오시면 칭찬이 돌아오죠. 하지만 '이따가 하지 뭐!' 하면서 미루고 미루다 미처 정리하기도 전에 어머니가 오시면 야단이 돌아오죠.

 

하느님 나라도 마찬가지예요. 예수님의 말씀대로 미리미리 등불을 켜고 깨어 준비한 사람은 예수님께서 다시 오실 때 얼른 기쁜 마음으로 맞이할 수 있어요. 하지만 '예수님께서 천천히 오시겠지' 하며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은 사람은 당황해서 예수님을 잘 맞이할 수 없을 거예요. 그래서 예수님께서 "사람의 아들도 너희가 생각지도 않을 때에 올 것이니 항상 준비하고 있어라" 하고 미리 가르쳐 주셨어요.

 

또 하느님께서는 모든 사람에게 각자 해야할 책임을 맡겨 주셨어요. 마치 어머니가 밖에 나가시면서 '방 청소 좀 하거라', '동생하고 사이좋게 놀고 있어라' 하시는 것처럼, 우리 모두는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책임이 있어요. 자기가 맡은 책임을 다한 사람은 분명 하느님으로부터 큰 칭찬과 상을 받을 거예요. 하지만 하느님의 뜻을 저버리고 마음껏 놀고 시간을 낭비한다면 분명 후회할 때가 있을 거예요.

 

예수님께서 미리 준비하라고 하시는 뜻은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나중에 혼난다' 하고 겁주기 위한 것이 아니에요. 오히려 당신께서 다시 오실 때 아무도 당황하지 않고 기쁘게 만날 수 있는 좋은 방법을 미리 알려주시는 거예요. 왜냐하면 우리를 너무나 사랑하시니까.

 

 

연중 제 20주일(루가 12,49-53)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하여 유럽의 큰 부자가 된 스웨덴의 알프레드 노벨이 1884년 4월 어느 날 프랑스 신문을 읽다가 깜짝 놀랐어요. 그 신문에 자신의 사망 기사가 실렸기 때문이에요. 사실은 노벨의 형인 루드비히 노벨이 죽은 것을 신문사가 잘못 알고 기사를 썼던 것이에요. 그런데 노벨이 더 충격을 받은 것은 단순히 사망 기사뿐만 아니라, 그 기사 속에 표현된 자신의 모습 때문이었어요. 그 기사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어요. "다이너마이트란 폭탄을 발명한 '죽음의 상인' 알프레드 노벨 사망하다." 노벨은 사람들이 자기를 '죽음의 상인'이라 부르는데서 큰 충격을 받았어요.

 

이 일을 계기로 노벨은 자신의 죽음과 죽음 이후를 심각하게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마침내 모든 재산을 내놓고, 인류의 행복과 생명을 위해 기여한 사람에게 큰상을 주라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어요. 만약 노벨이 잘못된 자신의 사망 기사를 보지 못했다면 결국 그는 '죽음의 상인'으로 죽고 말았을 것이고, 오늘날 가장 훌륭한 상으로 인정받는 '노벨상'도 탄생하지 못했을 거예요.

 

예수님께서는 이 세상에 불을 지르러 오셨다고 하셨어요. 그 불이란 바로 하느님의 말씀이며, 불을 지른다는 것은 이 세상 모든 곳에 하느님 나라가 선포되기를 원하신다는 뜻이에요. 또 평화가 아닌 분열을 일으키러 오셨다고 하셨는데, 그 뜻은 정말 분열을 일으키시겠다는 것이 아니라 세상 마지막 날이 가까워 올 때 일어날 일을 미리 알려주신 것이에요. 마치 노벨의 사망을 알리는 신문 기사가 노벨에게 자신의 마지막 날의 모습을 알려주어 미리 준비할 수 있었던 것처럼….

 

 

연중 제 21주일(루가 13,22-30)

 

 

옛날 망나니로 소문난 한 젊은 사람이 자신의 잘못된 삶을 비관하여 술로 세월을 보내고 있었어요. 하루는 술에 취해 길거리에 쓰러져 자고 있는데 꿈에 한 노인이 나타났어요. "이보게 젊은이! 볏짚 한 수레를 태우는 데 성냥은 얼마나 필요한가?" 젊은이는 "그거야 성냥 한 개면 충분합니다." 하고 대답했어요. 그러자 노인은 다시 "그럼 이보게, 이 때묻은 낡은 옷을 세탁하기 위해서는 빨래 비누가 얼마나 필요한가?" 하고 다시 물었어요. 그러자 젊은이는 "그거야 물 한 동이와 빨래 비누 한 개만 있으면 충분합니다." 하고 대답했어요. 그러자 노인은 "자네의 잘못도 그러하네."라고 했어요. 깜짝 놀라 꿈에서 깬 젊은이는 새로운 희망을 갖고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새롭게 살았어요.

 

예수님께서는 구원받을 사람은 좁은 문으로 들어가도록 있는 힘을 다하라고 하셨어요.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는 것은 지금 회개하라는 말씀이에요. 나중에 회개한다고 하면서 자꾸 미루면 정작 중요한 때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고 싶어도 문이 너무 좁아 들어갈 수 없어요. 정말 중요한 것은 내가 잘못했음을 아는 그 순간 바로 뉘우치고 용서를 청하는 자세예요. 이렇게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고 회개하는 사람은 아무리 좁은 문이라도 충분히 들어갈 수 있을 거예요.

 

많은 유다인들이 자신들은 하느님이 선택한 백성이니까 언제든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다고 자만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예수님께서 "지금은 꼴찌지만 첫째가 되고 지금은 첫째지만 꼴찌가 될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라고 하셨어요. 하느님 나라는 입장권만 사면 들어가는 극장과 같은 곳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지금 뉘우치고 좁은 문으로 가려는 사람은 남들 눈에는 꼴찌로 보일지라도 하느님 눈에는 첫째로 보인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세요.

 

<소년, 2001년 8월호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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